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가시 없는 장미, 이젠 꽃을 피울 수 있기를.

by 헤르만

보고 싶은 동생에게...


날로 화창함을 더해가는 날씨 속에 동생아 그동안도 잘 있었니?

엽서를 보낸 그다음 날인가 너의 편지가 도착했더구나. ‘신희망 사항’의 내용을 보고 얼마나 웃었는지, 이곳 기숙사 사람들에게도 읽어 주었더니 배꼽이 빠질 정도로 웃더라.

요즘 서울의 날씨는 어떤지, 이곳의 날씨는 아열대성 기후라 마치 변덕 잘 부리는 일본 사람의 기질을 닮아 있다고들 하더구나. 4월 28일~5월 6일은 이곳 일본의 ‘골든 위크엔드’라고 해서 계속 휴일이란다. 날짜별로 살펴보면 29日은 천황의 생일, 5.3일은 헌법의 날, 5/5일은 어린이날(이곳엔 어린이날이 두 개가 있다고 한다. 5/5일은 남자 어린이들만의 날이라고 해서 물고기 모양의 깃발을 가족 수대로 만들어 집의 높은 곳에 걸어 놓는단다.)

참, 너의 모의고사가 걱정이다. 자는 시간 같은 걸 잘 조정해서 꾸준히 학력고사 당일까지 밀고 나가면 될 것 같다. 미안하다. 옆에서 도움이 되지 못하고... 보고 싶구나. 아빠도. 엄마도.... 내일부터는 다시 학원의 시작이다. 학원 옆에 들어보았니. 와세다 대학이라고 있어 도서관에서 공부를 할 예정이란다. 와세다 대학이라고 치면 서울에서는 연대 정도 된다고 하고 東京도오쿄오 대학이 서울대, 게이요오 대학이 고려대 정도라고 하더라.

학구열은 일본이 세계에서 제일 높다고 하던데 내가 보건대 우리나라만큼 못한 것 같다. 이제 이곳에 온 지 한 달이나 지나 벌써 두 달째로 접어드는구나. 오늘은 요 옆방의 언니가 방을 얻어 나갔다. 늘 같이 지내던 사람이 빠져나가니 왠지 옆구리가 시린 듯 허전하더라. 동생아 그러고 보면 지금 학력고사까지의 시간을 정말 잘 활용해야 한다. 이곳엔 거진 대학을 졸업하고 온 사람들인데 일류대는 못되고 그 밖의 大學 정도, 취직의 걱정이나 더 좋은 일자리를 갖기 위해 온 사람들이 많다.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너는 지금의 시련을 잘 참고 견뎌 내리라 믿는다. JS는 잘 있니. 요즘은 심부름시키는 사람이 없이 일신이 편해졌겠다. 따뜻하게 대해 주어라.

이곳에는 대학을 들어가기 위해 유학생 시험이 둘 있단다. 하나는 사비 유학생을 위한 ‘유학생 통일 시험, 12/10일 정도’, 그리고 내가 3급을 땄던 ‘일본어 능력시험 1급’이 필요하단다.

일본어 능력시험은 12월 3일 정도, 통일시험은 세계사, 영어, 수학 많이 필요하단다. 그래서 그것의 점수를 가지고 아무 대학이나 들어갈 수 있다. 전문대는 이곳에서 대학이라 부르지 않고 그냥 학원이라고 부르더라. 나는 이번 12월달의 시험을 쳐볼 예정이란다. 동생아, 편지 좀 자주 해라. JS에게도 쓰라고 그래. 옆방 할머님은 잘 계시니. 안부 전하렴. YE이도 보고 싶구나. 그리고 HJ, HO, HJ에게 전화번호를 써서 보내니, 편지 좀 하라고 꼭 좀 전해라. 셋다 편지를 보냈는데 한 명도 답장이 없다.(나쁜 것들-농담.)

네가 학교에서 하던가 집에서 꼭 해봐라.

그럼 이만 쓴다. 잘 있어. 건강에 유의하고...


1990.5.6. 일본에서 언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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