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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브노트 Jun 07. 2018

'다방커피(?)'로 스타벅스 누른 캐나다 국민카페

지금처럼 글로벌 카페 브랜드가 일반화한 시대에 한 나라를 대표하는 토종 카페 브랜드가 있다는 건 꽤 드문 일이다. 국민 모두가 즐길 수 있게 가격이 저렴하고 질 또한 뛰어난 카페는 더욱 찾기 어렵다. 전 세계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별다방(스타벅스)은 비록 미국에서 시작됐지만 미국을 대표한다고 표현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캐나다에는 나라를 대표하는 카페가 있다. 캐나다 사람 어느 누구에게 물어봐도 국민 카페는 딱 한 브랜드를 말할 것이다. 바로 '팀 홀튼(Tim Hortons)'. 캐나다 전국 구석구석 어느 곳에서든 쉽게 찾아 볼 수 있고 유명한 프랜차이즈 카페들의 존재감과 맞먹을 수 있을 정도의 평판과 규모를 가진 카페 브랜드가 팀 홀튼이다. 


항상 사람들이 바글바글하고 조금은 정겨운 분위기다. 싼 가격은 이 카페를 가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 오늘은 이 캐나다 국민 카페 팀 홀튼에 대해 얘기해보고자 한다.


팀 홀튼에서 첫 번째로 소개할 메뉴는 물론 커피다. 팀 홀튼에서 취급하는 커피들은 우리가 아는 프랜차이즈 카페들의 커피와는 많이 다르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커피는 바로 '브루드 커피(Brewed Coffee)'다. 한국에서 인기가 많은 아메리카노와는 다르게 우리가 흔히 보는 커피포트에 필터를 넣고 원두커피를 내려 먹는 방식의 커피다.

출처=팀 홀튼 홈페이지

사이즈는 메뉴에 적혀 있지 않은 XS(Extra Small)부터 S(Small), M(Medium), L(Large), 그리고 가장 큰 XL(Extra Large)까지 다양하다. XL 사이즈는 어떻게 저렇게 무식하게 큰 사이즈가 존재하는지 궁금할 만큼 20oz(600ml)로 매우 큰데, 카페인이 다량으로 필요한 시험기간의 학생들이나 아침 시간의 직장인들에게 선택받는다. 카푸치노나 라떼 같은 메뉴들도 있지만 바리스타가 직접 만드는 것이 아닌 기계에서 완성돼 나오는 음료를 준다.


브루드 커피 M(약 300ml) 사이즈 가격은 불과 2달러도 안되는데 크림이나 우유, 설탕은 무료로 추가할 수 있다. 여기서 팀 홀튼에서만 사용되는 언어가 하나 있는데 바로 크림과 설탕량을 간단하게 말하는 법이다. "스몰 커피에 설탕 한 스푼, 크림 조금 추가해주세요"라고 구구절절 말하지 않고도 간단하게 주문할 수 있는 가장 보편적인 방법은 '더블더블(double-double)'이다.


간단하게 설탕 둘, 크림 둘이라는 뜻인데, 사람들이 많이 주문하는 크림과 설탕량으로 한국에서 애용하는 인스턴트커피와 정말 비슷한 맛이 난다. 그래서 주문할 때 "스몰 더블더블 주세요"라고 하면 직원은 찰떡같이 알아듣고 크림과 설탕이 적절하게 잘 들어간 커피를 준다. 캐나다로 여행 오는 한국 사람이라면 더블더블을 기억해두는 건 필수다. 특히 더블더블은 다방커피(?) 맛이 나 한국 어른들에게도 인기가 굉장히 많다.


두 번째로 소개할 메뉴는 바로 아이스캡(Iced Capp)이다. 이 메뉴는 처음 보면 카푸치노(Cappucino)를 줄여서 캡(Capp)이라는 말이 된 것이라고 보통 생각하는데, 보통 카푸치노와는 다르게 거품을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비주얼 덕분에 메뉴 이름에 대해 많은 의문이 들게 한다.

