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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앨리스맘 뤼 Oct 16. 2024

자폐스펙트럼 아이 치료비로 수천만 원 쓴 후기

잘 모르면 큰돈 날리는 발달치료의 세계 (2)

앨리스는 생후 10개월에 물리치료를 시작으로 발달재활치료의 세계에 입문했다. (보통 선천성 난청이 있는 경우 언어치료를 먼저 시작하는데 앨리스는 15개월이 지나서야 첫 언어치료를 시작했으니, 언어치료보다 물리치료를 먼저 시작한 특이한 케이스다.) 어쨌든 앨리스가 단순발달지연이라고 생각했던 두 돌 전후에는 치료비가 거의 들지 않았다. 당시 앨리스는 대부분의 치료를 재활병원 낮병동에서 받았는데 재활병원에서 사용한 치료비는 실비청구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낮병동은 입원의 한 형태이기 때문에 실비를 청구하면 입원 일당까지 받을 수 있었다. 그래서 앨리스는 사설 치료센터에서 언어치료를 추가로 받았지만 치료에 쓴 돈보다 돌려받은 돈이 더 많았다.     


하지만 앨리스가 30개월이 된 이후 상황은 달라졌다. 인생의 대부분을 치료실에서 보냈던 앨리스는 발달 검사상 더 이상 느리지 않은 아이가 되었지만 여전히 또래들과는 여러모로 달랐다. 가장 큰 특징은 대화를 의사소통의 수단으로 사용하지 않고 자기 생각을 일방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쓴다는 것이었다. 그로 인해 또래 친구들에게 관심이 매우 많음에도 불구하고 또래들과 거의 어울리지 못했다. 따라서 치료의 방향을 발달지연극복에서 사회성의 향상으로 바꾸어야 했다. 재활병원의 낮병동을 종결하고 발달놀이치료를 중심으로 새롭게 치료를 세팅했다.      


사회성 향상이라는 새로운 방향으로의 치료 세팅 후, 어느새 아이의 치료비는 내 연봉에 가까워졌다. 한국 나이 4세 이후 앨리스의 치료비는 매년 2000만 원 이상씩 들어갔다. 날을 잡고 아이의 치료비를 계산했던 적이 있었는데 낮병동 종결 이후 약 2년 동안 최소 오천만 원 이상이 사용되었다. (치료실을 다니며 사용한 주유비와 주차비 등 부대비용을 고려하면 더 많은 돈이 들어갔을 것이다.) 물론 일 년에 억대의 치료비를 쓰는 분들도 있기에 객관적으로 우리 가족이 특별히 치료비를 더 많이 사용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무리 내가 쓴 치료비가 국내 최고액수는 아니더라도 한 사람의 연봉에 해당하는 액수라면 반드시 이 생각은 해봐야 한다. 부자가 아닌 평범한 가족이 한 사람의 연봉에 해당하는 금액을 오로지 아이의 발달재활치료에 써야 하는 상황은 합리적인 것일까 하고 말이다.     


일 년에 수천만 원이 들어간 발달치료는 효과가 있었을까?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우리가 그때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도 어차피 앨리스는 이 정도로 성장하지 않았을까? 어차피 걷게 되었을 거고, 말도 잘하게 되지 않았을까? 치료의 효과가 있기는 한 걸까? 사실 이런 생각은 아이에게 발달재활치료를 시키고 있는 모든 양육자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생각일 것이다.     


치료의 효과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치료를 하든, 하지 않든 간에 아이들은 “성장”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내 아이의 성장 중 어떤 것이 치료의 효과이고 어떤 것이 자연스러운 성장의 결과인 것인지 구분하기가 매우 힘들다. 또한 발달재활치료라는 것이 애초에 효과를 측정하기 어려운 것이다. 발달재활치료는 이름만 “치료”일 뿐 결국 증상을 완화하는 훈련 혹은 교육의 개념이다. 아이들이 가진 발달장애를 근복적으로 낫게 해주는 “치료 행위”가 아니라는 말이다. 병을 낫게 해주는 치료의 효과는 병이 없어진 것을 근거로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발달재활치료는 애초에 발달장애를 낫게 해주는 것이 아니기에 치료의 효과를 직접적으로 확인할 방법은 없다.     


