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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통달 Jun 01. 2020

독일이고 트럼프고 나발이고...

백수일기_9

백수에게도 월요일은 무언가 부담스럽다. 더구나 오늘은 6월의 첫날이면서 월요일이라 그 부담감은 쥐똥만큼 더 가중된다. 다이어리를 열 번 넘게 펼쳤다 접었다를 반복했다. 다이어리 6월 달력에 각종 명목의 출금 일자를 또박또박 정성스럽게 기록했다. 딱히 기록해야 할 계획도 마감시한이 있는 업무도 없다. 그냥 마음만 부산스럽게 이것저것 들여다보는 것이다.



5월에 읽은 책은 4권이며 술은 1번 마셨다. 한 달 동안 352,438걸음, 거리로는 259.74km를 걸었다. 체중 변화는 없다. 259.74km의 거리를 걷는데 소비되는 18,106kcal의 열량과 거의 동일한 ‘低 단백 高 칼로리’ 음식을 쉼 없이 경구투여한 덕분이다. 일일이 기록하지 않아도 글로벌 기업 ‘구글’과 ‘LG’가 협업을 해서 나에게 친절하게 숫자와 텍스트로 알려준다. 좋은 세상인지 무서운 세상인지 모르겠지만 이제는 스마트폰 없이 나 같은 사람은 아마 금방 바보가 될 것이다.



가중되는 월초+주초의 엄청난(?) 부담감을 떨치기 위해 오전에는 책을 읽기로 결심하고 책을 펼쳤다가 3장을 읽다가 졸음이 쏟아져 금방 책을 접었다. 1871년 독일제국 수립부터 현재까지 독일의 역사를 쓴 「독일현대사. A History of Modern Germany」란 800페이지가 넘는 책인데 이제 350페이지를 읽었다. 사람들에게 조금은 익숙한 히틀러가 등장하기 전이라 책만 펼치면 신기하게도 잠이 쏟아진다. 빌헬름 1세, 비스마르크, 1차 세계대전, 베른슈타인, 힌덴부르크, 바이마르공화국, 하인리히 브뤼닝… 과자 이름인지 도시 이름인지 사람 이름인지도 모를 수많은 독일어의 공격에 나의 뇌세포는 처참하게 치명상을 받고 눈꺼풀의 하강으로 항복의 의사를 밝혔다.



1871년 독일은 독일제국을 선포하는 그 해, 우리나라 조선은 미국과 신미양요라는 전투를 치른다. 8시간의 전투에서 조선 측은 어재연 등 240여 명이 전사하고 100여 명이 바다로 뛰어들어 자살하였으며, 20여 명이 포로로 잡혔다. 미군은 장교 1명과 사병 2명이 전사하고 10여 명이 부상당하는 데 그쳤다. 신미양요 이후 조선은 척화비를 세우며 외세에 대한 저항 의지를 보였지만 시대의 흐름은 조선을 그냥 놔두지 않았다. 조선이 외세의 침략에 국력이 약화하고 일본의 식민지로 들어갈 때 독일은 비스마르크 이후 빌헬름 제국, 1차 세계대전, 바이마르공화국을 거치며 세계 강국으로서의 역사를 쌓아간다. 히틀러로 인해 잠시 역사의 흐름이 단절되기도 했지만 그때 이미 정당제도와 사회복지 체계를 갖추어 갔으며 경제발전을 이루어 나갔다.



이러한 독일의 현대 역사적 흐름과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는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우리나라는 식민지와 한국 전쟁의 폐허 속에 100년도 안되는 짧은 시기에 산업화와 정치적 민주화를 이룬 세계 유일의 나라라고 평가받는다. 물론 짧은 시기에 이룬 성과라 경제적 양극화와 사회 전반에 남은 친일 잔재는 문제이긴 하지만 그래도 대단한 것은 대단하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G7이 구식이라고 하면서 우리나라를 G7회의에 초대한다고 할 만큼 대한민국의 국력은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물론 양아치 같은 트럼프의 발언을 곧이곧대로 믿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지만…



독일이고 트럼프고 나발이고 점심이나 먹으러 가야겠다. 오늘은 동네 친한 바보 형님이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을 오픈하는 날이다. 개업 화환 사 주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으니 가족들 데리고 커피와 빵이나 팔아주러 가야지. 물론 재난지원금으로 계산할 것이다.

<독일현대사>란 책을 읽고 있다. 빌헬름 1세, 비스마르크, 1차 세계대전, 베른슈타인, 힌덴부르크, 바이마르공화국, 하인리히 브뤼닝같은 단어의 집중 공격에 금방 잠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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