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저녁, 지워진 나무 _ Lafarge Lake
편안하다는 것은 무엇일까.
억지로 접었던 그리움이 다신 펴지지 않고
카드뮴 블루처럼 날 선 기억도 무뎌져
단 한순간의 뜨거움도 베어내지 못하고
함께 있으나 떨어져 있으나
탐내지도 않고
아파하지도 않고
표정 없는 바람처럼
그렇게 서로의 빈집을 드나드는 것,
그것일까.
툭,
숨겨둔 슬픔마저 꺾인다.
내 안 어딘가 빈집에
네가 살고 있을 때 나는 불행했고
네가 살고 있지 않으니 더 불행하다
너를 알고 난 후로
행복은 묵음이 되었다.
끝내
그 빈집 허물어져
바람의 통로마저 잊혀지면,
그게 끝인가.
그리던 나무를 지우다
사실 지우고 싶은 건 나였다고
몰래 고백하며
푸른 저녁 한 덩어리
꿀꺽 삼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