그렇다면 발달재활치료 줄여서 치료라고 부르는 훈련 혹은 교육 행위에 과연 수천만 원을 투자할 가치가 있을까. 앨리스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앨리스는 30개월 이후부터 재활병원 낮병동을 벗어나 상당한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발달놀이치료를 시작했다. 막 발달놀이를 시작했던 30개월쯤의 앨리스와 현재(만 5세)의 앨리스를 비교해 보자면 30개월의 앨리스보다 지금의 앨리스가 훨씬 세련된 말을 구사하고, 다른 사람의 말도 더 잘 듣고, 상호작용놀이의 규칙도 더 잘 이해하고 지킨다. 그리고 이는 앨리스가 성장하며 자연스럽게 터득한 것도 있지만 대부분은 발달놀이치료 시간에 꾸준히 반복하며 연습한 것을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일반화한 결과이다. 이는 내가 앨리스의 주양육자로서 앨리스의 성장에 대해 느낀 점을 요약한 것이며 발달놀이치료의 효과를 데이터나 수치로 객관화시킬 수는 없다. 위에도 언급했듯이 어디까지가 치료적 개입으로 인한 것인지 어디까지가 자연스러운 성장으로 인한 것인지 완벽하게 구분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영유아 시기에 발달치료에 올인을 하는 것은 좋으나 올인을 할 때는 가정이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하는 것을 추천한다. 결과를 확신할 수 없는 장기레이스에서는 절대로 경제적으로 무리를 하면 안 된다. 결국 모든 양육자들의 최종 목표는 아이의 완전한 독립인데 아이가 독립할 수 있을 때까지 몇 년의 시간이 걸릴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혹은 독립을 할 수 없는 상황까지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양육자는 아이의 진로 설정과 자조 능력 향상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데 이것은 일주일에 한두 번 방문하는 치료센터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아이의 진로를 설정하고 자조 능력을 향상할 수 있는 곳은 가정과 학교다. 따라서 최대한 발달재활바우처를 사용할 수 있거나 실비를 청구할 수 있는 센터를 이용하여 치료비를 절감하고, 부족한 부분은 엄마표 (혹은 아빠표) 놀이로 채워주는 것이 장기적으로 좋다. (물론 가정형편이 넉넉하여 세션당 7만 원에서 10만 원 이상에 달하는 치료비를 내는 것이 큰 부담이 없다면 할 수 있는 선에서 치료(수업)를 많이 받는 것은 절대 나쁘지 않다. 말 그대로 의료 행위가 아니라 교육이기 때문이다.)     


치료에 너무 많은 돈을 쓰는 것에 대하여 부정적으로 언급했지만 나는 알고 있다. 다시 앨리스가 30개월이 된다면 나는 똑같은 선택을 할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최선을 다했고 후회하지 않는다. 설사 투자한 만큼의 효과를 뽑아내지 못했더라도 말이다.      


괜찮은 센터 좀 추천해 주세요

나는 지금까지 인터넷에서 유명하다는 센터를 검색하거나 추천받아서 가본 경험이 많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방문했던 센터들의 유명세와 치료사들의 실력은 비례하지 않았다. 또한, 보통 유명세는 센터장이 만드는 것인데 어차피 실제 치료는 센터장이 아닌 다른 치료사가 하는 경우가 많아서 유명세 자체는 센터를 고르는데 좋은 기준은 되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특정 센터를 추천하지도 않고 무조건 유명한 곳으로 방문하는 것도 추천하지 않는다.      


센터를 찾을 때 고려해야 할 가장 중요한 조건은 치료사의 유명세나 실력보다는 집까지의 거리이다. 특정 센터에서 치료 수업을 시작하면 최소한 6개월에서 일 년 동안 최소 일주일에 한 번, 혹은 그 이상 집에서 그 센터까지 아이와 함께 다녀와야 하는데 이는 양육자에게나 아이에게나 체력적으로 매우 도전적인 일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반드시 집에서 가까운 센터를 선택해야 한다. (가능하다면, 차량으로 편도 10분 이내)      


그리고 그다음에는 내 아이를 가르치게 될 치료사의 자격이 확실한지 확인해야 한다. (이것은 사전에 인터넷을 통해 알아보거나 치료사나 센터 측에 직접 문의할 수 있다.) 치료를 시작한 후에는 반드시 한 달 정도는 치료사가 어떻게 아이를 지도하는지 지켜보고 치료사의 실력에 대해 판단해야 한다. 내 아이와 잘 맞는지, 가정이나 기관에서 실천할 수 있는 팁을 주는지, 치료 중 발생한 일 혹은 아이의 성장이나 문제행동에 대한 구체적인 피드백이 있는지 등을 체크한다. 이 모든 조건을 만족한다면 좋은 센터이다. 직접 경험해보지 않고는 절대 고를 수 없는 것이 좋은 치료사와 좋은 센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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