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놉시스는 언제 써야 할까요?”
시놉시스란 작품의 내용을 간단하게 정리한 글입니다. 저는 수강생들에게 매번 위의 질문을 합니다. 대부분의 수강생들은 작품을 쓰기 전에 시놉시스를 작성해야 한다고 대답하고, 그 외의 수강생들은 모르겠다고 답하거나 침묵하지요. 그럼 또 묻습니다.
“시놉시스는 왜 쓰나요?”
이 질문에는 보통 작품의 뼈대를 잡기 위해 쓴다고 대답합니다. 하지만 “정말요? 정말 그 이유 때문에 시놉시스를 쓰나요?”하고 질문을 거듭하면 결국엔 공모전 때문에 쓴다고 대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습니다. 작가 데뷔를 준비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공모전 때문에 시놉시스를 씁니다. 대부분의 공모전에서 시놉시스를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시놉시스를 두 가지 버전으로 써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개인적인 시놉시스, 다른 하나는 공모전용 시놉시스입니다. 개인적인 시놉시스는 특별한 형식이 필요 없습니다. 그냥 자기 마음대로 쓰면 됩니다. 하지만 공모전에 제출하는 시놉시스라면 효과적인 방법으로 작성해야 합니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시놉시스는 두 개를 써야합니다. 하나는 작가 개인용으로, 다른 하나는 공모전 제출용으로 작성해야 합니다.
개인용 시놉시스는 스토리를 쓰기 전에 작성합니다. 스토리의 전체 설계도를 그려본다는 생각으로 부담 없이 구상해봅시다. 나만 알아보면 되니까 마음대로 써도 괜찮습니다. 반면, 공모전 제출용 시놉시스는 스토리를 다 완성한 후, 맨 마지막에 써야 합니다. 심사위원에게 보여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마음대로 쓰면 안 됩니다. 최대한 보기 쉽게, 이해하기 쉽게 써야합니다. 다음의 예를 살펴봅시다.
1번) 주인공은 마지막까지 숨겨둔 최후의 필살기로 최종보스를 물리친다.
2번) 정성껏 준비한 이벤트로 서로의 오해를 풀게 된다.
3번)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위기에 빠지는 주인공.
4번) 아픔을 간직한 주인공의 모습에 독자들의 동정심이 유발된다.
제 수업을 들었던 수강생들의 시놉시스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표현입니다. 대부분의 수강생들이 이런 식으로 시놉시스를 작성합니다. 여러분은 위의 시놉시스를 읽고 무엇을 느꼈나요? 저 시놉시스에서 느꼈던 좋은 점이나 문제점을 고민해보고 적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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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보셨나요? 만약 위의 시놉시스가 문제없다고 생각했다면, 자신의 시놉시스 쓰는 방식과 비슷해서 그랬을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위의 시놉시스는 문제가 있습니다. 너무 추상적입니다. 공모전용 시놉시스는 추상적인 표현을 최대한 자제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서 뭐가 어떻게 된다는 거야? 읽는 사람에게 이런 의문을 생기게 하면 안 됩니다.
1번) 주인공은 마지막까지 숨겨둔 최후의 필살기로 최종보스를 물리친다.
2번) 정성껏 준비한 이벤트로 서로의 오해를 풀게 된다.
3번)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위기에 빠지는 주인공.
4번) 아픔을 간직한 주인공의 모습에 독자들의 동정심이 유발된다.
1번은 최후의 필살기가 무엇인지, 그걸로 어떻게 최종보스를 물리쳤는지 알 수 없습니다. 2번은 정성껏 준비한 이벤트가 어떤 것이었는지 상상하기 힘듭니다. 3번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은 무엇이고 여기서 말하는 위기란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4번은 어떻게 독자들의 반응을 확신할 수 있을까요? 자신의 바람을 써놓았네요.
공모전 심사위원의 입장에서도 추상적인 표현은 고개를 갸웃하게 만듭니다. 과연 작가는 무슨 의미인지 알고 썼을까? 과연 구체적인 내용이 있긴 한 걸까? 의문이 생깁니다. 아직 정리가 되지 않은 스토리구나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래서 탈락시킵니다. 공모전에서 제일 빨리 탈락하는 시놉시스는 대부분 이렇게 추상적인 표현으로 가득합니다.
“별로 중요하지 않은 정보라서 그렇게 표현했습니다.”
제가 문제점을 지적하면 꼭 나오는 대답입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굉장히 위험합니다. 시놉시스에는 중요하지 않은 정보를 적으면 안 됩니다. 핵심내용만 재미있게 요약되어 있어야 합니다. 자신이 생각하기에 별로 중요하지 않은 정보는 절대 시놉시스에 적지마세요.
공모전용 시놉시스는 스토리를 다 완성한 후에 작성하는 게 좋습니다. 언제 어디서 무슨 사건이 일어났고, 주인공이 어떻게 해결했는지 알 수 있는 명확한 스토리가 있어야 완성도 높은 시놉시스를 쓸 수 있습니다. 내 스토리의 핵심 사건을 요약해서 알기 쉽게 써놓은 글이 시놉시스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중요한 시놉시스를 가볍게 작성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공모전 마감 며칠 전, 하루 이틀 만에 완성하기도 합니다. 시놉시스 몇 장으로 당락이 결정될 수 있다는 걸 명심하세요. 시놉시스 쓰는 것도 스토리를 쓰는 것처럼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시놉시스를 쓸 때도 스토리를 쓸 때처럼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