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헤르만 Dec 30. 2023

오스트리아의 Salzburg 잘츠부르크에서 띄운다

가시 없는 장미, 이젠 꽃을 피울 수 있기를.

가시 없는 장미, 이젠 꽃을 피울 수 있기를.

1994. 8. 10

(독일에서)

Liebe 동생아,

이곳의 여름은 빠르다. 

아침, 저녁으로 쌀쌀한 바람이 불어 마치 한국의 전형적인 9월 중순 무렵이나 10월의 가을을 연상시킨다. 서독에서도 함부르크 밑에 위치한 북쪽에 위치한 이곳 Bremen은 여름이란 계절 감각이 그다지 없는 듯하다. 그저 잠깐 들러 모습을 비추고 사라져 가는 행인처럼 여름은 아주 짧은 기간 동안만 방문할 뿐이다. 백화점에는 벌써 가을, 겨울의 점퍼, 스웨터 등을 세일하고 있을 정도로 이들은 벌써 겨울 준비를 하고 있다. 유럽에서의 처음으로 장기 체류는 내게 여러모로 많은 각성을 가져다주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일본과는 또 달리 체구적으로 훨씬 크며 머리색깔, 눈색깔, 피부 빛깔이 다른 게르만족계의 독일인들->이어 짐     

->섞이어 처음에는 컬처 쇼크라고 할까. 이질감이라고 할까 밖에 나가는 것조차 꺼렸는데 이제는 하나둘씩 찬찬히 둘러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겨 나름대로의 비교를 해볼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전혜린이 1950년대 유학을 와서 지내었던 나라에 발을 디디고 있다는 사실 또한 시간과 공간은 상이하지만 그녀가 호흡했던 그 자리에 있다는 사실이 내겐 커다란 위안이 되고 있다. 

오늘은 마을 중심에 위치한 아시아 식품점에 다녀왔다. 주인아주머니가 한국사람으로 라면 두서너 개를 살 뿐인데도 , 그릇에서 팔고 있는 김치를 그냥 가져가라며 주었다. 얼마나 고마운지 같은 한국 사람으로의 정이 물씬 느껴졌다. 유럽 어디에서나 또한 일본에서도 느끼기 힘든->

한국인 특유의 끈끈한 ‘정’의 의식이라고 할까.

합리적이며 맺을 때와 끝이 분명한 변증법적, 또한 자기중심적이라고 불리는 이곳 독일인들의 개념으로는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모습이라고 본다. 

보림아. 검도부의 연습은 잘하고 있는지? 검도에 관해서 언니는 잘 모르기 때문에 그저 상상에서 나마 보림이가 목검(?)을 들고 육중한 몸으로 적을 날렵하게 물리치는 장면을 그려본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신체적인 단련보담 정신적 자세의 임함에 있다고 본다. 

강인한 정신력을 가진 보림이가 보다 더 확고부동한 정신력의 소유자가 될 수 있기를 언니는 빈다. 부전공 ‘경영학’에 대한 문제도 신중하게 생각해서 결정할 수 있기를...

순간적인 기분이 되지 않도록...

Bremen 단과대학에서의 독일어 수업 덕으로 조금씩 입과 귀가 열리는 것을 느낀다. 그럼 또 연락하마. 건강히...     

8/10. 94. 언니로부터

이 엽서는 오스트리아의 Salzburg 잘츠부르크에서 띄운다.


언니가 잘츠브르크에서 보낸 실제 엽서 사진


이전 03화 Dear Liebe Mutter (그리운 엄마에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