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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앨리스맘 뤼 Oct 18. 2024

만 3-5세 고기능 자폐스펙트럼 치료 설계하기

잘 모르면 큰돈 날리는 발달치료의 세계 (5)

※편의상 “치료”라는 말을 썼지만 발달재활치료(수업)의 줄임말이다. 자폐스펙트럼장애는 치료법이 없다.   

※만 0-3세 전반적 발달지연 치료 설계에 대한 부분은 전자책에서 확인 가능하다. 

  

앨리스의 실제 치료 스케줄은 어땠을까 

앨리스는 30개월 즈음 재활병원 낮병동을 종결한 이후 쭉 발달놀이치료가 주치료였다. 아이가 자폐스펙트럼인 경우 보통 ABA를 주치료로 하지만 앨리스의 경우에는 기능이 좋으니 (학습이나 모방에 지장이 없음) 발달놀이치료를 하라는 의사의 소견에 따른 결정이었다. (물론 이것은 특정 의사 개인의 소견이며 고기능 자폐는 무조건 ABA보다는 발달놀이치료라는 공식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앨리스의 경우 최소 3명의 의사에게 ABA가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다음은 발달놀이치료를 필두로 하여 앨리스가 받았던 시기별 치료 수업의 종류와 각 수업을 들었던 이유를 정리한 것이다.      


만 3세 경 치료 스케줄 (30개월 ~ 41개월)

-발달놀이치료 주 1회 :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ABA보다는 발달놀이치료를 해야 한다는 의사의 권유로 발달놀이치료를 시작했다. 장난감을 거의 사용하지 않거나 적게 사용하는 상호작용놀이 수업을 진행하였다.      

-감각통합치료 주 1회 : 앨리스는 낮병동을 종결한 후에도 여전히 대근육이 느리고 몸을 잘 못 쓰는 편이었다. 그래서 원래 다니던 재활병원에서 대근육 활동 위주의 감각통합치료를 진행했다.      

-언어치료 주 1회 : 앨리스는 언어검사 상 언어지연은 없었으나 화용언어의 지연이 있었고 조음도 좋지 않았다. 그래서 낮병동을 종결한 후 청각전문언어센터에서 주 1회 청각전문 언어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집에서 센터까지의 거리가 너무 멀어 집 근처에 있는 일반 아동발달센터로 언어치료를 옮긴 후, 조음 위주의 언어치료를 계속했다. 너무 이른 시기에 조음치료를 시작해서인지 특별한 효과는 보지 못하고 하반기에 언어치료를 종결하였다.     

-ESDM 부모교육 (총 12회기): ESDM은 ABA 중에서도 특히 만 3세 이하의 아이들을 위한 놀이 중심의 교수법이다. 앨리스는 이미 발달놀이치료를 받고 있었지만 ESDM이 놀이 중심이고 100% 부모교육이라 아이와 놀아주거나 훈육할 때 도움이 될 것 같아 수강하였다.      

-RT (총 4회기): RT는 아이의 흥미와 관심에 반응하는 반응성 교수법으로 36개월 이하 영아에게 효과적이다. 은평구 육아종합지원센터에서 무료로 지원을 해주는 프로그램이 있어서 RT 수업을 신청하고 4회기 정도 수강했다.     

-PCIT (총 8회기): 역시 은평구 육아종합지원센터의 지원으로 PCIT(부모아동상호작용치료) 중에서도 아동주도상호작용인 CDI 수업을 수강할 수 있었다. 앨리스와 아동주도놀이를 하면서 아이의 놀이에 적절하게 반응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어서 좋은 기회였다.      

-플로어타임(DIR Floortime) 주 2회: 놀이 중심의 치료 중에서도 자폐스펙트럼 아이들에게 좀 더 특화된 치료를 알아보다가 플로어타임을 접하게 되었다. 철저하게 아동의 리드를 따르는 수업 방식도 마음에 들었고 앨리스도 수업을 매우 좋아하여 주 2회의 수업을 들었다.      

-치료놀이(Theraplay) 주 1회 : 치료놀이도 상호작용놀이를 하는 발달놀이치료의 일종이다. pcit 치료사의 추천으로 시작했다. 아이뿐만 아니라 가족 전체가 함께 놀이를 배울 수 있어서 부모 자녀 상호작용 향상에 큰 도움이 되었다.      


4세 경 치료 스케줄 (42개월 ~ 53개월)

-감각통합치료 주 1회: 작년과 똑같이 유지하였다.

-치료놀이 주 1회 유지: 작년과 똑같이 유지하였다.

-인지행동치료(Cognitive Behavioral Therapy) 주 1회: 인지행동치료는 인지왜곡현상을 합리적으로 수정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치료다. 마침 근처에서 인지행동치료를 받을 수 있는 센터를 발견하여 치료를 시작했다. 앨리스는 상황인지와 시지각 위주로 수업을 받고 있다.      

