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 4장
천국과 지옥이라니, 과학책의 챕터 제목으로 흥미롭습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우리가 사는 지구와 금성을 빗댄 말인데요, 어느 쪽이 천국이고 어느 쪽이 지옥인지는 나중에 알려드릴게요. 4장은 혜성과 금성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지구는 아름다울 뿐 아니라 큰 변화가 없는 행성입니다. 한 개인이 평생 동안 겪게 되는 자연재해도 대단하지 않아서 태풍 정도가 고작이라고 칼 세이건은 말합니다. (그런데 요즘 뉴스를 보면 그렇지도 않은 것 같아요. 모로코 지진만 해도 3000명이 넘는 사상자를 냈으니 말이에요.) 어쨌든 100만 년이라는 긴 시간 척도로 보자면 상상을 초월하는 대규모 자연재해들이 많이 일어났다고 합니다. 그중 하나가 혜성과의 충돌입니다.
1908년 중앙시베리아의 한 오지, 퉁구스 족이 사는 곳에서 '퉁구스카 사건'이라고 불리는 놀라운 일이 벌어집니다. 다음은 한 주민의 증언입니다.
이른 아침 아직 잠에서 깨어나기 전이었다. 천막 안에서 자고 있던 사람들이 천막과 함께 갑자기 공중으로 떠올랐다. 땅바닥에 떨어져서 주위를 둘러보니, 가족 모두가 경미한 타박상을 입고 있었다. 그렇지만 아크리나와 이반은 정신을 잃은 채 혼수상태에 빠져 있었다. 이들이 정신을 차릴 즈음 갑자기 요란한 소리가 들렸다. 주위의 나무들이 온통 불에 타고 있었으며, 숲의 태반이 파괴돼 있었다.
이 사건의 원인에 대해 온갖 분석이 나왔는데, 외계 문명권의 우주선이 외딴 행성 지구에 추락했다는 설명까지 나왔다고 해요. 광대한 산림 지대는 초토로 변했지만 현장에는 구덩이의 흔적이 없었습니다. 최종적으로 나온 가장 설득력 있는 가설은 '혜성의 조각이 지구와 충돌했다'는 것이었어요. 지름 100미터, 무게 수백만 톤, 초속 30킬로미터의 속력으로 달리던 얼음 덩어리, 즉 혜성 조각이 지구와 충돌했을 것이라는 가설입니다.
혜성은 대부분 얼음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때 얼음은 순수하게 물로 된 얼음이 아니라, 물, 메탄, 암모니아 등의 혼합물이 결빙된 것을 총체적으로 지칭합니다. 이 얼음 물질에 미세한 암석 티끌들이 한데 엉겨 붙어서 혜성의 핵을 이룹니다. 웬만한 크기의 혜성 조각이 지구 대기와 충돌한다면 혜성은 거대하고 눈부신 불덩이로 변하고 강력한 충격파를 발생시키면서 주변 모든 걸 다 태워버리게 됩니다. 엄청난 굉음을 발생시키면서요. 하지만 충돌로 인해 구덩이가 파이지는 않는데, 혜성을 이루던 얼음이 지구 대기권을 통과하면서 다 증발해 버리기 때문이에요.
이런 천문학적 지식이 없던 옛날에는 혜성을 불길한 징조로 해석하곤 했습니다. 혜성이 나타나면 왕자가 갑자기 죽는다든지, 한 왕조의 멸망이 멀지 않다든지 하면서 말이죠. AD 33년, 핼리 혜성을 보고 요세푸스는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예루살렘 상공에 1년 동안
칼이 드리워져 있었다.
그 당시에는 이 말을 믿었을 것 같습니다. 정의의 하나님을 두려워하면서요.
혜성들도 태양계의 가족입니다. 그래서 태양을 중심으로 궤도를 따라 도는데, 다른 행성들은 원에 가까운 궤도를 도는데 반하여 혜성들은 길쭉한 타원 궤도를 그리며 돕니다. 공전 주기는 혜성마다 다른데, 우리가 잘 아는 핼리 혜성은 76년마다 되돌아온다고 합니다. 공전 주기가 긴 혜성일수록 타원 궤도가 더 길쭉하다고 해요.
충돌하는 것이 얼음이 아니라 암석이라면 구덩이가 파이겠지요. 이것을 운석공이라고 합니다. 지구의 경우 운석공은 풍화 작용이나 강수에 따른 침식 작용으로 사라지거나 다시 메워지는데, 달과 같이 기상 현상이 전혀 없는 천체에서는 새로 만들어진 운석공이 수백만 년 또는 그 이상 그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게 됩니다. 그래서 달 표면은 온통 충돌 구덩이들로 뒤덮여 있는데, 그것들은 지난 수십억 년의 세월에 걸친 수많은 충돌을 보여주는 증표이지요.
사진에서 하단 중앙 부분에서 방사형으로 뻗친 무늬가 보이시나요? 이것은 광조라고 불리는데, 운석이나 소행성 무리들이 달에 충돌하면서 달 표면에 남기는 무늬예요. 충격파로 생긴 고운 흙먼지들의 흔적이라고 합니다. 이런 광조는 시간이 흐르면서 서서히 사라지게 마련이어서, 광조가 있는 운석공들은 최근에 있었던 충돌이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해요.
이제 금성의 이야기입니다.
