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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앨리스맘 뤼 Oct 21. 2024

고기능 자폐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가장 후회하는 것

잘 모르면 큰돈 날리는 발달치료의 세계 (8)

※(6)병원 선택법, (7)치료실 선택법은 전자책에 수록되어 있다.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하는 상호작용놀이

만 5세 고기능 자폐스펙트럼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지금 가장 후회하는 것은 무엇일까? 사실 나는 앨리스의 발달치료와 관련해서는 크게 후회나 미련은 없다. 신생아 시기부터 아이의 발달을 유심히 지켜보았고, 아이의 다름을 누구보다도 빠르게 눈치챘으며, 아이가 주당 25 세션의 집중재활을 받을 수 있도록 운전까지 배워서 열심히 아이를 데리고 다녔다. 덕분에 앨리스는 자폐스펙트럼과 난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발달지연을 빠르게 극복했고 현재는 또래 수준의 발달 기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나에게도 아쉬운 점은 하나 있다. 앨리스가 놀이치료를 통해 상호작용놀이를 접하기 전에는 내가 아이에게 직접 상호작용놀이를 해주었던 경험이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앨리스뿐만이 아니라 나도 놀이치료를 통해 상호작용놀이를 처음 배웠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만약 시간을 되돌려 앨리스가 신생아 시기로 되돌아갈 수 있다면 나는 당시 유행하는 교구나 필수 장난감을 사는 대신 무조건 아이와의 상호작용놀이를 매일 30분씩 할 생각이다. 앨리스와 나는 지금도 하루에 최소 20분 이상 상호작용놀이를 하고 있다. 내가 워킹맘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고 앨리스 또한 이제 더 이상 발달지연 아이가 아님에도 말이다.      


그렇다면 내가 이렇게 상호작용놀이를 찬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번 장에서는 상호작용놀이란 무엇이고 가정에서 상호작용놀이를 하는 것이 왜 중요한 것인지 자세히 알아보고자 한다.      


발달놀이를 분류하는 기준

앨리스는 31개월이 되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다양한 종류의 발달놀이치료를 받았다. 덕분에 나도 수년간 다양한 놀이치료를 접하며 여러 가지 놀이치료의 특징과 장단점을 파악할 수 있었다. 이름이 다른 각각의 놀이치료들은 다양한 이론적 배경을 바탕으로 한다. 하지만 치료사가 아닌 양육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놀이치료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아동주도놀이”를 하는 놀이치료 

-치료시간 중 철저하게 아동의 리드를 따르는 놀이를 한다. 그래서 놀이를 할 때 아이들이 좋아하는 장난감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DIR플로어타임, RT는 원칙적으로 아동주도놀이를 표방한다. PCIT의 경우 CDI(놀이파트)가 아동주도놀이를 하는 파트이다.

-단점: 철저하게 아이에게 놀이의 주도권이 있다. 따라서 아이가 상대방과 놀이할 의지가 ‘전혀’ 없는 경우 놀이 상황에서 상호작용이 일어나기가 어렵다. 아동이 놀이를 시작할 때까지 치료사는 때로는 매우 오랫동안 기다려야 하며 작은 신호도 놓치면 안 된다. (따라서 아동주도놀이를 하는 치료에서도 종종 치료사가 의도적으로 놀이를 주도하는 경우도 있다.)     


▶“상호작용놀이”를 하는 놀이치료

-치료시간 중 치료사가 정해진 규칙에 따라 아동과 놀이 주도권을 주고받는다. 치료사가 의도적, 전략적으로 놀이에 개입하는 경우가 많다. 상호작용을 극단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장난감을 거의 사용하지 않거나 최소한만 사용한다.

-발달놀이치료의 놀이, 치료놀이, ESDM의 신체 놀이(사회적 놀이)가 상호작용놀이에 해당한다. PCIT의 경우 PDI(훈육파트)에서 상호작용놀이를 한다. 

-단점: 아이와 동등하게 주도권을 주고받기가 어렵다. (양육자가 아무리 노력해도 아이가 주도권을 독점하고 규칙을 마음대로 바꾸려고 할 때가 있다.) 아동주도놀이보다 아동이 규칙을 이해하는 것이 어렵다. 놀이가 아동의 취향에 맞지 않으면 놀이거부로 이어질 수 있다.      


상호작용놀이를 가정에서 꼭 해야 하는 이유?

