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모르면 큰돈 날리는 발달치료의 세계 (3)
※발달치료는 발달지연이나 발달장애의 증상을 완화하기 위한 모든 재활 요법을 뜻한다. 이 글에서는 편의상 ‘치료’라는 용어를 쓰고 있지만 발달장애는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미리 밝힌다.
언어치료(speech language pathology)
언어치료가 무엇인지는 잘 몰라도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모든 발달재활치료 중에서 가장 대중적인 치료이며 수요가 많은 치료이기 때문이다. 언어치료란 여러 가지 요인으로 인해 언어적 어려움이 발생한 아동과 성인의 의사소통능력을 향상하기 위해 언어재활사가 행하는 전문적인 교육이다.
하나의 세션은 보통 30분에서 50분 사이이며, 언어 지연의 폭이 크다면 최소 주 2회 이상의 세션에 참여하는 것을 권한다. (앨리스의 경우 언어 지연이 심했던 16개월 경에는 주 4회의 언어 치료 세션에 참여했다.) 아이가 24개월 미만이라면 주양육자가 치료실에 함께 들어가서 수업 내용을 지켜보고 가정에서 같은 활동을 아이에게 반복해 주도록 한다. 언어의 발달은 인풋의 양이 절대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이다. 병원과 사설 센터 모두에서 언어치료를 할 수 있지만 자주 해야 하는 치료인 만큼 유명한 곳보다는 접근성이 좋은 곳이 좋고 발달재활바우처나 실비 사용이 가능한 곳이 좋다. 치료사는 언어재활사의 자격이 있어야 한다.
ABA(Applied Behavior Analysis/응용행동분석)
치료의 효과가 연구로 입증된 근거기반치료(Evidence-Based Treatment)의 하나로 자폐스펙트럼 장애의 가장 대표적인 치료법으로 알려져 있다. 좋은 행동은 상을 주어 강화하고 나쁜 행동은 벌을 주어 소거한다는 행동주의 이론을 바탕으로 한다. 자연스러운 성장 발달을 지원하지 않고 기계적으로 행동을 가능하게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있다.
ABA에 근거한 교수학습방법인 DTT(Discrete Trial Training)는 인간이 배워야 하는 모든 행동을 아주 잘게 잘라서 최소단위로 제시하는 것으로 대표적인 ABA 교수법이다. 36개월 이전의 영유아의 경우 DTT 보다는 ABA에 기반한 놀이중심치료인 ESDM(Early Start Denver Model) 치료를 권장한다. ABA는 보통 일대일로 진행을 하지만 비슷한 아이들을 모아서 그룹으로 교육하는 경우도 있다. 보통 “조기 교실”이라고 부르며 ABA 이론을 기반으로 하루에 3시간 이상의 집중 교육을 실시한다.
대부분의 ABA 치료는 ABA 전문가(BCBA)가 상주하는 ABA 전문 센터에서 이루어진다 (보통 바우처 및 실비는 적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간혹 소아과 부설 발달센터에서도 ABA 치료를 진행하기도 한다. ABA 치료는 자격을 갖춘 치료사를 찾는 과정이 까다롭다. 아직 국가공인자격증은 없으며 가장 공신력이 있는 자격증은 국제자격증인 BACB이다. 그런데 유명 ABA 센터 중에서도 대표만 BCBA 자격이 있고 치료사는 아직 자격이 없거나 국내 민간 자격증만 있는 경우도 있다. 물론 국제자격증 소지자가 국내 민간자격증 소지자보다 치료를 무조건 잘한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실제로 나의 아이를 치료할 사람이 어떤 자격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은 기본이다.
놀이치료(Play therapy)
놀이치료는 아동의 다양한 심리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놀이를 사용하는 치료이다. 따라서 놀이치료 그 자체는 발달지연 혹은 발달장애 아동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따라서 발달지연 아동은 놀이치료 중에서도 아동의 발달 문제를 대상으로 하는 발달놀이치료를 받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 양육자는 반드시 치료 시작 전에 치료사에게 치료의 목적을 상세하게 밝히고 치료사의 자격을 확인해야 한다. 아직 국가공인자격증은 없으며 한국놀이치료학회 등 다양한 협회에서 민간 자격증을 발급하고 있다. 놀이치료는 보통 사설 센터에 개설되어 있는 경우가 많으나 간혹 실비 처리가 가능한 병원에 개설되기도 한다.
치료놀이(Theraplay)
아동과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심리치료의 일종으로 미국 치료놀이협회에서 자격을 관리한다. 놀이를 통해 아동과 양육자 간의 건강한 애착 관계 형성을 지향한다. 한국 치료놀이협회 홈페이지에서 치료사 현황을 확인할 수 있다.
