렘즈이어 작가님은 아주 시끌벅적한 시를 쓰셨어요. 봄꽃들이 떼창을 하는 시입니다. 제 밭에서도 뭔가 노래가 들리긴 해요. 그런데 아주 귀를 잘 기울여야 합니다. 소리가 하도 가느다랗고 작고 소소해서 말이죠. 오오오오 ~~~~ 아아아아~~~~ 노래가 흘러나오는데 아직 화음이 안 맞아 선율이 제각기 자기 식으로 흘러가는 합창입니다.
이건 달래입니다. 달래파가 달래와 다르다는 대 진리를 깨우친 밭주인이 달래 종자를 구입해서 작년 초겨울에 심었던 달래입니다. 너무 가느다래서 잘 들여다봐야 해요. 언제 저걸 키워 달래장을 만드나...
뭐 마트에서 한 묶음씩 팔고 있더만요.
이건 조선파에요. 안 보이신다고요? 잘 들여다보세요. 초록색 색연필로 찍 그은 저 하찮은 두 줄기!
시장에 어린 파가 나오면 저 자리에 심어야겠다 생각하고 밭에 갔더니 요렇게 가늘가늘하게 나오고 있네요. 이건 또 언제 키워 먹나...
이건 20일 만에 수확할 수 있다는 적환무 싹입니다. 래디시가 영어 이름이에요. 샐러드로도 먹고 쌈장에 찍어먹어도 보고 싶어 씨앗을 뿌렸어요.
근데 왜 이렇게 구멍이 뽕뽕 난 걸까요? 도대체 누가?!
감자싹도 드디어 하나 나왔네요. 감자꽃을 기대하세요. 참 예쁩니다. 주말농장 관리인께서 자부심을 갖고 판매하셨던 설봉감자예요.
설봉감자 꽃은 무슨 색일까요?
<감자꽃>
자주 꽃 핀 건 자주감자
파 보나 마나 자주감자
하얀 꽃 핀 건 하얀 감자
파 보나 마나 하얀 감자
-권태응
감자 옆 이랑에서는 강낭콩이 나오고 있어요. 목 뒷덜미를 보여주고 있네요. 아직 고개를 못 들고 있습니다.
콩아, 콩아, 왜 뭐가 그렇게 조심스럽니?
흙속에서 아직 얼굴을 내밀지 않고 있는 싹은 발그레할 것만 같습니다.
딸기는 오늘 엄청난 말을 들었습니다.
"뽑아버려야 뒈!"
이웃 텃밭의 할아버지가 던지신 말씀입니다. 번지기만 하지 쓸모없는 딸기라고요.
작년에 보통 딸기 모종을 세 개, 설향딸기 모종을 두 개 사서 심었더랬어요. 꽃이 무지 예쁘더군요!
근데 보통 딸기는 열심히 번지기만 하고 열매가 거의 안 열렸고 설향 딸기는 열리긴 했는데 계속 누가 베어 먹었어요. 그래서 설익은 걸 제가 먼저 따서 먹어봤는데 아무 맛도 안 나더라고요.
옆밭의 우등생 왈, 범인은 들쥐일거래요. 들쥐가 돌아다니는 걸 보셨다나, 누가 봤다는 걸 들으셨다나.
하여간 겨울을 넘기고 싱싱하게 되살아난 딸기는 할아버지 말에 몸서리를 쳤을 거예요.
안심해라, 딸기야. 내가 널 뽑고 그 자리에 뭘 심겠니? 물 마시고 진정해!
아스파라거스는 이렇게 나옵니다. 작년에 거금을 들여서 사 년 된 뿌리를 여러 개 사서 심었는데 자꾸 죽어요. 또 하나의 미스터리입니다. 들쥔가? 얘가 아스파라거스 뿌리도 좋아하니?
하여간 뿌리 중에서 딱 하나가 살아서 저렇게 싹을 내밀고 있네요. 저걸 잘라서 뭘 해 먹겠습니까? 일단 자라서 줄기를 내고 잎사귀를 펼치기를 기다려야지요.
4월 8일 현재의 제 밭의 지도입니다. 씨를 뿌리고 잊어버려서 지도를 그려야 돼요. 꼭 다람쥐가 도토리를 숨기고 잊어버리는 모양으로, 어디에 무슨 씨를 뿌렸는지 집에 오면 잊어버려요. 그리곤 다음에 밭에 나가면 뭐가 뾰족뾰족 나오고 있단 말이죠...
작년 이맘때 학기 초의 열성으로 열심히 계획표를 그렸는데요. 중간고사를 지나 기말고사로 가면서 마음 자세는 좀 바뀌죠. 그래도 출석하는 것만으로 기특하지 않습니까?!
지금은 4월 초! 또다시 의욕이 충만한 시기입니다. 공책을 펴고 눈을 반짝이며 선생님 말씀을 받아 적을 준비를 하고 있어요. 아직 졸 때가 아닙니다.
마지막으로, 뽀리뱅이를 기억하시나요? 생전 처음 들어 알게 된 잡초, 아니 들풀, 아니 들나물... 냉이와 닮았으나 미묘하게 다른 풀이 꽃을 보여주네요. 흰꽃 맞네요. 냉이는 꽃이 노랗다고 했어요.
너무너무 작은데 있을 건 완벽하게 다 있는 아주 예쁜 꽃입니다. 봄입니다!
이번주의 텃밭 기록을 합니다:
4월 8일 : 비트, 메리골드, 고수 씨앗을 파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