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훈련-
햇빛 좋은 5월. 공수 훈련이 시작됐다.
재수가 알기에 공수 훈련은 공수부대나 받는 훈련이었다. 그런데 정찰대라는 듣도 보도 못한 해괴한 부대에서 그걸 한다니, 참 쓸데없는 짓만 골라하는 곳이라 생각했다. 쓸데없는 짓인 건, 공수부대는 비행기에서 뛰어내리기나 하지, 정찰대는 열기구에서 낙하한다고 했기 때문이었다. 풍선 타고 하늘로 올라가 낙하산 타고 내려오다니. 이 얼마나 동화처럼 아름다운 훈련인가?
어젯밤 꿈속에 나는 나는 풍선 타고~ 구름보다 더 높이~ 올라올라 갔지요.
정찰대 동산에서 삽질을 할 때~ 이리저리 나를 찾는 그녀의 얼굴.
조 중사가 훈련계획을 설명하는 동안 재수는 뜬금없이 동요가 생각 나 훈련계획을 비웃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런데....
"이리저리 나를 찾는 그녀의 얼~굴.."
재수는 그녀가 자신의 편지를 기다리고 있을 걸 생각하니 억장이 무너져 그만 슬픈 가사가 입 밖으로 튀어나오고 말았다.
“누구야! 노래 부른 놈.”
조 중사의 시커먼 얼굴이 붉어졌다.
아차!! 재수는 죽었구나 생각했다. 하늘 같은 고참들 사이에 끼어서, 그것도 소대장이 훈련계획을 브리핑하는 자리에서 한낱 이등병이 노래를 부르다니. 빼도 박도 못하고 그 자리에서 죽을 각오를 했다.
“소대장님. 노 이병 요즘 어디 아픈 가 봅니다.”
최 상병이었다.
“어디가 아픈데 노래를 해?”
“머리가 아픈 가 봅니다. 노 이병이 요즘 자면서도 헛소리하고.. 정신적으로 많이 힘든 거 같습니다.”
재수가 자면서 헛소리한 건 사실이었다. 악몽을 꾸다 식은땀을 흘리며 깬 적도 있었다. 연거푸 휴가가 취소되고 그녀와 만날 가능성이 점점 희박해지자 초조와 불안을 껴안고 잠자리에 들면서 나타난 증상이었다. 그런데 그 사실을 최 상병이 알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노 이병. 이따 소대장실로 오도록.”
죽음 직전에 자신을 구출한 최 상병이 재수는 너무도 고마웠다. 쫄다구라 지금은 어쩌지 못하지만 제대해서라도 은혜를 꼭 갚고 싶을 만큼 감사한 사람이었다. 최 상병은 재수가 역시 사람은 사람됨이 먼저라 생각하게 된 첫 번째 계기가 됐다.
브리핑이 끝나고 소대장실에 꼿꼿이 서 있는 재수를 조 중사는 안타깝게 바라봤다.
“재수야. 너 힘든 거 있으면 말해. 이 소대장이 다 해결해 줄게.”
이상했다. 소대장이 계급이 아니고 이름을 부르다니. 그리고 재수가 아는 조 중사는 이렇게 친절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냥 또라이였다.
“아닙니다. 힘든 거 없습니다.”
“괜찮아, 말해. 이 소대장 앞에서는 다 말해도 돼.”
“아닙니다. 진짜 괜찮습니다.”
“어허~ 말하라니까. 이 소대장이 해결해 준다잖아.”
불도저에 끈질기기까지 했다.
“누가 괴롭히냐? 전 병장이지? 내 이 새끼를 그냥...”
조 중사는 자기 혼자 열을 내고 씩씩대며 담배를 물었다. 확실히 이상했다. 그리고 슬그머니 짐작이 가는 게 있었다. 누나.
“소대장님. 저만 괴롭히고 그런 사람 없습니다. 어젯밤 악몽을 꾸느라 잠을 잘 못 자서 헛소리가 잠깐 튀어나온 것이지 말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힘들어도 이겨내는 게 정찰대 대원이지 말입니다. 이겨 내겠습니다.”
