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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결락 Mar 06. 2020

슬픔

단상

슬픔



영의정 김전이 그 아들의 제문에 이렇게 썼다.

“지난해엔 네가 아들을 잃더니만, 금년엔 내가 너를 잃었다. 부자간의 정리定離를 네가 먼저 알았구나. 상향.”

단지 두어 마디 말을 썼을 뿐인데, 마음속 정이 깃들어 있어, 읽으매 슬퍼할 만하다.

-어숙권, 「패관잡기」中



울음을 삼키고 붓을 들었으니, 글이 깊다. 손자를 보냈을 땐 몰랐던 아비의 마음을 아들이 죽고 나야 알게 되었다. 아비보다 먼저 죽는 아들의 심정 또한 알 길이 없으니 차마 그것 쓸 수가 없다.


아아, 제문에 올릴 백 마디의 모든 情도 이젠  나의 죄가 되었구나. 움푹 패 인 눈으로 침착히 향을 올린다.


슬픔에도 스승이 있구나. 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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