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이 되는 연습

혼자 떠나는 용기의 맛

by 담연

두세 달에 한번 정도 나는 작은 탈출이자 모험을 시도한다. 바로 혼자 어디론가로 떠나버리는 것.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그저 숙소 하나만 달랑 예약해 놓고 차를 끌고 뛰쳐나간다. 사람 냄새에도 지칠 때가 있고 일상의 루틴에도 지루해져 있을 때, 고속도로 위를 달리며 보이는 새파란 하늘과 내리쬐는 반짝이는 햇빛, 그리고 살짝 열린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바람에 위로를 받는다. 남자친구도 있으면서 굳이 왜 혼자 여행을 그렇게 떠나냐고 묻는 이들도 있지만, 가끔은 진심으로 오롯이 홀로 있고 싶다. 외로움이 아니라 내가 선택한 고독에 둘러싸여 혼자임을 누리고 싶음이다.


떠남이란 것이 굳이 거창한 것은 아니다. 어쩔 때는 같은 도시 안의 호텔 방을 잡아 아무것도 하지 않고 넷플릭스와 배달음식을 시켜 휴식을 취하기도 한다. 그러다 저녁이 되면 슬슬 밖으로 나와 마치 이방인이 된 양 시내 주변을 둘러보고선, 서점으로 들어가 책 한 권을 구매해 카페에 가서 느긋이 책을 읽는다. 따뜻한 커피 한잔과 책 한 권이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어진다. 새로운 시선으로 주변 사람들을 구경하기도 한다. 익숙함에서 발견하는 낯섦을 즐기는 것은 꽤나 흥미진진한 일이다. 단지 집 밖을 벗어나 숙박을 한다는 것 자체로 이런 새로운 공기에 둘러싸인다는 것이 놀랍지 않은가!



훌쩍 떠나기에 있어 내가 무척이나 아끼는 도시는 바로 통영이다. 좁고 높은 골목길 사이사이로 비치는 푸른빛 바닷가와 아기자기한 항구의 모습. 짭조름한 해변가와 항시 복작복작한 시장가. 조금만 차를 타고 나서면 나오는 봉숫골의 조금은 한적하지만 독특한 상점들로 꾸며진 거리들을 사랑한다.

혼자 여행에 있어서 제일 걱정될 수도 있을 혼자 밥 먹기는 맘만 먹는다면 몇 쌍의 커플들도 두렵지 않게 된다. 통영에서만 맛볼 수 있는 충무김밥의 투박한 섞박지와 오징어의 감칠맛은 빠질 수가 없다. ‘통영식탁’의 신선로 파스타도 즐겨 먹는 메뉴 중 하나이다. 낯선 여행지에서 이렇게 혼자 밥을 먹고 식당을 나서다 보면 가끔씩은 다른 어떠한 것도 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그런 당당함이 생길 때가 있다. 혼자 밥을 먹으며 열심히 다니다 보니 이제는 코스 요리도 혼자 잘 먹을 수 있게 되었다는.. 그런..!

그렇게 배를 채우고 나서는 차를 타고 해안도로를 달려 나간다. 창 밖으로 비치는 잔잔한 바다를 구경하다가 마음에 드는 장소가 있으면 차를 세우고 한참을 바라보며 온갖 걱정들을 햇볕이 비치는 바닷물에 흘러내려 보낸다. 저녁이 되면 아끼는 위스키 바인 ‘사사로운 덕담’에 들러 진토닉을 한잔 마시고 사장님 추천의 위스키를 음미하고 숙소로 귀가한다. 이것이 주로 내가 통영에 들렀을 때의 루틴(?) 이라고나 해야 할까.



이렇게 훌쩍 떠나 있으면 끊임없이 자기 자신과의 대화를 한다. ‘다음에는 뭘 할까?’ 혹은 ‘다음에는 뭘 먹고 마시지?’ 같은 자잘한 것들부터 시작해 내 내면을 더 깊이 탐구하는 질문들로 이어지기도 한다. ‘내 취향은 뭘까?’, ‘내가 원하는 진정한 삶의 모습은 뭐지?’. 낯선 곳에서는 이런 질문들도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러워지는 마법이 생긴다. 약간은 멜랑콜리 해지는 저녁 숙소에서 마시는 맥주 한잔과 함께, 이런저런 생각과 나와의 대화를 통해 일상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나만의 향기가 낯선 곳에선 점점 더 짙어지게 되는 것 같다.

그렇게 여행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이면 뭐가 되었든 하나의 확신 하나씩은 가지고 돌아오게 된다. 그리고 새로운 다짐을 하며 그다음 여행의 계획을 세워본다. 혼자 하는 여행은 외롭기만 한 것은 아니다. 외로움을 마주하게 되면 어느 순간 내 안의 세계를 확장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생겨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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