-언어치료 주 1회 (3개월): 화용 언어 위주의 수업을 받기 위해 일반 아동발달센터에서 수업을 시작했다. 인지행동치료와 큰 차별점을 느끼지 못하여 3개월 후 종결했다.      

-플로어타임 주 2회: 작년과 똑같이 주 2회를 유지하였다. 하지만 놀이 중심의 치료를 다른 곳에서도 받는다는 점, 집에서의 거리가 상당한 점 등을 고려하여 연말에 종결했다.      

-물리치료, 작업치료 주 1회 (6개월): 재활병원에서 외래 치료 순번이 돌아와서 치료를 시작했다. 라이딩 거리에 비해 치료시간이 너무 짧고 스케줄 관리가 힘들어 6개월 정도 유지 후 종결했다.     

-농학교 감각통합치료(6개월): 농학교에서 난청 아이들에게 월 2회 감각통합치료를 지원하는 혜택을 통해 6개월간 감각통합치료를 추가로 받았다.      


5세 경 치료스케줄 (54개월 현재)

-인지행동치료 주 1회: 작년과 똑같이 유지하고 있다.      

-치료놀이 주 1회 유지: 작년과 똑같이 유지하고 있다. 앨리스의 상호작용놀이 기술이 많이 향상되어 최근에는 치료내용이 가족 상호작용놀이에서 또래 친구와의 상호작용놀이로 변경되었다. (짝치료)      

-감각통합치료 주 1회(6개월): 작년과 똑같이 유지하다가 스케줄 문제로 종결했다.     

-특수체육 주 1회: 감각통합치료 종결 후 대근육 활동을 위해 새로 시작했다.      

-언어치료 주 1회: 서울대에서 실시한 57개월 언어평가 결과 조음치료를 받는 것이 좋겠다는 소견이 있어서 조음 위주의 언어치료를 다시 시작했다.      

-PCIT (4개월): 부모자녀 간 올바른 상호작용 및 훈육 방법에 대해 제대로 알고 싶어 2년 전에 명지대 통합치료대학원의 PCIT 수업에 대기를 걸었는데 드디어 대기가 풀려 치료 수업을 시작했다. 나의 양육자로서의 놀이 습관 및 앨리스의 생활 습관을 잡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4개월간 앨리스와 함께 실습한 후 수료했다.      

-음악치료 주 1회(5개월): 즐겁게 악기를 배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소근육을 정교하게 움직이는 연습을 할 수 있어서 시작했으며, 개별 피아노 레슨을 시작하면서 종결했다.      

이 밖에도 앨리스는 두 돌 이후 이비인후과에서 3개월마다 청능 치료를 받으며, 순번이 돌아올 때마다 청각언어치료를 월 2회, 6개월씩 받고 있다.      


만 3세~5세 자폐스펙트럼 치료 설계 직접 해보기

▶어떤 치료를 받아야 할까?

만 3세 이상의 발달지연 아이들은 어떤 치료를 받아야 할까? 만 3세는 자폐진단검사의 신뢰도가 높아지는 시기다. 따라서 이전까지는 전반적 발달지연 진단을 받았던 아이라도 소아정신과의 진단 결과에 맞게 치료의 방향을 새롭게 결정해야 한다. 특히 자폐진단검사 결과 자폐스펙트럼장애로 확인되는 경우에는 아이의 사회성 향상을 위해 사회적 기술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치료를 주치료로 정한다.   


자폐스펙트럼장애의 근거기반치료법으로 가장 잘 알려진 것은 바로 ABA다. 그렇다고 모든 자폐스펙트럼 아이에게 ABA 치료가 필수인 것은 아니다. 언어 지연이 크지 않고 모방과 자조 능력이 또래와 비슷한 경우 굳이 ABA 방식이 아니어도 또래와 비슷하게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어지연이 크고, 모방과 자조능력이 또래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경우, 혹은 문제행동이 심해서 건강과 안전에 위협이 되는 경우, 아이에게 ABA 치료를 진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ABA 치료를 하기로 결정했다면 ABA가 주치료가 되고 그 이외의 치료들은 부치료가 된다. ABA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면 앨리스처럼 사회성을 기르기 위한 발달놀이치료가 주치료가 되고 그 이외의 치료는 부치료가 된다.      


▶ABA가 주치료가 되는 경우

ABA 치료의 특징은 비싸다는 것이다. ABA 조기 교실은 ABA 이론을 기반으로 하는 소집단 그룹 수업이며, 하루에 최소 3시간 이상 진행한다. 낮병동과 같이 집중적인 치료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최소 비용이 한 달에 200만 원이 넘는다. ABA 일대일 치료의 경우도 보통 1 세션의 비용이 10만 원 내외이며, 대부분의 ABA 센터는 발달재활바우처와 실비가 적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ABA를 시작했다면 짧은 기간 동안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부모도 ABA를 함께 배워서 ABA의 기본 원리를 익히도록 하고, 궁극적으로는 부모도 치료사가 되어야 한다.      