이미 조 중사의 특성을 파악한 재수는 다시 한번 그 특성을 이용해 난감한 상황을 모면하기로 했고, 그 작전은 제대로 먹혔다. 씩씩거리며 담배를 피우던 조 중사는 금세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담배를 비벼 껐다.
“그래, 바로 그거야. 그게 정찰대 정신이야. 좋았어. 나가 봐.”
조 중사는 역시 단순 무식했다. 어쩌면 말년 병장인 전 병장을 자기도 어쩌지 못할 것임을 알고 반가워했을 수도 있었다. 아무튼 이제 누나는 면회 오지 말라고 편지를 써야 했다.
다들 공포의 공수 훈련이라지만, 재수에겐 유치하고 동요를 떠올릴 만큼 어설픈 공수훈련일 뿐이었다. 그런 재수에게 희소식이 날아들었다. 훈련 성적 상위 5%는 4박 5일 휴가라는 것이 그것이었다. 아파트 옥상 난간에 걸터앉아 세상을 내려다보는 게 취미였던 재수에겐 포상 휴가를 받을, 그야말로 절호의 기회였다. 정찰대 총원이 70명, 그럼 4명 안에만 들면 되는 거였다. 고참들은 뺀질댈 게 뻔했다. 확실한 승률이었다.
재수는 어릴 적부터 높이 오르는 것을 유난히 좋아했다. 학교, 아파트, 상가건물 옥상은 재수 놀이터였고 고삐리 때부턴 학교 옥상이 주 활동 무대였다. 뭐, 거기서 학내 불량 써클 놈들과 맞짱 뜨면서 지내긴 했지만, 어쨌든 높은 곳은 죄다 재수의 놀이터였다. 특히, 옥상 난간에 걸터앉아 자신이 자란 가난하고 번잡스런 동네가 조용히 노을에 덮이는 걸 볼 때가 가장 좋았다. 때론 친구들과 고층 아파트 보일러 굴뚝에 빨리 오르기 시합도 했는데, 도전자들 모두 굴뚝 중간쯤에서 포기하고 하얗게 질린 얼굴과 풀린 다리로 재수에게 판돈을 갖다 바쳤다. 재수는 밤에도 높이 100미터가 넘는 굴뚝 철 계단에 걸터앉아 야경을 감상하기도 했다. 높은 곳에 올라 세상을 보면 땅바닥에서 부대끼며 살 때와 완전 다른 세상에 있는 듯 묘한 감상에 젖곤 했다. 하늘 가까이에 앉아 있으면 아등바등 사는 부모님, 악다구니를 쓰며 지지고 볶는 이웃 아줌마, 아저씨들을 보느라 찌든 마음과 가난의 열등감에서 잠시나마 해방될 수 있었다. 그런 재수는 자대 배치 후, 옆 부대인 항공대 헬기가 떠오를 때마다 할 수만 있다면 헬기 조종사가 되었으면 했다. 그리고 하늘을 나는 꿈을 꾸었다. 그러니 이번 공수 훈련은 하늘이 준 기회임이 분명했다. 훈련 전날, 재수는 교육대 사격 훈련부터 지난번 실종자 수색까지 번번이 틀어진 휴가를 이번엔 기필코 받아내고 말겠다는 굳은 각오를 했다.
