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언니는 무슨 일이 있어도
꺾이지 않을 거야.

가시 없는 장미, 이젠 꽃을 피울 수 있기를.

by 헤르만

사랑하는 동생에게...


사쿠라 꽃이 만개하는 이곳 일본의 봄이 무지 아름답게 느껴지는구나.

하지만 어둡고 긴 터널을 통과해야만 하는 것의 일례처럼 아뜩한 느낌이 더욱 세차게 나를 부여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잘 있었니.

언니가 없어도 여전히 무서운 자기 컨트롤을 하며 유지하고 있지?

풀어진 안개자락처럼 막막하게 느껴지는 한국으로부터의 거리감이 이곳이 일본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기까지를 무척 힘들게 하고 있다.

하지만 기숙사 시설이 무척 훌륭하고 여기 함께 지내는 한국인들도 모두 뚜렷한 자신의 목적이 있고 착한 사람처럼 보인다.

이곳은 2층 건물로 모두 이층까지 있는데 일층의 열 개 정도의 방은 女子들이, 위층의 나머지 열 개의 방은 남자들이 쓰고 있다. 한국에서의 공중목욕탕만큼 크진 않아도 시설이 충분하고 넓은 목욕탕도 있고 식당시설도 꽤 크고 가격이 싸다. 아침과 저녁 두 끼를 사서 먹는데 아침은 250엔 저녁은 조금 더 잘 나와 400엔이다. 무척 싼 편이라고 한다. 아마도 규칙적인 식사가 유지되는 편일 것 같아 건강엔 무리가 되지 않을 거 같구나.

참, 오늘은 언니가 아르바이트 자리를 얻었다. 여기에서 좀 떨어진 거리이긴 해도 프랑스 식당을 경영하는 여사장의 막내딸을 돌보는 아르바이트가 추천되어 오늘 가서 면접보고 4/1일부터 하게 됐다. 아이는 여자로 9살이라고 한다. 9살 먹은 아이를 굳이 맡길 필요가 있을까 여겨지기도 하지만 글쎄이니라 사람의 사고하는 영역이 무진장 큰 차이가 있으니 언니로서는 걱정이 되는감이 있지만 부딪쳐보는 수밖에... 주위의 같은 한국인들은 보수도 좋고 정말 좋은 일자리라고 하더라. 다 네가 기도해 주는 덕분 같다. 사랑하는 동생아. 지금은 어둠이 더욱 깊고 농일하게 젖어들고 있는 새벽 1시경이다. 이 시간쯤 공부에 열두하고 있을 네 모습을 떠올린다.

서울에 있을 때 너에게 조금 더 잘해주지 못한 것 때문에 마음이 아리다. 하지만 누구보다 크나큰 사랑으로 너를 생각한단다. 이곳 기숙사의 전화번호와 주소를 적어 보내니 그리로 편지 보내고 혹시 친구한테서 전화 연락이 오면 가르쳐 주어도 된다.

보고 싶은 동생아. 이 언니는 무슨 일이 있어도 꺾이지 않을 거야. 그러니 걱정하는 마음일랑은 절대 가지지 마. 아빠에게도 안부 전해주고 건강에 주의하시라 전해주어라. 이웃 할머니에게도 안부 전해라.

참 널랑은 유학 같은 건 생각지 마라. 고독하다고 느껴지는 것만큼 괴로움이 없다는 걸 뼈저리게 느끼고 있기 때문이란다. 4월 5일부터 정식 수업이 시작된단다.

너를 정말 사랑한다. 이겨내자. 우리 앞에 놓여진 생의 무게를... 기도하자 같이. 또 편지하마.


1990. 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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