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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근영 Sep 14. 2023

2단계 : 마음속에 먼저 들어온 건 무엇?

    장르와 목적을 정했으면 이제 내 글을 캐릭터(인물) 중심으로 쓸 것인지, 네러티브(스토리) 중심으로 쓸 것인지 정해야 합니다. 라고 많은 이론서에서 말하고 있습니다만, 개인적으로는 이런 구분이 불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완성된 작품을 비평하는 입장에서는 이런 구분이 필요할지 몰라도 창작하는 입장에서는 이런 걸 정한 후 글쓰기를 시작하는 작가가 몇 명이나 될까요? 그리고 캐릭터 중심 또는 네러티브 중심 중 한 가지를 선택해서 쓰기 시작했다고 해도 그 중심은 쓰면서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전 이 부분을 조금 다르게 강의합니다.      


“캐릭터와 네러티브 중 어느 것이 먼저 내 마음속에 들어왔나요?”     


    둘 중 어느 쪽이 먼저 글을 쓰고 싶게 만들었나 생각해봅시다. 캐릭터가 먼저 내 마음 속에 들어왔다면 그 캐릭터를 더욱 재미있게 만들어줄 스토리를 생각해보고, 반대로 스토리가 먼저였다면 캐릭터 보강에 집중해야 합니다.         


    제 친구 중에 ‘태용’이가 있습니다. 태용이에게는 희한한 일이 많이 벌어집니다.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얘가 개입되면 일이 커집니다. 태용이가 학교 도서관에서 “에이취!!”하고 크게 재채기를 한 일이 있습니다. 조용한 도서관에서 갑자기 큰 소리로 재채기를 해서 그랬는지, 그때 태용이 옆을 지나가던 사람이 재채기 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한 발짝 뒤로 물러섰습니다. 그런데 마침 그 사람 뒤를 지나가던 학생과 부딪쳤고, 부딪힌 학생은 하체가 부실했는지 뒤로 자빠졌습니다. 그것도 하필이면 도서관에 진열된 책장으로 자빠졌습니다. 학생에게 부딪힌 책장은 뒤로 넘어졌고, 넘어진 책장 뒤에 서있던 다른 책장들도 연속해서 쓰러지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도미노가 쓰러지듯 도서관 책장들이 다 쓰러지면서 도서관은 말 그대로 초토화 됐습니다. 태용이는 단지 재채기만 했을 뿐인데 도서관은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작가의 입장에서 이런 친구가 있다는 건 축복입니다. 태용이를 주인공으로 스토리를 쓰면 재미있겠다! 태용이라는 인물이 내 마음 속에 팍! 꽂혔습니다. 그럼 이제 그 인물과 어떤 스토리가 잘 어울릴까를 고민하는 겁니다.        


태용이가 무인도에서 살아남는 스토리 

vs 

태용이가 뉴욕 한복판에서 살아남는 스토리     


    여러분은 어떤 스토리가 더 재미있을 것 같나요? 물론 풀어가기 나름이겠지만, 직관적으로는 뉴욕이 배경인 스토리가 더 흥미롭지 않나요? 태용이가 하는 일은 아무리 사소해도 큰 말썽으로 이어지는데, 아무 것도 없는 무인도에서 무엇을 어떻게 큰일로 만들겠습니까? 하지만 사람도 차도 바글바글! 복잡한 뉴욕 한복판이라면? 태용이의 행동 하나하나가 커다란 말썽으로 이어질 요소들이 무궁무진합니다. 

    이렇게 쓰고 싶은 인물이 먼저 내 마음 속에 들어왔다면, 그 인물을 훨씬 더 재미있고 매력적으로 만들 수 있는 스토리를 찾아야합니다.      


    반대로 네러티브(스토리)가 먼저 마음에 들어왔다는 건 어떤 걸까요? 간단합니다. 우리가 가끔 하는 생각들을 떠올려보세요. 게임 속 세상이 갑자기 현실이 된다면 어떨까? 누군가 내 소원을 들어준다면? 또는 갑자기 내가 다른 세계로 간다면 어떻게 될까? 누구나 한 번쯤 상상해보는 일들 아닌가요? 이렇게 재미있는 상상들이 먼저 마음속에 떠올랐습니다. 그럼 이번엔 그 일이 누구한테 벌어지면 재미있을까를 생각해보는 겁니다. 게임 속 세상이 갑자기 현실로 변한다면 누구를 주인공으로 해야 재밌을까요?  


게임이라면 모르는 게 없는 인물

vs

게임을 한 번도 안 해본 인물.      


    이것도 물론 쓰기 나름이겠지만, 게임이라면 모르는 게 없는 사람이 더 재미있지 않을까요? 갑자기 게임으로 변해버린 현실에 사람들은 무서워하지만 그 인물은 오히려 기뻐서 날뛸 것 같습니다. 몬스터가 나타나면 사람들은 도망치겠지만 그 인물은 몬스터에 맞설 방법을 찾아낼 것입니다. 게임은 모르는 게 없으니까요. 

    하지만 게임을 한 번도 안 해본 인물이라면 갑자기 나타난 몬스터에 밟혀서 스토리가 시작되자마자 끝날 수도 있습니다.     


    결국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건, 캐릭터 중심이니 네러티브 중심이니 하는 건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겁니다. 어느 한 쪽이든 그걸 더욱 빛나게 해줄 다른 쪽을 찾는 게 중요합니다. 

    그럼 이제부터 우리가 할 일은 무엇일까요? 소재에 잔뜩 굶주린 사람이 되어 매력적인 캐릭터나 재미있는 스토리를 찾아야 합니다. 부담 갖지 마세요. 쉬운 것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가까운 주변에서부터 찾아봅시다. 다음 빈칸에 적어보세요.     


1. 학창시절 기억에 남는 친구와 그 이유. (3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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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내가 가끔 하는 상상. (3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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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 적으셨나요? 좋습니다. 이제 여러분은 웹툰 스토리에 사용할 수 있는 세 명의 캐릭터와 세 가지 스토리가 생겼습니다. 위에 적은 캐릭터와 스토리는 앞으로 적극 활용할 수 있으니 혹시 그냥 넘어가려는 분이 계셨다면 반드시! 꼭! 작성해보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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