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가 그리워지는 마음
날 때부터 시골쥐와 서울쥐가 나누어져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흰 피부에 깔끔한 아이를 보면 너는 도시에 사는 아이 같다고들 한다. 사실 타고난 피부가 하얗고 햇볕에 노출돼도 금방 원래의 흰 피부로 돌아가는 그런 유전자도 있다. 부럽기만 한 그런 유전자, 태생적으로 타고난 것을 바꿀 수는 없겠지만 입맛은 살아온 것의 영향을 받는 것 같다.
시골, 구례에서 태어나 살아왔지만 깔끔하게 차려입고 아무 말하지 않고 있으면 감히 구례촌년이라고 생각지 않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사투리는 쉬이 바꾸기 어려웠고 친환경적 삶에 익숙했던 탓에 도시에서 하룻밤만 자면 다음날 버스를 탈 때면 감기에 걸려서 돌아오곤 했다.
그랬던 연어가. 경남 창원이라는 도시에서 15년을 살았다.
경상도 사투리에 얼큰한 돼지국밥과 밀면에 익숙해지고 달달한 돼지갈비에 매콤한 국수나 냉면을 함께 먹는 것이 당연한 삶이었다. 게다가 다양한 삶과 사람에 익숙해져 있어서 돌아온 고향은 내가 가진 경험의 기억만큼 멀어져 있었다.
문득 멕시코 출신의 사장님이 만들어 주는 타코나 과카몰리가 그리워진다.
큰 마트에 가서 신선한 아보카드를 합리적인 가격에 잔뜩 사서 김밥에 넣어먹는 사치를 부리고 싶어 진다. 이곳에도 열대과일을 살 수 있다. 마트에도 판다. 그러나 도시의 그 맛이 아니다. 도시에서 느끼던 과일의 당도가 아니다.
구례에서 창원으로 도착하면 느껴지는 매퀘한 냄새 그 뒤에 느껴지는 나무들의 향기.
창원에서 구례로 돌아와 차창 틈으로 들어오는 풀냄새 그 향긋함. 탁 트인 하늘과 높은 지리산. 민물의 비린내가 희미하게 느껴지는 섬진강. 어딜 가도 아는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작은 삶의 터전.
사람은 익숙해지면 어떤 환경에도 적응하는 환경순응적인 동물이라고 했던가.
나이가 들어서일까 도시가 그러워서일까.
기름을 잔뜩 두르고 냉장고에 넘치고 넘치는 애호박을 왕소금을 넣고 볶으면 아보카도 맛이 난다.
안 먹던 음식이 맛있어지면 나이가 들었다는 의미라고 했던가.
구례는 작지만 건강하고 다양한 농산물들이 있다. 그중 하우스에서 재배되는 오이, 방울토마토, 애호박은 지인 중 한두 명만 농사지어도 포장이 잘못되고 상품성이 떨어지는 모양이면 몇날며칠 대가족이 명절 내내 먹을 만큼 얻을 수 있다.
어떤 때는 제값 주고 살 때가 이상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어떤 것은 구례 내에서 사기가 힘들기도 하다. 상품성이 좋아서 서울이나 큰 마트에 먼저 납품되어서 그렇다고 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주머니 가벼운 날엔 지인찬스 덕분에 호사를 누리고 그때마다 도시의 아보카도맛을 원 없이 즐긴다. 모양도 아보카도랑 비슷하고 색도 비슷하고 기름에 절여진 향도 사실 살짝 비슷하다.
궤변 같지만 개인적이며 지극히 주관적인 맛의 성향이다.
어쩌면 코로나19 덕분에 미각이 잘못된 것일지도 모른다.
도시에 대한 그리움이 길어져 가지만 도시로 돌아가기엔 지금의 삶에 너무 많이 젖어버린 것 같다.
목표한 것이 완성되면 주 3일 도시에서 살다올까 라는 생각을 해보고 있다.
수업준비로 컨디션 조절중이에요.
사람을 만나는 일을 할때는 컨디션 조절이 매너가 되어버린거 같아요.
수업준비는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일상이었어요. 그러나 코로나19는 변수가 많은 친구에요. 애써 준비한 수업이 멈추기도 하니깐요. 당분간 관리하는 마음으로 조신하게 정해진 스케줄만 소화하려고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