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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프링버드 Jun 04. 2024

물 많이 마셔!


어느새 볕이 따가워지는 계절이 됐습니다. 햇빛 아래 있으면 살갗이 따끔거릴 정도로 강합니다. 마치 화살처럼 피부를 찌르는 것만 같습니다. 그만큼 밀도가 아주 높은 햇살이란 뜻도 되겠죠? 이제 식물들은 그 빛을 온몸으로 받으며 자라고 열매를 맺고 있어요. 꽃 피우기를 하며 동시에 열매도 맺는 힘! 6월은 식물들의 청춘을 찬란하게 만들어주는 계절인 것 같네요.


아침에 물을 주러 밭에 갔습니다. 햇살이 뜨거워지기 시작하면 물을 일찍 줘야 하는데 9시쯤 가니 벌써 햇빛이 쨍합니다. 흙도 말랐어요. 물부터 줘야 맞을 텐데 식물들이 어떻게 자라고 있나 궁금해서 이랑을 차례로 다니며 들여다봅니다.


고수 하나는 키가 쑥 올라와서 몰라볼 뻔했습니다. 며칠 전에 뿌린 씨앗들은 오종종하게 싹을 내밀고 있고요. 하도 여러 씨앗들을 빈자리마다 뿌려서 누가 누군지 몰라보겠어요. 잎사귀마다 잔뜩 벌레가 먹은 걸 보니 그중 한 무리는 루꼴라인가 합니다.


내 사랑, 옥수수도 이 자리 저 자리에다 두서너 알씩 심어놔서 언제 어디서 싹이 툭 튀어나올지 모릅니다. 고랑에 뜬금없이 옥수수처럼 생긴 풀이 자라고 있는데 옥수수인지 잡초인지 자신이 없어서 그냥 놔뒀어요.


옆텃밭 우등생이 주신 삼동파 일고여덟 개가 의외로 푸릇푸릇하게 잘 자라고 있습니다. 집에서 모종을 키워서 심은 조선파도 여전히 가늘지만 꿋꿋이 버티고 있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고 아슬아슬하기도 합니다.


딸기는 콩알만 하게 달려서 더 이상 커질 기미는 없어 보이네요. 쥐로 추정되는 누군가가 딸기를 베어 먹은 흔적도 있고요. 작년의 그 쥐일까요? 딸기 수확은 보잘것없지만 조그만 것들을 적당히 으깨서 요구르트에 꿀과 같이 섞어 먹으니 딸기가 듬뿍 들어간 요구르트가 됐네요! 새콤한 콩알 딸기도 자기한테 딱 맞는 역할이 있습니다. 이런 걸 적재적소에 쓰였다고 하나요.


상추는 엄청 자라고 있어요. 쑥갓도 마찬가진데 꽃몽오리가 많이 맺혀있습니다. 오늘은 상추와 쑥갓으로 김치를 담그려고요. 김치물이 적당히 있는 상추김치가 은근 맛있습니다. 많아도 너무 많은 쑥갓도 같이 넣어볼까 합니다. 이것도 적재적소가 될지는 담가봐야 알겠지요?


가지도 꽃을 달기 시작했고, 오이도 달렸습니다. 호박도 어느새 열매를 키우고 있어요. 비트는 무성하게 자라고 있긴 한데 뿌리가 얼마나 실하게 자랄지는 모르겠어요.


모종으로도 심고 파종을 해서 싹이 트기도 한 바질들은 가지치기를 해줬습니다. 바질도 잘 키우는 법이 있더라고요. 가지를 잘라주면 가지가 두 개로 벌어지고, 그 가지들이 자라면 다시 한번 더 잘라주는 거예요. 그러면 바질의 가지가 여러 개로 벌어져서 잎이 풍성하게 달린다네요. 배웠으니까 오늘 가위로 신나게 잘라봤습니다. 바질 향이 너무 좋네요!


카모마일 꽃들도 활짝 피었습니다. 카모마일은 달콤한 향이 나요. 제 밭에는 향 나는 식물이 좀 있습니다. 시원한 향이 너무 좋아서 민트를 심었고, 오레가노와 라벤더, 고수, 들깨가 각자의 향을 풍깁니다. 곧 메리골드 꽃도 필 예정이에요. 메리골드는 멕시코의 꽃이죠. 다큐멘터리 <코코:죽은 자들의 세상>에서 멕시코인들은 죽은 이들이 오기를 기다리며 집과 마을을 메리골드로 장식합니다. 메리골드가 그곳에서 가장 흔한 꽃이라는 뜻도 되겠는데, 눈부신 강렬한 노란색과 짙은 향을 음미하고 있으면 마치 멕시코의 태양을 이곳으로 옮겨온 느낌이 들어요.


식물들을 다 들여다보고 수확할 것들은 수확해 놓고 이제 물을 줍니다. 햇볕 때문에 호스에서 나오는 물이 뜨겁습니다. 한참 틀어놔야 시원한 물이 나와요. 한 줄 한 줄 이랑을 옮겨가며 물을 쏴~ 뿌려줍니다. 물은 흙속으로 스며들고 흘러내리며 땅을 적십니다. 마른 흙이 적셔지는 걸 보는 기분이 참 좋습니다. 제 마음까지 촉촉해지는 것 같아요. 식물들아~ 많이 많이 시원하게 마셔!










이번주의 텃밭 기록을 합니다:

5월 30일: 노란방울토마토 모종 하나, 애플수박 모종 하나를 심었다.

6월 4일: 적상추 씨앗을 파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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