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크리스마스!

by 스프링버드


샐리,


크리스마스다! 예수님의 탄생을 기념하는 날! 일 년 중에서 특별히 기독교 신자가 부러워지는 날이야. 축하하고 기뻐할 일이 있다는 건 참 행복하니까. "제가 산타를 믿을 어린애는 아니잖아요?"라고 네가 했던가? 그래서 내가 말했지. "산타는 진짜 있어!" 우리의 대화는 장난 같았지만 산타는 진짜 있을지 몰라. 산타의 선물도.



매트 타바레스 글/그림, 용희진 옮김, 제이픽, 2024.




산타의 첫 번째 순록의 이야기라고 소개돼 있네. 대셔는 동물 서커스단에서 사는 순록이었어. 대셔에게는 가족이 있었고 그 가운데 대셔는 막내였지. 순록 가족은 서커스단의 마차를 끄는 일을 했고, 유랑단이 머무는 곳에서는 사람들의 구경거리가 되어야 했어. 동물원의 동물들처럼 말이야. 동물 서커스단에서 살아가는 건 쉽지 않았어. 사람들은 순록을 구경하려고 몰려들었고 순록들은 좁은 우리에 갇혀서 뜨거운 해를 받으며 서 있어야 했거든. 그 일이 그렇다고 무조건 나쁘지만은 않았어. 사람들은 즐거워했고 특히 아이들을 만나는 게 좋았어.


어린이들은 언제나 다정했거든요. 대셔에게 당근도 먹여 주었어요. 당근은 대셔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랍니다.


하지만 모두가 잠든 깊은 밤이면 대셔는 밤하늘을 올려다보았어. 그리고 엄마가 대셔에게 해주었던 이야기를 떠올렸지. 엄마가 잡혀 오기 전에 살았던 북극 풍경을.


아주 신비로운 곳이란다. 상쾌하고 차가운 공기, 하얀 눈이 시원한 이불처럼 늘 덮여 있는 땅, 거기서 너의 아빠와 나는 자유로이 돌아다녔어. 빛나는 북극성 아래에서 말이야.


그러던 어느 날, 바람이 거세게 불던 밤이었어. 바람은 서커스단 텐트를 흔들고 동물 우리를 흔들었어. 그리고 우리 문을 활짝 열어젖히는 게 아니겠니! 대셔는 밤하늘의 북극성을 올려다보고, 잠든 식구들을 돌아봤어. 대셔는 선택해야 했어. 어쩌면 일생에 단 한 번뿐일 기회였지. 심장이 쿵쾅거렸어. 대셔는 결심했어. 크게 심호흡을 하고 뛰쳐나갔지. 우리 밖으로!


대셔는 북극성을 따라 몇 시간을 달리고 또 달렸지만 아무리 가도 북극성은 지평선 저 멀리 있었어. 대셔는 혼란스러웠어. 지금이라도 돌아가야 하나? 하지만 돌아갈 순 없었어. 의지 때문이 아니라 돌아갈 길을 모르기 때문에. 낯선 곳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순간이었어. 어쩌지? 대셔는 북극성을 올려다보며 기도했어. 바로 그때 멀리서 희미한 방울 소리가 들리질 않겠니. 그렇게 해서 대셔는 숲 속에서 늙은 말과 할아버지의 대화를 엿듣게 되었지.


올해는 썰매가 무거워 유난히 힘드네요. 죄송해요, 산타.
괜찮다, 실버벨. 푹 쉬었다 가면 되니 걱정하지 말아라.
하지만 어린이들은요, 어린이들은 어쩌죠? 크리스마스 아침까지 장난감을 다 전해 주지 못하면, 무척 속상해할 텐데요.



대셔는 '어린이'라는 말에 불쑥 그들 앞에 나타나 도움을 주겠다고 했고 결국 산타의 썰매를 끌게 됐어. 가슴줄을 매고 방울 소리를 울리며 대셔는 하늘을 날아올랐어. 차가운 밤공기를 가르며 썰매를 끌었어. 그리고 아이들에게 선물을 전달했지.


일을 다 마치고 산타와 함께 내려온 땅은 바로 북극성 아래였어. 엄마에게 들었던 바로 그곳! 아주 멋진 곳! 대셔는 마침내 북극에 온 거야. 대셔는 가족이 그리웠고, 산타는 아이들에게 소원하는 선물을 주는 분답게 대셔의 소원도 들어주었어. 산타는 순록 가족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서 가서 그들을 풀어주었지. 순록들은 하늘을 날아올라 북극으로 돌아갔어. 자유를 찾은 거야. 그리고 해마다 산타의 썰매를 끌게 되었다는 얘기.





정말 동화지? 있을 법하지 않은 이야기. 하지만 마음이 환해지는 이야기. 눈이 포근하게 내리고 세상은 하얗고 소원하는 선물을 받아 들고 기쁨과 행복에 가슴이 부푸는 이야기. 뺨이 얼얼해지게 추운 겨울밤에 순록들의 방울소리가 울리는 것만 같다. 남자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지나가듯 한 너의 얘기를 난 못 들은 척했는데 속으로는 좀 웃음이 났어. 크리스마스 날만큼은 팔짱을 끼고 돌아다닐 남자친구가 필요한데 말이야. 아쉽네.


소원. 누구는 희망이 나쁘다고 해. 어차피 이루어질 수 없는 걸 원하게 하면서 우리를 괴롭히니까. 또 누구는 희망을 좋은 것이라고 해. 우리를 꿈꾸게 하고 마음을 부풀게 하니까. 밤하늘의 북극성처럼.


밤하늘에 하늘을 올려다보며 별을 찾는 사람을 생각해 본다. 그 사람은 외로운 사람일 거야. 외롭지 않으면 왜 하늘을 올려다볼까. 혹은 간절한 사람일 거야. 어떤 간절한 소원을 밤하늘에서라도 찾고 싶어서 하늘을 올려다볼 거야. 혹은 아름다움을 꿈꾸는 사람일 거야. 투명한 밤하늘에 빛나는 별빛의 아름다움에 경탄할 줄 아는 사람.


어떤 이유에서건 하늘에서 북극성을 찾는 사람에게 어느 날 갑자기 문이 열린다면, 그 사람은 망설이겠지? 머무를까, 떠날까. 가슴이 쿵쾅거리고 숨은 가빠지는데, 그 순간은 마치 번개가 한 번 치는 만큼 짧아. 그리고 번개처럼 눈부시겠지. 대셔는, 우리의 대셔는 크게 심호흡을 하고, 열려있는 문 밖으로 뛰쳐나갔어. 선물은 그렇게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거 아니겠니? 기다리는 사람에게 말이야.


샐리, 그러니까 산타를 믿어봐. 어떤 변장을 하고 찾아올지 모르니까, 소원을 북극성처럼 마음에 품고서 산타를 기다려봐.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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