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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프링버드 Apr 26. 2021

플라스틱에 대해

<나는 봉지>와 <플라스틱 섬>

어제도 우리 집에서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나왔습니다. 하나도 아니고 둘도 아니고 여러 개가요.


아들이 외출했다 돌아오는 길에 컵라면을 하나 사들고 왔습니다. 뜨거운 물을 부어서 비빔밥과 같이 먹네요.  나도 한 젓가락 얻어먹었습니다. 맛 조합이 좋습니다. 그런데 컵라면 그릇은 어쩌면 좋을까요...  

아이스크림도 하나 먹었습니다. 포장지 하나가 쓰레기가 되었습니다.

며칠째 500ml 물병 하나를 재사용해 썼지만 이제 그만 버릴 때가 된 거 같아서 내놓습니다. 또 하나 쓰레기를 만들면서요.

EBS의 다큐 프로그램을 보고 있는데 통영 바다에서 붕장어를 잡는 어부들의 얘기였어요.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붕장어를 잡는 어부들의 삶을 감탄하며 보고 있는데 한편으로는 통발이며 밧줄이 자꾸 신경이 쓰입니다. 바다에 버려지는 쓰레기의 50%는 어망이라는데...




<플라스틱 섬>은 이명애 작가가 쓰고 그린 그림책입니다.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작은 섬에 살고 있는 '나'의 얘기가 이 안에 담겨있습니다. 알록달록한 것들로 가득 차 있는 이 작은 섬에서 '나'와 친구들은 그것들이 마냥 신기해서 물고, 쓰고, 덮어봅니다. 친구들은 거기에 갇히기도 하고 그것들을 잘못해서 삼키기도 합니다. 가끔 사람들이 몰려와 치워 보지만 섬은 금세 다시 채워집니다. 더 다양한 것들로, 더 많은 것들로 말이지요.


'나'가 사는 이 섬은 플라스틱 섬입니다.


수채화 그림이 예뻐서 집어 들었는데 죄책감에 심장이 조여드는 것만 같습니다. 일상에서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여보기 위한 노력을 적극적으로 해야 하지 않겠나, 깊이 반성을 합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다른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세상이 궁금한 또 다른 '나'의 이야기입니다.



노인경 작가가 쓰고 그린 그림책입니다. 주인공은 노란 봉지입니다. 플라스틱 봉지 말이지요. 봉지는 시장에서 장을 본 아기 엄마의 손에 들려 집까지 따라와 소명을 다하고 쓰레기 더미 속으로 들어갑니다. 그런데 노란색 이 봉지는 바깥세상이 궁금합니다. 그래서 쓰윽 나와 바람을 가득 담고 하늘로 날아올라요.



봉지는 세상 구경을 하며 어린 친구들도 만나고 여자 어른, 남자 어른도 만납니다. 노란 봉지의 웃음은 제 몸처럼 가볍고 투명하고 맑습니다.


쓰레기라 불리는 '나'는 눈처럼 나뭇잎처럼 혹은 빗방울처럼 사람들에게 다가가 기쁨과 위로를 안깁니다.  


노인경 작가가 설마 플라스틱을 노래한 것이겠어요. 세상에서 가장 낮은 혹은 가장 미운 존재를 부를 때 서슴없이 우리는 '이 쓰레기 같은'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작가의 노란 봉지를 그 누가 쓰레기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노란 봉지도 결국에는 저 멀리 플라스틱 섬까지 날아가려나요?


그림책 두 권의 시선은 우리의 삶을 완전히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고 있습니다. 어느 하나도 외면할 수 없습니다. 플라스틱 봉지 하나가 한쪽에서는 비극을 이야기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낭만을 이야기합니다. 한쪽에서는 현실을 직시하라고 하고 한쪽에서는 무거운 현실 속에 '바람을 가득 담'아 보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든 이 둘 다를 해보려고 애써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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