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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프링버드 Aug 25. 2023

코스모스와 인류

<코스모스> 머리말

1976년 여름은 바이킹 화성 탐사가 한창 진행되는 중이었습니다. 이 탐사는 우리 태양계에서 인간이 살 수 있는 행성을 발견하려는 희망 하에 진행됐습니다. 이렇게 해서 인류 역사상 최초로 우주선 두 대를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에 착륙시킵니다. 그런데 언론은 바이킹 우주선 계획에 별 관심이 없었고, 화성에 생명이 존재한다는 단서가 없자 대중 매체들의 관심은 확연히 줄어듭니다.  


재미있는 일화가 있습니다. 탐사팀이 화성의 하늘이 푸른색이 아니라 연분홍색이라는 것을 발표하자, 그 자리에 있던 기자들이 동시에 "우우"하며 야유를 했다는 거예요. 인간이 살 수 없는 화성에 왜 돈을 쏟아부었냐는 비난이었겠죠. 한마디로 바보짓을 했다는 겁니다.



미국항공우주국이 제작한 40억년 전 화성을 그래픽으로 재현한 사진


쓸모 있음은 인류 역사를 앞으로 굴러나가게 만드는 원동력입니다. 그러나 그 쓸모의 바퀴아래 깔려 죽은 사람들과 아이디어들은 얼마나 많을까요. 개인적인 차원에서도, 나는 인생의 많은 부분을 내 쓸모 있음을 증명하기 위해 고군분투했습니다.


칼 세이건이 머리말에서 말하고 있는 것은 크게 두 줄기입니다:


1. 인간은 코스모스의 일부이다. 생명의 기원, 지구의 기원, 우주의 기원, 외계 생명과 문명의 탐색, 인간과 우주와의 관계 등을 밝혀내는 일은 곧, 인간 존재의 근원과 관계된 인간 정체성의 문제가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2. 과학은 본질적으로 재미있다!


둘 다 참 맞는 말이지요? 우리는 우리 감각으로 감지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실물들, 인간 차원의 사회만 압니다. 코스모스를 상상하기에 우리의 상상력은 너무 하찮습니다.

에드윈 애보트가 지은 < 플랫랜드>라는 아주 재미있는 책이 있어요. 모든 것이 평평한 2차원 세계를 사는 사람들 이야기입니다. 어느 날 여기에 3차원 사람이 방문해요. 2차원 사람들은 3차원의 세계를 도무지 이해하지 못합니다. 3차원의 둥그런 몸체가 위에서 나타났다 사라졌다 하는 걸 보고 '신이다!'라고 소리를 지르죠. 3차원은 또 4차원의 세계를 인식하지 못합니다. 인간 지성의 한계를 아주 기가 막히게 비튼 소설입니다.


책 서문에서 인용했던 것처럼, 코스모스를 정관한다는 것은 미지 중 미지의 세계와 마주하는 일입니다. 코스모스의 세계를 정관한다는 말이 내 마음을 고요하게 확산시켜주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은 ‘이 지구의 생이 다가 아닐 수 있어’라는 열린 세계관을 펼쳐주기 때문입니다.


칼 세이건은 과학하기야말로 인류의 생존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봅니다. 그리고 "여기에 더해서 과학은 본질적으로 재미있는 것이다."라고 합니다. 왜냐고요? 인류가 자연에 대한 이해에서 기쁨을 얻을 수 있도록 진화(!) 해 왔기 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합니다. 알고자 하는 탐구정신은 우리 유전자에 박혀있다는  것이지요.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별것 아닌 텃밭에서 토마토 하나를 키우며 흙과 계절과 태양과 물과 바람과 씨앗의 상호관계를 알아가는 과정이 참으로 재미있는데, 그것은 저의 유전자가 시키는 짓이었네요.  


머리말에서 나는 이 말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과학의 성공은 자정 능력에 있다.

칼 세이건은 말합니다. '과학은 스스로를 교정할 수 있다'고요. 새로운 실험 결과와 참신한 아이디어가 나올 때마다 그전까지는 신비라는 이름으로 싸여있던 미지의 사실을 설명할 수 있게 되고, 이렇게 해서 신비는 합리적 현상으로 바뀝니다. 기존 진리에 대한 재평가가 끊임없이 이루어진다는 사실, 이것이야말로 과학하기의 위력이며 과학하기의 요체라고 칼 세이건은 강조합니다.


과학하기의 이 자정능력은 일상사에도 대입될 수 있지 않을까요? 나의 가치관, 편견, 생활 방식, 상대를 대하는 나의 대화법, 등등 모든 인간사에 이 자정능력은 반드시 필요한 것 같습니다. 과학은 객관적 태도가 필수죠. 과학자가 아닌 우리가 오늘을 살아가는 데에도 비유적 의미에서 과학하기는 꼭 필요하겠구나, 생각하며 오늘의 글을 마칩니다.


 

저녁 해질 무렵의 하늘 사진. 화성의 연분홍빛 하늘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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