훈련은 지상 훈련 3주, 낙하 훈련 1주해서 총 4주간 이뤄졌다. 낙하는 재수에게 아무 문제가 없었다. 문제는 지상 훈련이었다. 말이 지상 훈련이지 그저 지상에서 뺑뺑이 돌고, 구르고, 엎드려뻗쳐 있는 것이 전부였다. 물론, 착지 훈련이라고 50센티 정도 되는 단 위에 올랐다가 뛰어내리면서 발끝, 오른 발목, 오른 무릎, 오른 엉덩이, 등, 왼쪽 어깨 순으로 땅 위를 구르는 훈련이 있었지만, 재수가 보기에 그건 얼차려를 주기 위한 구실일 뿐이었다. 잘해도 구르고 못하면 더 구르니 말이다. 낙하는 훈련생 본인의 생명과 직결되니 높은 군기가 필요하겠으나 최 상병 말대로 그 군기를 시도 때도 없이 굴려서 만든다는 사고 자체가 이해되지 않았다. 구르면 없던 군기가 잡히는 건가? 구를수록 체력이 고갈되어 군기는커녕 정신줄 놓기가 더 쉽다는 걸 짧은 몇 개월의 군 생활 동안 수없이 경험한 재수는 이런 군대 문화를 만든 장본인을 꼭 만나고 싶었다.
3주간의 지독한 지상훈련 아니, 얼차려를 마치고 광주 매산리 공수훈련장에 입성했다. 공수 훈련장은 전국의 훈련대상자들이 다들 모여 있는 곳이라 공기부터 달랐다. 차갑고 살벌했다. 악을 쓰는 소리가 잠시도 끊이지 않았고, 군가와 교관의 불호령이 여기저기서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 막사로 이동하는 도중에 오리걸음으로 재수네 대열 옆을 지나는 여군들을 보고도 호기심보다 공포심이 먼저 들었다. 여자라도 공수훈련받는 여군은 남자들과 다를 게 없었다. 온몸 진흙투성인 채로 박박 기며 악을 쓰는 모습에선 당장의 고통을 이겨내려는 절박함만 느껴질 뿐이었다. 또 부러져라 허리를 제끼며 군가를 불러대는 특전사 대원들의 눈엔 살기마저 서려있었다. 저들을 잘못 건드렸다간 낙하하기도 전에 다리가 부러질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런 분위기에 압도된 정찰대 대원들 모두 겁에 질려있을 때, 재수는 어서 빨리 낙하산을 메고 저 하늘 높이 올라갈 생각만 했다. 그리고 낙하산을 타고 서울까지 날아가 시장에 착지하는 상상을 했다.
대망의 낙하 날.
아침부터 조별로 낙하 거부자가 나타났다. 죽으면 죽었지 투신은 못 하겠다는 이들이었다. 그만큼 절박한 이유가 고소 공포증이라는 걸 들었지만, 그런 걸 겪어 본 적 없는 재수로서는 눈 딱 감고 두 번만 뛰어내리면 제대할 때까지 생명수당이 나오는데, 3주간 그렇게 박박 굴렀으면서 결국 마지막 단계에서 포기하는 게 이해가 안 됐다. 정찰대 훈련이 죄다 그랬던 것처럼 이번 훈련도 제대할 때까지 한 번만 수료하면 되는 흉내 내기였으므로 포기자 중엔 재수 보다 고참도 있었고 쫄따구도 있었다. 당연히 낙하를 거부하는 쫄따구들에게는 혹독한 얼차려와 구타 세례가 쏟아졌다. 다른 부대 낙하를 보니 그런 훈련생이 정찰대에만 있는 게 아니었다. 몇몇 훈련생은 열기구에서 끝내 점프를 하지 않자 조교가 냅다 발로 차서 떨어지게 했는데, 얼마나 무서웠으면 끝내 열기구에 달려있는 모래주머니를 부여잡고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모습도 여럿 보았다. 그 순간에 모래주머니라도 잡는 그 반사 신경이 재수는 놀라웠다. 기왕 떨어진 거 가만있으면 저절로 낙하산이 펴질 텐데, 기어코 매달려 안 떨어지겠다고 발버둥 치는 모습이 재수는 이해가 안 됐다. 매달려 있는 건 안 무섭나?
