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교시 수업 후 교무실에 돌아와 자리에 털썩 앉았다. 늘 하던 습관대로 휴대폰을 툭툭 더듬어 읽지 않은 메시지를 확인했다. 흔하디 흔한 ‘[Web발신](광고)(안내)’로 시작하는 그 메시지는 다니고 있던 단골 미용실에서 온 것이었다. 이번 달 고객 이벤트가 있는 걸까? 무수히 많았던 프로모션 행사가 또 시작되나 보다 생각하며 천천히 글을 읽어 내려갔다.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보라고 했던가. 경쾌하게 시작한 메시지의 분위기는 줄이 바뀌며 점점 심각해졌다. ‘안녕하세요’에 이어 ‘죄송한 말씀’이 나오더니, ‘유감스럽다’고 하면서, ‘불리한 계약’을 감당하지 못하여 ‘영업 종료’라고 했다. 한분 한분 얼굴이 떠올라 괴롭다고 했다. 긴 글의 요지는 결국, 나의 선불금이 여기저기서 치고 받히다 사라졌다는 것이었다. 아이고야... 날도 춥지 않은데 몸이 으슬으슬하고 뒷목이 뻐근해졌다.
20년간 다니던 미용실이었다. 그곳에서 처음 Y를 만난 날을 기억한다. 광활한 이마가 고민이라고 고해성사하듯 털어놓던 내게, Y는 그게 별거냐는 듯 쿨한 가위질로 순식간에 세련된 앞머리를 만들어냈다. 인생의 결정적 순간이었다. 나는 간혹 다른 미용실을 기웃대다가도 번번이 돌아온 탕자처럼 그녀에게 머리를 맡겼다, 세월이 흐르며 그녀는 여러 직함을 거쳐 마침내 원장이 되었다. 내가 결혼할 무렵 그녀도 결혼했으며 내가 아이를 낳았을 때쯤 그녀는 고양이를 입양했다. 우리는 각자의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서로 위로했고, 일터에서의 고단함과 보람을 이야기하고 공감하곤 했다.
그래서였을까. 영업 종료 메시지를 받고도, 선결제 금액이 흐지부지 사라질 것임을 에둘러 표현한 문장을 읽고도 분노와 당혹스러움보다는 안타까움이 앞섰다. Y가 괴로운 마음으로 떠올리고 있을 얼굴 중 하나가 나일 것 같기도 했다. 뉴스에서도 자영업자의 폐업이 속출하고 있다고 하지 않았나. 그러니 Y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했을 터였다. 어떤 내용의 문자도 그녀에게는 부담이 될 것 같아서, 휴대폰에 저장된 그녀의 연락처를 만지작거리기만 했다.
그런데 하루가 지나자 문득 궁금해졌다. 영업이 종료된 매장은 전화도 받지 않을까? 그래도 한 번 걸어볼까?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누군가 전화를 받았다. “기쁨을 함께 하는 ○○○입니다.” 기쁨을 함께 하다니? 평소와 똑같은 멘트에 당황한 나는 물었다. “영업 계속하세요?” 직원이 대답했다. “네, 고객님, 어제 문자에 당황하셨죠? 죄송해요. 저희 영업 정상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원장님은 다음 주부터 나오실 거예요.”
평소라면 Y가 출근한다는 다음 주를 기다리겠지만 조바심이 났다. 정상 영업 중이라고 하지만 직접 가서 눈으로 확인해야 안심할 것 같았다. 한바탕 벌어진 소동에 당황했을 다른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싶었다. 무엇보다도, 어쩌면 사라질지도 모를 선불금을 한 번이라도 쓴다면, 하얗게 올라온 머리에 한 번이라도 까맣게 색을 입힌다면 이후에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덜 속상할 것 같았다. 그래서 예약을 마친 나는 다음 날 퇴근 후 저녁 시간에 서둘러 미용실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