금성에 생명체가 존재하느냐 아니냐는 오랫동안 논란이 되어왔는데 결국 금성에는 생물이 없다고 결론이 났다고 해요. 금성에 대한 이해는 스펙트럼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유리 덩어리로 만든 프리즘에 백색광을 통과시키면 무지개 색깔의 띠가 만들어집니다. 이 띠를 스펙트럼이라고 합니다. 가시광선대의 스펙트럼은 주파수가 높은 빛에서 낮은 것의 순으로 보라색, 파란색, 초록색, 노란색, 주황색, 빨간색으로 펼쳐집니다. 바로 우리가 무지개라고 부르는 그것입니다. 사람 눈에는 이 색깔의 빛만 보이기 때문에 이것을 가시광선 대역의 스펙트럼이라고 해요.
빛의 주파수 대역은 우리가 볼 수 있는 부분보다 보지 못하는 부분이 더 넓다고 해요. 양쪽 가시광선 즉 보라색과 빨간색 너머로도 빛들이 있다는 얘기지요. 다음 그림을 보면, 우리 인간의 시각이란 얼마나 보잘 것 없는지 알 수 있습니다. 호박벌(과 광전소자)은 자외선을 볼 수 있고, 방울뱀(과 불순물이 적절히 첨가된 반도체)은 적외선을 아주 잘 감지한다고 해요
전파대역과 감마선대약까지 모두 다 당당한 빛입니다. 천문학에서는 이 모두를 다 유용하게 이용합니다. 금성의 정체가 밝혀지게 된 것은 바로 이 스펙트럼의 덕이 컸습니다.
스펙트럼으로 우리는 화학성분의 물질도 알아낼 수 있는데, 서로 다른 화학 성분의 물질은 서로 다른 주파수나 다른 색깔의 빛을 흡수하기 때문입니다. 분자나 원소의 종류에 따라 흡수하는 빛의 주파수 또는 파장이 각기 다르다는 말이지요. 이 원리를 이용해서 지구에서 무려 6000만 킬로미터나 떨어져 있는 금성 대기의 화학 조성도 지구에서 식별할 수 있게 됩니다.
금성의 실제 상황을 알려준 최초의 단서는 전파 대역에서 얻어졌습니다. (구) 소련의 베네라 우주선 계획과 미국의 파이오니아호를 통해서도 정보를 얻었고요. 이렇게 해서 알려진 금성의 상태는 이렇습니다.
금성은 지구 시간으로 243일 만에 한 번씩 자전합니다. 자전 방향은 다른 태양계 행성들과 반대로, 서쪽에서 해가 떠서 동쪽으로 집니다. 일출에서 다음 일출까지는 지구 시간으로 118일 걸려요. 금성에서 살면 어떨까요? 지구의 삶에서 하루가 짧다고 느끼는 사람은 참 좋을 것 같습니다.
금성에는 티베트 고원 두 배 높이의 대지가 있고, 거대한 협곡이 존재하며, 엄청나게 큰 화산과 에베레스트 산만큼 높은 산이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트레킹을 하고 산악 등반을 즐기는 사람들도 정말 좋겠는데요!
이까지만 들으면, 금성이 천국이고 지구는 금성에 대해 상대적으로 지옥이겠습니다. 그런데 금성이 좀 뜨겁습니다. 가정용 오븐의 최고 가열 온도보다 높아서, 섭씨로 대략 480도라고 합니다. 지옥불을 연상시키네요...
게다가 기압도 높습니다. 금성 표면의 대기압은 90 기압이라고 해요. 지구 대기에서 우리가 느끼는 압력의 90배라는 뜻이지요. 거기에다 바람까지 셉니다. 풍속이 초속 100미터, 즉 시속 360킬로미터입니다. 그리고 금성의 대기는 96퍼센트가 이산화탄소입니다. 금성의 구름들은 농축된 황산 용액이고요. 칼 세이건은 말합니다.
금성은 완전히 '몹쓸 세상'이었다.
알고 보니 우리 지구가 천국이었네요. 그런데 금성의 상황에서 유추해 볼 수 있는 지구의 암담한 미래가 걱정입니다. 바로 온실효과입니다.
금성은 높은 이산화탄소 밀도로 인해 온실 효과가 작동합니다. 이산화탄소의 증가는 온실 효과를 높이는 쪽으로 작용하고 지표의 온도도 상승시킵니다. 이런 현상이 금성의 초기 역사에서 벌어졌습니다. 지구보다 금성이 태양에 더 가깝기 때문이죠. 현재 금성의 표면이 처한 상황을 보면, 우리 지구에도 이런 엄청난 규모의 재앙이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지구 기후의 장기 변화에 대해서 무지하다고 칼 세이건은 말합니다. 수백만 년 전의 인류가 오랜 진화 과정을 통해 지구상에 처음 생겨났을 시기는, 지구가 젊음의 격변기와 형성 초기의 격렬함에서부터 46억 년이나 되는 세월을 보내고 나서 중년기의 안정을 찾은 뒤입니다. 그런데 현대에 들어와서 인류의 활동이 지구에 전혀 새롭고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습니다. 나무, 석유, 천연가스 등을 태우면서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를 대기 중에 내보내면서요. 긴 안목에서 보자면, 지구의 구름이 농축된 황산 용액으로 변하고 지구 대기의 온도가 오븐 속처럼 변할 수도 있다는 얘기지요. 그러니 지구도 '몹쓸 세상'이 될 수 있습니다.
1980년, 지금으로부터 40년도 전에 칼 세이건은 지구를 걱정하며 인류에게 당부합니다. 지구를 아끼라고요. 마음이 심란합니다...
알고 보니 지구는 참으로 작고 참으로 연약한 세계이다.
지구는 좀 더 소중히 다루어져야 할 존재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