팀 홀튼의 아이스캡(출처=팀 홀튼 홈페이지)

아이스캡은 슬러시 형태의 얼린 커피와 크림, 우유를 추가해 갈아주는 음료다. 특이한 점은 믹서기에 가는 것이 아니라 전동 거품기에 달린 쇠막대 같은 것을 컵 안에 직접 넣고 회전 시켜 음료를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이 달달하고 적당히 갈린 얼음이 섞인 아이스캡은 특별하지는 않지만 다른 곳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맛이다.


개인적으로는 한국에서 판매 중인 어느 커피맛 아이스크림과 굉장히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전에 스타벅스에서 잠시 일했을 당시 고객 가운데 이 아이스캡처럼 음료를 만들어 주기를 요구하는 사람들이 심심치 않게 있었다.


세 번째로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은 메뉴는 바로 'Canadian Maple Donut', 직역하자면 '캐나다 단풍 도넛'이다. 커스터드 크림이 들어있는 동그란 도넛 위에 캐나다의 대표격인 메이플 시럽이 들어간 옅은 갈색의 아이싱이 얹어져 있는 도넛이다. 말도 안 되게 달달한 뭔가가 당길 때 그 갈증을 아주 잘 해소해주는 아이템이다. 진한 메이플 시럽 향과 어우러진 단맛이 씁쓸한 블랙커피와 아주 잘 어울린다. 스트레스를 잔뜩 받은 날, 달달한 메이플 도넛과 커피 한 잔을 먹으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 없다.


앞서 언급했듯 팀 홀튼이 캐나다 국민 카페가 된 이유에는 '혜자스러운' 가격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커피를 제외하고도 도넛, 빵, 페이스트리 종류가 굉장히 다양한데 이들의 가격은 깜짝 놀랄 정도로 저렴하다. 베이글을 시키면 크림치즈를 듬뿍 발라주고도 2달러 초반대 밖에 되지 않는다. 요깃거리가 되는 도넛들도 꽤나 큰 크기에 비해 가격은 1달러 남짓에 불과해 매우 만족스럽다.

팀 홀튼 매장(출처=팀 홀튼 홈페이지)

팀 홀튼에는 아침식사를 대체할 수 있는 메뉴가 따로 있고 야채가 들어간 건강식 또한 여럿 있기에 다양한 연령대의 손님들이 찾는다. 특히나 주말 아침에는 단체로 노인들이 앉아 수프와 커피를 즐기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학교 근처, 심지어는 학교 내부에 팀 홀튼이 있기도 하는데 점심시간에 가보면 수많은 학생들이 줄 서서 순서를 기다리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밤늦게 혹은 24시간 내내 영업을 하는 팀 홀튼 매장에선 경찰들에게 무료로 커피와 도넛을 제공한다. 늦은 밤에 팀 홀튼에서 공부하고 있으면 경찰들이 부지런하게 다녀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 덕분에 매장의 보안은 덤으로 얻는 듯하다.


팀 홀튼에선 1년에 몇 번씩 롤업(Roll-up)이라는 행사를 하기도 한다. 컵 위쪽 가장자리, 말려있는 안쪽에 경품명 또는 '꽝' 등을 적어놓는 행사다. 상품은 도넛부터 시작해서 자동차까지 다양한데 행사 시즌만 되면 많은 사람들이 눈에 불을 켜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열심히 들린다. 돌돌 말려 있는 가장자리를 손이나 치아로 힘들게 펴면 안에 상품 내용이 적혀 있는데, 그 부분을 손으로 간단하게 찢어서 가게에 들고 가면 바로 사용할 수 있다.


캐나다에 올 기회가 있다면 팀 홀튼은 꼭 직접 경험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잔잔한 음악이 깔리는 분위기 있고 고급스러운 카페가 아니라 좀 투박하고 서민적인 카페지만 그래서 더 국민 카페로서의 매력이 느껴진다.

캘거리=이양렬·송찬미 객원기자  ryeolee0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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