상호작용놀이와 아동주도놀이 모두 아동의 발달에 꼭 필요한 놀이다. 하지만 아동주도놀이를 통해 양육자가 아이와 의미 있는 상호작용을 하는 것은 쉽지 않다. 아동이 먼저 놀이 신호를 보내야 하는데 아동의 의지와 발달 수준에 따라 놀이를 시작하는데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혹은 아동이 놀이는 열심히 하지만 혼자만 놀이를 독식하고 다른 사람의 참여를 거부하는 경우에도 의미 있는 상호작용이 일어나기 어렵다. 따라서 치료사처럼 독립적인 공간에서 오로지 놀이에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과 환경이 주어지지 않은 평범한 양육자라면 아동주도놀이에 흥미를 잃고 쉽게 포기할 수도 있다.     


반면에 상호작용놀이는 놀이의 주도권이 양육자에게 있다. (물론 아이가 놀이가 익숙해지면 주도권을 주고받는다.) 양육자가 먼저 놀이를 리드하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도 아동과 양육자의 의미 있는 의사소통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이는 양육자가 놀이에 흥미를 잃지 않고 꾸준히 매일 실천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또한 상호작용놀이는 아이가 성장해서 또래와 함께 하는 놀이이기도 하다. 따라서 아이가 또래와 자유놀이시간에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모습을 원한다면 반드시 익혀야 할 기본 소양과도 같다. 따라서 상호작용이 어려운 아이일수록 어렸을 때부터 가정에서 꾸준하게 양육자와 상호작용놀이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양육자와의 상호작용놀이가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센터에서 발달치료를 받는 것만으로 아동의 발달을 끌어올리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발달치료는 눈에 보이는 효과를 보기 위해서 정말로 많은 시간을 투입해야 한다. 예를 들어 ABA 조기 중재 프로그램의 경우 주당 최소 25시간의 수업을 요구한다. 치료시간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효과는 더 확실해진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아이의 조기 중재를 위해 그 정도 시간과 비용을 투자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앨리스가 주당 25 세션 이상의 치료를 받은 케이스이지만 재활병원의 낮병동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었다. 만약 보험 적용이 안 되는 ABA 조기교실이나 소아정신과의 낮병동이었다면 경제적 문제로 입소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원하는 만큼의 치료를 하기 위해 집을 팔거나 직장을 그만두는 사람도 있지만 모든 사람들이 그런 결단을 내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결국 부족한 시간은 양육자가 가정에서 채워주는 것이 필수이다. 그리고 실제로 양육자와의 상호작용놀이는 치료사와 발달치료를 하는 것 이상의 효과를 낸다.      


상호작용놀이의 놀라운 효과

상호작용놀이의 효과를 정리하면 크게 다음 네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가. 아동과 양육자 간 긍정적 정서 교류

한 마디로 아이와 부모의 사이가 좋아진다. 매일 놀이를 하며 얼굴을 마주 보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일이다.    


나. 아동의 각성 수준 및 주의 조절

상호작용놀이에는 각성을 올리는 놀이와 낮추는 놀이가 모두 있다. 적절하게 배치하여 레퍼토리로 만들면 양육자가 아동의 각성 수준을 의도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다. 의사소통, 인지, 모방, 대-소근육 운동, 자조, 공동주의, 사회기술 향상 

상호작용놀이를 매일 반복할수록 아동의 전반적인 발달 및 사회성이 좋아진다. 아이는 양육자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뇌가 활성화되어 소근육 운동, 뇌발달, 정서발달 및 지능발달에까지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양육자와 함께 하는 상호작용놀이는 결국 나중에 아동이 또래들과 하게 될 놀이이기 때문에 아이가 상호작용놀이에 익숙해질수록 사회기술이 향상된다.      


라. 작업기억력을 높여 지능발달에 도움

모든 상호작용놀이에는 지켜야 할 놀이규칙이 있다. 그래서 놀이를 새로 시작할 때마다 규칙을 기억하기 위한 작업기억력이 필요하다. 때문에 상호작용놀이를 자주 하면 지능발달에 도움이 된다.      


※상호작용놀이 3년 차 앨리스가 실제로 보여주는 효과 

32개월에 처음으로 상호작용놀이를 시작한 앨리스는 이제 63개월이 되었다. (2024년 10월 기준) 앨리스는 처음에는 아주 작은 놀이규칙도 지키기 어려워했으며 치료사가 놀이를 시작하려고 하면 도망가기 바빴다. 하지만 지금은 잘 아는 놀이에 대해서는 놀이규칙을 스스로 잘 지키고, 다른 사람의 차례에는 참고 기다릴 수 있게 되었다. 놀이규칙을 지킬 수 있다는 말은 곧 또래들의 놀이에도 참여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실제로 앨리스는 유치원에서나 놀이터에서 익숙한 놀이를 진행할 때는 또래들의 놀이에 잘 참여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규칙이 복잡하거나 잘 모르는 놀이를 할 때는 규칙을 무시하거나 자기 위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어서 주의가 필요하다.     