RT(Responsive Teaching/반응성 교수)
아이의 흥미와 관심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아동의 인지, 정서, 의사소통 발달을 촉진할 수 있도록 상호작용 능력을 향상해주는 교육 및 중재프로그램이다. 미국의 아동가족중재센터(CICF)에서 개발되었으며, 한국 RT협회에서 국내 민간자격증을 관리하고 있다.
PCIT(Parent-Child Interaction Therapy/부모–아동 상호작용 치료)
부모-자녀 관계의 질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둔 단기치료로써(보통 20주 미만) 3세에서 7세 사이의 아동과 그들의 양육자들을 주 대상으로 하고 있다. 행동치료와 놀이치료의 장점을 선별하여 결합한 코칭 프로그램이다. 크게 아동주도 상호작용인 CDI와 부모주도 상호작용인 PDI로 나뉜다. PCIT 자격증은 국제 PCIT 협회에서 발급하며 한국 PCIT 협회 홈페이지에서 국내 자격증 보유자 명단을 확인할 수 있다.
플로어타임(DIRFloortime)
보상과 처벌을 강조하는 전통적 치료법과 달리 내적인 변화와 정서를 강조하는 치료 접근법이다. 치료사가 아동의 리드에 따르며 아동이 좋아하는 놀이에 참여하여 아동과의 강한 감정적 연결을 통해 아동의 기능적 정서발달역량(FEDCs)을 촉진한다. 미국 DIRFloortime 협회에서 자격을 발급하며 국내에 자격을 가진 사람이 소수이므로 치료사의 자격을 반드시 확인한다.
작업치료(Occupational Therapy)
손상이나 질병, 질환, 장해를 지닌 환자들에게 일상생활의 활동들을 가르치는 치료이다. 영유아의 경우 보통 소근육 훈련 활동으로 이루어져 있다. 병원에서 보험가로 저렴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으므로 소근육이 느린 경우 반드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치료사는 작업치료사(국가공인)의 자격을 갖추어야 한다.
감각통합치료(Sensory Integration Therapy)
여러 감각(시각, 청각, 촉각, 미각, 전정감각, 고유 수용성 감각 등) 정보를 처리하고 통합해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치료이다. 운동발달치료 및 작업치료의 기초를 이룬다. 감각처리에 어려움이 있는 경우 감각통합치료가 필요하다. 병원과 센터에 모두 개설되어 있으며 치료사는 작업치료사의 자격(국가공인)을 갖추어야 한다.
물리치료(Physical Therapy)
여러 가지 물리적 요소를 이용하여 환자를 치료하는 방법이다. 영유아의 경우 물리치료는 대부분 운동치료로 이루어진다. 대근육의 발달이 또래보다 느린 아이들에게 필수 치료이지만 보통 만 3세가 지나고 보행이 가능하면 대근육이 느리더라도 물리치료 대신 감각통합치료나 특수체육 등의 치료를 권장하는 편이다. 물리치료는 병원에서만 실시하며 치료사는 물리치료사 자격증(국가공인)을 갖추어야 한다.
발달치료는 어디에서 받아요?
발달치료(이하 치료)는 크게 병원과 사설 발달치료센터(이하 센터)에서 받을 수 있다. 병원은 또 3차 병원(상급 종합병원, 주로 대학병원), 2차 병원(종합병원), 1차 병원(의원급 병원)으로 나뉘는데 3차 병원으로 갈수록 치료의 대기 기간이 길고 접근성이 떨어지는 반면, 1차 병원으로 갈수록 대기 기간이 짧고 접근성이 좋다. 이 중에서 2차 병원(보통 재활의학과가 있는 병원)에는 낮병동이라는 시스템이 있는데, 이 낮병동은 만 3세 이전 조기개입의 치료비 절감과 집중 치료를 가능하게 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낮병동
입원과 외래의 중간 형태. 병원에서 잠은 자지 않고 아침에 입원하여 오후에 퇴원하는 형식으로 하루에 6시간 이상 병원에 상주하여 각종 치료를 집중적으로 받고 귀가하는 것을 뜻한다.
사설 센터는 병원보다 훨씬 다양한 치료가 가능하며, 접근성이 좋다. 또한, 대체로 대형 병원에 근무하는 치료사들보다 경력이 많은 편이다. 치료비의 경우 병원이 아니라서 실비 처리는 되지 않지만, 바우처를 받는 일부 기관에서는 자기 부담금만 내고 이용할 수 있다. (치료실 선택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전자책에서 다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