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기 가득한 동네 책방에서 허기진 마음을 채워요
여느 때와 다름없이 한적한 동네 서점. 이번 주 새로운 소식이 있다면 일경험 식구가 늘었다는 점. 나와는 또 다른 청년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서점에서 일하게 된 사람들과 인사를 나눴다. 가끔 근무 일정이 겹쳐 만나게 될지도 모르겠다. 책방 주인인 사장님은 지난번 내가 가져다준 간식을 잘 먹었다며 커피 잘 내리기로 유명한 동네 카페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사 오셨고 오전에 다녀온 북콘서트에서 받은 동네서점 도서상품권을 선물로 주셨다. 무척이나 긍정적인 의미로 되로 주고 말로 받은 고마운 선물이었다.
오랜만에 책장 먼지를 털며 꽂혀있던 책들의 배치도 바꿔봤다. 유리창 앞 서재는 제목과 색깔도 고려하며 배열했다. 부디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아 책방의 책들이 새로운 주인을 만날 수 있기를.
서점 입구에는 ‘날적이’라는 게 있다. 일기의 순우리말이라고 한다. 근무가 끝날 때쯤 날적이를 적는 게 추가된 업무라던 사장님의 얘기가 없었다면 날적이가 무슨 뜻인지 찾아볼 생각을 못 했을 테다. 그러면 지금까지 그랬듯이 방명록 비슷한 거라 생각하고 넘어갔겠지. 그렇다면 나는 평생 날적이가 무슨 뜻인지 모르고 살았을지도 모르겠다. 줄 없는 예쁜 공책에 연필로 쓰고 지우개로 지우며 어릴 적 일기를 쓰듯 말랑말랑한 날적이를 남겼다.
재배치한 서가에서 책을 고른 손님 두 명의 결제를 도울 때는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고, 사장님과 프로그램 기획을 위해 회의 할 때는 신박한 생각을 떠올리려고 머리를 굴리는 데 온 신경을 집중했다. 근무를 시작할 때부터 퇴근할 시간까지 서점을 위한 무언가를 계속하고 있음에도 내 기분의 중심에는 여유로움이 있었다. 햇빛이 새어드는 맑은 날, 솔솔 부는 바람에 풍경종 소리가 울리고, 재즈·피아노·인디·팝 음악이 기분에 맞춰 선곡되는 곳. 책방을 떠올릴 때 저절로 깨어나는 감각들이다.
어느 날부턴가 동네 한 귀퉁이에 자리 잡은 작은 상점.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가게 문을 열고 손님맞이 준비를 마친 동네 상점은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며 찾아온 이들을 반겨주는 공간이다. 책방에 들어설 때면 영화 ‘카모메 식당’ 안으로 들어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각자의 숲이 있다는 핀란드 사람들. 그 숲이 있기에 여유가 풍겨 나온다는 핀란드에 문을 연 카모메 식당. 오픈한지 한 달째 찾아온 이 한 명 없지만, 그릇을 닦고 커피를 내리던 카모메 식당도 손님을 맞이하고 식구를 늘리며 따뜻한 음식과 사람들이 가득한 공간으로 자리매김한다.
몸도 마음도 지친 사람들의 굶주린 배를 채우고 마음의 허기도 채워준 카모메 식당처럼, 동네 서점은 책과 사람이 가득 채운 온기로 힘을 불어넣고 에너지를 채워주는 아지트 역할을 톡톡히 해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충전이 필요할 때, 다시 힘을 내고 싶을 때 꺼내보던 카모메 식당. 보고 나면 갓 구운 시나몬롤과 오니기리가 먹고 싶어지던 애정하는 영화를 오랜만에 꺼내먹어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