상호작용놀이의 원칙

상호작용놀이에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원칙이 있다. 이 원칙을 잘 지킨다면 사실 그 어떤 놀이도 좋은 상호작용놀이가 될 수 있다.      


-동작, 눈 맞춤, 소리, 단어 등을 이용하여 놀이 순서 주고받기를 한다.

-놀이 루틴을 3회 이상 반복한다. 

-놀이 중 아동의 언어적/비언어적 단서를 읽어 준다.

-놀이 레퍼토리를 만든다. (짧은 놀이를 연결하여 하나의 긴 놀이를 만든다.)     


상호작용놀이 진행 방법

기본적으로 두 사람 이상이 함께하는 규칙이 있는 모든 놀이와 게임은 상호작용놀이다. 다만, 여러 가지 놀이를 진행할 때 아래의 몇 가지 규칙을 지킨다면 더 좋은 놀이 레퍼토리를 만들 수 있다.      


-앉아서 하는 놀이(각성을 낮추는 놀이)로 시작하여 활동반경이 큰 놀이(각성을 올리는 놀이) 순으로 배치한다. 

-앉아서 하는 놀이의 경우 아이를 침대/소파/빈백에 눕혀서 진행한다. (편안한 환경 조성)

-놀이를 끝내기 전에는 앉거나 누워서 하는 놀이로 다시 각성을 낮춘다. 

-새로운 놀이를 시작할 때는 절차가 단순하고 반복적인 것으로 시작하여 익숙해지면 복잡한 규칙으로 바꾼다.      

다음 중 상호작용놀이가 아닌 것은

지금까지의 내용처럼 상호작용놀이는 놀이를 제대로 배우지 않은 사람들도 누구나 할 수 있는 아주 쉬운 놀이이다. 하지만 상호작용놀이가 누구나 할 수 있는 놀이이기에 사람들은 상호작용놀이를 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상호작용놀이를 했다고 착각을 하기도 한다. 수많은 놀이 중 상호작용놀이가 아닌 것은 무엇인지 구체적인 예를 들어 알아보도록 하자.     


▶역할 놀이

역할 놀이는 두 사람 이상이 하는 놀이이기에 얼핏 생각하면 상호작용놀이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역할 놀이는 내가 아닌 다른 자아가 되는 놀이다. 상호작용놀이의 핵심은 지금여기서내가 하는 놀이이다. 따라서 시공간을 뛰어넘어 다른 자아가 되는 놀이는 상대의 유무와는 상관없이 상호작용놀이라고 할 수 없다. 양육자는 상호작용놀이 시간에 아이가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상상해서 연기를 하지 않도록 지도해야 한다. (역할놀이 자체는 아이의 발달에 꼭 필요한 좋은 놀이이므로 상호작용놀이 시간이 아닐 때 할 수 있도록 유도하자.)     


▶상대방이 필요 없는 놀이

상호작용놀이에는 보통 장난감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장난감이 있는 놀이는 상호작용놀이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장난감의 유무와는 별개로 놀이 상대가 필요 없는 놀이는 상호작용놀이가 아니다. 다시 말해 놀이를 할 때 상대방이 필요한 놀이라면 장난감이 있어도 상호작용놀이이다.      


그렇다면 블록놀이는 상호작용놀이일까? 블록을 이용하여 특정한 모양을 만드는 놀이는 아무리 두 사람 이상이 협동하여 만든다고 하더라도 상호작용놀이라고 할 수 없다. 왜냐하면 놀이 상대 없이 혼자 만들어도 놀이가 성립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사람이 블록탑을 쌓고 다른 사람이 블록을 던져서 블록탑을 쓰러트리는 놀이는 어떨까? 이 경우 놀이 상대가 없다면 다른 사람은 놀이를 아예 할 수가 없기 때문에 상호작용놀이가 맞다.      


그렇다면 그리기와 만들기는 어떨까? 그리기와 만들기는 대체로 혼자서 하는 놀이 활동이라 상호작용놀이라고 보기 어렵다. (물론 순서를 주고받으며 함께 그림을 그리거나 만든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보드게임은 어떨까? 준비물이 있는 놀이지만 1인용 게임이 아닌 이상 놀이 상대가 필요하므로 상호작용놀이가 맞다. (따라서 아이의 나이가 점점 많아지면 상호작용놀이에서 보드게임이 차지하는 비율이 점점 높아진다.)     


※상호작용놀이의 실제 예시는 유튜브 마이레인보우베이비 채널의 재생목록 <상호작용놀이>에 들어가면 확인할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myrainbowbaby

※상호작용놀이에 익숙하지 않거나 습관으로 만들고 싶은 경우, 마이레인보우베이비 채널에서 매달 모집하는 <상호작용놀이 챌린지>에 참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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