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 없는 장미, 이젠 꽃피울 수 있기를.
보고 싶은 동생에게...
하나--
‘신록이 우거진 (한자)의 계절’, 녹음의 푸르름에 눈이 시립도록 신선하다. 그동안도 잘 지냈는지? 7월 22일 Frankfurt에 도착. 약 11시간 정도 비행기 안에서 무료하게 앉아서 왔기 때문에 지면에 발을 내딛는 순간이 무척 감격스러웠던 것 같다. 프랑크푸르트에서 다시 북쪽에 위치한 Bremen을 향해 4시간의 열차여행. 마치 지구의 극단 지점을 향해서 가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Bremen’‘브레멘의 음악대’로서도 유명한 이곳은 한적하고, 지나치게 ‘이성적인’ 색채가 강한 느낌이 흐르는 곳이다. 들뜬 것, 감정이 흔들리는 것들이 배제되어진 독일의 지성이라고 할까. 어른스러움이 느껴지는, 한편으론 무료하기까지 한, 이곳의 날씨는 한국이나 일본의 9월의 중순과도 같이 밤이 되면 써늘하게 느껴질 정도이다. 덕분에 日本의 뜨거운 염열을 피할 수 있는 것 같다.
둘--
이곳에 도착한 다음날 Universitatsee 라고 하는 호수에 가 보았다. ->브레멘의 마스코트 광장이라는 곳이야. 믿기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나체로 해수욕을 즐기는 독일인들을 직접 눈으로 보았단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알몸이 되어 썬텐을 한다거나 호수에 첨버덩거리며 휴가를 즐기고 있는 이들의 모습을 보고 처음 3분간은 어디에 눈을 둘지 몰라 어쩔 줄 몰라했지만 이상스럽게도 3분이 지나자 나도 모르는 사이 아무런 느낌도 느끼지 않게 되었다. 오히려 자연스럽다는 느낌조차 들기 시작했다. 옷을 걸치고 있었던 나 자신이 오히려 이상스럽게 느껴지기 시작될 정도로...
‘컬처쇼크’라고 하는 것은 이런 것들일까.
그건 그렇고, 이틀간 정도 독일을 떠나 네덜란드와 벨기에를 돌아보았다. 일본에서 유레일 패스를 구입해 왔기 때문에 유럽 어디라도 패스 한 장으로 통과될 수 있었다. 브레멘에서 열차로 4시간 정도 가면 바로 국경을 지나 네덜란드였다.
-->셋
열차로 아무렇지도 않게 국경을 지나 外國을 갈 수 있는 이곳 유럽인들이 부럽게 느껴졌다. 바다가 육지보다 높은 풍차와 튜울립의 國 네덜란드, 도착한 곳은 수도 암스테르담으로 센트럴역에서는 많은 배낭족 여행자들이(주로 10~20대 전반) 바닥에 털썩 앉아 있는 모습이라든가 마치 국적 불명의 도시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이번 여행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곳은 벨기에의 Brugge(브루쥬)라고 하는 ‘불꽃의 베네치아’라고 불리는 곳이었다. 중세의 건물들이 고스란히 남겨져 있어 마치 Time머신에 의해 돌아간 듯 시간의 감각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운하의 요트를 타고 주변을 둘러보았는데, 주변의 아름다웠던 (景色) 경치는 영영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보림이와 같이 꼭 다시 와 보고 싶다고 느꼈다. 8/1일부터 학교의 수업이 시작된다. 또 연락할게. 무척 보고 싶다.
너를 사랑하는 언니로부터.
1994.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