공수부대건 특공대건 낙하 거부자들이 인간한계를 넘는 얼차려와 폭력에도 도무지 마음을 바꾸지 않자 각 부대 교관들은 마지막 수단을 썼다. 그건 등짝에 ‘난 낙하가 무서워요.’란 커다란 종이를 붙이고 여군 숙소에 가서 1인당 10명씩 싸인을 받아오는 것이었다. 참으로 치욕적인 수단이었는데도 그들 모두는 싸인을 기꺼이 받아왔다. 재수는 고소 공포증이 남자의 자존심 정도는 가볍게 밟아버릴 정도로 무서운 거란 걸 이때 처음 알았다.
낙하는 예상대로 재수에겐 껌이었다. 열기구가 올라간 높이는 기껏해야 300백 미터. 지상에서 기구를 타고 서서히 올라갈 때, 재수는 마치 놀이동산에 온 착각이 들 정도였다. 그러나 재수는 마음과 달리 교관의 체면을 위해 잔뜩 겁먹은 척 연기를 했다. 재수는 열기구에서 점프를 한 후 낙하산이 펴질 때까지 자유낙하 하는 3, 4초간 배가 꺼지는 듯 아찔함이 짜릿해서, 어차피 똑같이 개고생 할 바엔 차라리 낙하를 전문으로 하는 공수부대로 차출이 될 것이지 하고 아쉬워했다.
1차 낙하를 아쉽게 마친 후, 재수에게 또다시 절망적 소식이 전해졌다. 훈련점수 상위 5%는 정찰대를 대상이 아니라 공수훈련장 입소자 전체 대상이라는 것이었다. 군대 정보가 이렇게 허술해서야. 하~. 또 한숨이 절로 나왔다. 도대체 계획대로, 바라는 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었다. 군대에선 기를 쓰면 쓸수록 일이 꼬였다. 또 한 번 기회가 날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3주를 구르고 이곳까지 와서 1차 낙하를 마친 마당에 포기할 수 없었다. 특전사든 특공대든 일단 붙어보고 결과를 받아들이는 게 마음이 편할 터였다.
낙하를 전문으로 하는 특전사 공수부대의 낙하 전 연습 훈련을 본 재수는 흉내 내기에 급급한 정찰대가 자신에게 지상훈련은 제대로 가르친 건지부터 의심이 들었다. 그들 교관이 일일이 자세를 잡아주는 모습과 조 중사가 가르친 지상 훈련이 비교되자 더욱 그랬다.
‘저 또라이는 낙하를 몇 번이나 해봤을까?’
결국 스스로 해결해야 했다. 그들을 훔쳐본 결과, 자유 낙하 때의 자세와 땅에서의 착지자세, 그리고 곧장 낙하산을 말아 옮기는 속도가 관건이라 결론을 내린 재수는 교관인 조 중사보다 특전사 교관이 외쳤던 자세를 머릿속으로 세뇌하듯 암기하며 그들의 훈련모습을 눈에 꼭꼭 눌러 담았다.
드디어 두 번째 낙하가 시작 됐다. 첫 번째 때 낙하를 즐기던 마음을 고쳐먹고 자세를 만들기 위해 온 정신을 집중하며 점프를 했다.
그날 저녁 두 번의 낙하를 마치고 숙소로 들어온 재수에게 또 비보가 전해졌다. 보충대부터 함께 지내 온 덕환이 두 번째 낙하에서 다리가 부러져 후송 됐다는 것인데, 다리야 뼈만 다시 붙으면 되는 것이라 진짜 문제는 따로 있었다. 이제 덕환은 제대 전에 그 지겹고 혹독한 지상 훈련부터 다시 받아야 하는 신세가 된 것이다. 군대 상식에 관해선 국방부 장관을 해도 손색없을 놈이 어째서 실제 훈련엔 저렇게 맥을 못 추는지, 정말이지 의문의 녀석이었다. 그런데 그때, 최 상병이 또 한 번 기지를 발휘해 기막힌 꼼수를 찾아냈다. 덕환의 훈련 번호를 달고 누군가 대신 낙하를 하자는 것이었다. 전국에서 모인 훈련생이 워낙 많으니 평가단이나 낙하 교관도 누가 누군지 일일이 확인할 수 없을 거라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정말이지 최 상병의 후임을 생각하는 마음은 한없이 넓고 깊었다. 그렇게 고참들에게 시달리면서도 아직 천사 같은 마음을 유지하고 있는 그가 재수는 신기하고 존경스러웠다. 뿐만 아니라 주민등록증도 없고, 군번줄을 일일이 확인 할리도 없으니 참 신박한 꼼수가 아닐 수 없어서 대학물 먹은 사람은 머리도 기발하게 돌아간다고 생각했다.
