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awwassen ⇔ Swartz Bay
밴쿠버에서 빅토리아로 가는 뱃길, 페리가 단순한 교통수단만은 아니란 생각이 들 만큼 내내, 아름다운 풍경을 만난다.
잠깐 햇살을 덮은 낮은 구름 아래로 호젓하게 가고 있는 떠나가는 배, 그 작은 배가 끌고 가는 스스로 만든 물살이 어찌나 적막하고 아름다운지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마치 우리들 삶의 뒷모습을 보는 것 같다. 때론 남루하고 자주 고단해도 끝내 삶을 향한 예찬을 멈출 수는 없는, 그래서 외롭기도 한.
어느새, 오래 잊었던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낯선 풍경을 만났을 때, 저절로 떠오르는 시구나 노래가 있는 건 퍽 멋진 일이다. 마치 잘 갈무리된 추억이 보내는 타전 같다. 나는 아직도 그의 LP를 갖고 있다.
언제 다시 오마는 헛된 맹세도 없이
저 무욕의 땅을 찾아가는 배
어쩌면 아름다운 건,
영원한 게 아니라 사라지는 것들 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뱃길 끝에서 만난 절경,
노을.
멀리 보이는 밴쿠버 항,
정확한 쓰임새도 모르면서 항만의 저 구조물들을 볼 때마다 나는, 뜬금없이 '기린'을 떠올린다. 아프리카의 사바나가 바다가 되는 순간, 사막의 풀잎처럼 눕던 기억이 물결이 되어 다시 일어선다.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다는 건 자유일 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