▶발달놀이치료가 주치료가 되는 경우

언어 지연이 크지 않고 일반적인 또래와 같은 방식으로도 잘 배울 수 있다면 ABA 치료가 필수는 아니다. 이런 경우 사회성을 기르기 위한 발달놀이치료가 주치료가 된다. 이때 실비가 가능한 소아과 부설 발달센터와 발달재활바우처를 받아주는 센터에서 발달놀이치료를 받으면 최대한 지출을 아낄 수 있다. 하지만, 플로어타임, RT, 치료놀이, PCIT 등 특정 치료를 주력으로 하는 센터의 경우 바우처 적용이 안 되는 곳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경제적 여건이 허락하지 않는다면 특정 치료를 고집하기보다는 바우처 이용이 가능한 센터에서 선택이 가능한 놀이 치료를 선택하도록 한다. (치료는 장기적인 것이므로 지속가능하지 않다면 큰 의미가 없다.)  

   

▶그 밖의 치료

ABA와 발달놀이치료 이외에도 언어치료, 감각통합치료, 작업치료, 인지행동치료, 음악치료 등 자폐스펙트럼 성향을 가진 아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발달치료들은 정말 많다. 주류의학에서 인정하지 않는 치료까지 포함한다면 선택의 폭은 더욱 넓어질 것이다.      


▶치료는 얼마나 해야 할까 

조기 진단과 조기개입은 자폐스펙트럼 아이의 예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면 효과적인 조기개입을 위해 치료를 얼마나 많이 받아야 할까? ABA의 경우, 조기개입을 위해 권장하는 치료 시간은 주당 25시간 이상이다. 꼭 ABA가 아니더라도 많은 발달치료들이 치료를 많이 받을수록 효과가 좋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생각하면 지극히 상식적인 주장이다. 하지만 좀 더 멀리 내다본다면 최소 권장 시간은 의미가 없다. 왜냐하면 ABA를 비롯한 모든 발달치료들은 치료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으나 실제로는 의학적 행위가 아닌 사실상 일상을 큰 어려움 없이 살아가는 데 도움을 주는 훈련 혹은 교육 행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든 발달재활치료들은 많이 받아서 나쁠 것은 없으나 적게 받는다고 치명적이라고도 볼 수 없다.    


따라서 어떤 치료 수업을 얼마나 받을 것인지 정하는 것은 철저히 양육자의 몫이다. 이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할 것은 아이의 발달 수준(진단)이며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양육자의 경제력이다. 좋은 치료를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는 같은 치료를 얼마나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면 좀 더 비싼 치료나 잘 알려지지 않은 치료도 시도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형편이 여유롭지 않다면 실비 청구가 가능한 병원 센터나 바우처 사용이 가능한 사설 센터만 이용하는 것도 괜찮다. (앨리스는 다양한 가격대의 치료 수업에 모두 참여해 보았지만, 수업의 가격과 치료의 효과가 비례하는 것은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아이가 가정으로부터든, 병원으로부터든, 비싼 센터로부터든 필요한 지원을 얼마나 지속적으로 제공받을 수 있는가이다. 아이에게 필요한 지원이 아이가 독립을 하는 그날까지 적절하게 제공된다면 아이가 비싼 치료를 받고 있지 않더라도 상관없다. 따라서 아이의 독립 시기가 언제가 될지 모르는 만큼 양육자의 경제력에 맞추어서 치료를 하는 것은 필수이다.     


그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바로 양육자의 체력이다. 나는 앨리스가 세 돌이 되었을 때 복직을 했고 삼 년째 퇴근 후 센터로 다시 출근하는 생활을 하고 있다. 이는 체력적으로 결코 쉽지 않다. 그래서 집안 살림은 거의 하지 않고, 주말에는 특별한 계획 없이 잠을 많이 자는 편이다. 또한 체력적으로 한계에 부딪혔다면 치료 수업을 잠시 내려놓는 지혜도 필요하다. 치료 수업에 다니지 않더라도 아이가 일상을 살아가는 것 자체가 아이의 일상생활적응을 돕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ABA와 발달놀이치료는 어디서 받을 수 있을까 

ABA는 ABA를 전문으로 하는 아동발달센터에서 주로 실시하며 센터 이름에 ABA가 들어가는 것이 특징이다. 간혹 소아과부설 아동발달센터에도 ABA 과목이 개설이 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      


발달놀이치료의 경우 놀이치료 과목이 개설된 아동발달센터에서 받을 수 있다. 상담 전 아이의 성향을 미리 이야기하고 발달놀이치료가 가능하다고 하는 곳에서 시작하면 된다. ESDM은 ABA 센터에서, RT, PCIT, 플로어타임은 각 치료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특정 센터에서 받을 수 있지만, 일반 아동발달센터에 개설되는 경우도 있다. (치료센터를 고르는 법은 전자책에서 더 자세히 다룬다.)     


※장애인복지관에서도 사설 센터보다는 저렴한 가격으로 각종 치료를 받을 수 있지만 대기가 매우 긴 편이기 때문에 집 근처가 아니면 굳이 찾아볼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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