무식한 조 중사는 잠시 고민하는 척 연기를 하더니 어쩔 수 없다는 듯 표정을 지어 보이며 지원자를 찾았다. 재수는 손을 번쩍 들었다. 덕환이 수방사에서 이 그지 같은 정찰대로 오게 된 것도 자신 때문이고 그래서 다리도 부러졌다. 재수는 죄책감을 덜고 싶었다. 재수를 본 조 중사는 역시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승낙했다. 그렇게 재수는 한 번 더 하늘을 날았다.
모든 공수 훈련과정이 끝나고 부대로 복귀하는 트럭에서 부대원들은 훈련장에 올 때와 비교할 수 없는 목청으로 군가를 불렀다. 특전사처럼 고공 낙하도 아니고 헬기 낙하도 아닌, 애들 장난 같은 기구 낙하 하고는 무슨 대단한 임무를 완수한 듯 자부심 넘치는 표정들이 우스웠지만, 생각해 보니 지상 훈련 때의 육체적, 정신적 고통의 강도는 별반 다를 게 없어서 그럴 만도 하겠다 싶어서 재수도 큰 목소리로 군가를 외쳤다. 그럼에도 한반도에 전쟁이 발발한 긴박한 상황에 열기구를 타고 적지로 향한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만화 같아서 군가를 부르는 도중 웃음이 나는 걸 참느라 자꾸 삑사리를 냈다.
낙하 1주일 후, 재수는 부대장 앞에 꼿꼿이 섰다. 그 옆에 조 중사도 칼 같은 자세로 서 있었다.
“노 이병. 너 훈련에 그렇게 열심히라며? 아주 좋아. 내가 너 교육대에서 보고 그럴 것 같더라. 내가 보는 눈이 있지?"
부대장이 조 중사를 보고 으스대며 말했다. 조 중사는 당연히 그렇다는 표정을 지으며 박수를 쳤다.
“게다가 다른 대원 낙하까지 해줬다고? 좋아. 아주 좋아. 그게 전우애야. 에~ 공수 훈련장에서 노 이병 성적이 왔다. 놀라지 마. 너 상위 1 프로야!! 우하하. 노 이병은 이제 우리 정찰대의 명예이자 자랑이다. 우하하.”
재수의 어깨를 두드리는 부대장의 얼굴엔 자부심이 넘쳐흘렀다.
“하~ 참. 내가 분명 보는 눈이 있어. 그치?”
부대장은 아까 한 말을 또 했다. 그러자 조 중사는 아까보다 더 큰 몸짓으로 박수를 쳤다.
‘딸랑이 같으니라구’
“노 이병. 지체 없이 당장 휴가 가도록. 이상!”
“맹~~ 수!!!”
재수는 부대장실이 떠나가도록 크게 경례를 하고 부대장실을 나왔다. 부대장 말대로 재수는 지체 없이 그 길로 곧장 휴가를 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군복도 다려야 하고, 군화도 광내야 했으며, 두발 정리도 해야 했다. 물론, 휴가증이 나오면 다음날부터 휴가가 시작되는 게 당연한 걸 부대장이 모를 리도 없었다.
재수는 휴가를 받으면 뛸 듯이 기쁠 줄 알았다. 세상이 화들짝 놀랄 만큼 환호성을 지를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휴가증을 받으니 눈물이 나려고 했다. 그래서 곧장 화장실로 가 변기를 붙잡고 앉았다. 그리고 끅끅 소리 죽여 울고 말았다.
‘아, 드디어 가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