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전 적환무 싹에 의문의 구멍이 났다는 얘기를 했지요. 도대체 누가 했을까, 조사를 해본 결과, 유력한(!) 용의자를 찾았습니다. 유튜브와 블로그에 피해자들이 수두룩하더군요... 한두 명이 아녜요.
지난 14일 찍은 저희 밭의 루꼴라의 모습입니다. 떡잎은 물론이고 본싹까지 몽땅 구멍이 났습니다. 보들보들한 잎사귀를 아주 좋아한다는 소문이 난 용의자들이 여럿 있어요. 그런데 아주 유력한 용의자가 있더군요. 바로 얘네들입니다. 전 처음 본 얼굴들이에요.
일단 머그샷을 찍었습니다. 하지만 풀어줬어요. 심증은 있는데 너무 작아서 현행범으로 잡기가 어렵네요.크기를 줄이는 방식으로 교묘하게 수사망을 빠져나가더라는 거죠. 커봤자 3밀리미터입니다 어른 키가 그렇다는 거예요.
주말농장 밭들을 대충 훑어보니 올해 봄에는 새싹들이 죄다 구멍투성이더군요. 아주 극성이에요.
하지만 썩 괜찮은 방법을 하나 찾아냈어요. 술을 진탕 먹인다! 작전입니다. (잎사귀를 먹는 쟤네들은 미성년자가 아니라 성인이라서 기가 막힌 전략 같아요.)
유튜브 선생님들이 아~주 많으신데 그중 상당히 믿음이 가는 분께서 물:소주:사카린을 1:1:약간으로 섞어서 뿌려주라고 하시네요. 그래서 참이슬 오리지널을 한 병 사서 물과 섞어 스프레이로 뿌려줬습니다. 사카린은 없어서 생략했어요. 소주를 아주 그냥 잔뜩 뿌려줬습니다. 밭에 소주 냄새가 진동하네요.
벌레가 취하도록 소주를 먹여서 쓰러뜨리는 이 작전의 과학적 기제는 알고 싶지 않습니다. 효과만 궁금해요. 일주일 뒤에 보고 효과가 없으면 막걸리를 진탕 먹인다는 플랜 B가 있는데, 술값이 너무 들 거 같아서 고민입니다.
저희 집에 2019년에 유효기간이 끝난 계피가루가 있어서 그것도 뿌려줬습니다. 밭에 계피냄새도 같이 진동합니다. 그런데 소주와 계피의 조합이 참 좋더라고요. 술냄새와 계피향의 어우러짐이 의외로 참신해요! 집에서도 계속 맡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참, 용의자의 이름을 말씀드리지 않았네요. 벼룩잎벌레입니다. 벼룩처럼 잘 튀고, 잎사귀를 좋아한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농사꾼들 사이에서는 톡톡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대요. 벼룩이고 톡톡이고 간에 썩 부르고 싶지는 않습니다.
밭에서는 잔치가 벌어졌습니다. 손님들이 아주 좋아하셔요...
잘 차려놨는걸
아주 성의 있어
야, 술까지!
쫌 독하네
약한 거 없나?
설탕 쳐서 마시고 싶다
난 막걸리 좋아하는데...
담엔 그걸로 준다는 소문이 있어
흠, 향기 조~오~타!
여기 아주 맘에 든다야
친구들~~~
다 일루 와!
아스파라거스는 하루에 1센티미터는 크는가 봅니다. 4월 8일, 11일, 14일에 찍은 아스파라거스는 사춘기 아이들처럼 쑥쑥 크네요. 14일에 찍은 왼쪽 사진을 보면 이제 잎사귀를 내려고 하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작년에 바질 모종을 세 개 사서 심었는데 잘 안 됐어요. 이번에도 모종을 사서 키워볼 생각이었는데, 계영작가님께서는 바질씨를 뿌리신다길래 저도 씨를 뿌렸습니다. (... 팔랑귀...) 싹이 잘 나려나 모르겠어서, 질보다는 양이 좋더라는 평소의 소신대로 살짝 쏟아붓듯이, 넉넉히, 뿌렸습니다. 돌멩이로 잘 표시해 놨죠. 열무랑 사이좋게 무럭무럭 자라주기를!
이번주의 텃밭 기록을 합니다:
4월 14일 : 바질과 아욱 씨를 파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