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렛맨

-프롤로그-

by 미스틱

-작의 -

로데오(Rodeo) : 길들이지 않은 말이나 소를 타고 굴복시키거나 버티는 경기.

사람들은 말한다. 성인이 된다는 것, 철이 든다는 건 때에 따라 세상에 굴복할 줄 알고 타협할 줄 아는 것이라고. 자본주의사회에서 돈에 굴복하고 영혼마저 거래하는 자신을 우리는 그렇게 위로하며 산다.


어느 날 우연히 TV에서 본 로데오 경기에서 그 야생마들의 말없는 몸부림에 가장 원초적인 모습으로 태어나 점차 추하게 길들여져 갈 수밖에 없는 인간의 모습이 겹쳐졌다. 얼마 오래지 않은 시절, 부의 상징인 강남 압구정 로데오 거리에서 ‘부류’로 나누어진 채 양극적인 삶을 살아가는 인간 군상들의 풍경을 통해 ‘욕망이 인간이 어떻게 길들이는가, 또는 인간이 욕망을 어떻게 길들이는가 하는 단편적 예를 그려 보게 되었다.

이 글은 그때 쓴 시나리오를 소설로 각색한 것이다. 소설이라지만 소설처럼 풀지 않고 영화 장면처럼 써 봤다.

-프롤로그-

2인승 포르쉐. 부웅부웅 요란한 엔진 소리를 내고 서 있다. 곧이어 빠른 속도로 또 다른 스포츠카가 나타나 맞물리더니 이내 두 대가 범퍼가 닿을 듯 마주 보고 비좁은 골목을 요리조리 빠져나간다. 아마도 운전 실력을 뽐내는 듯하다. 그러나 두 대는 이내 주차된 차들 사이에 난 좁은 공간으로 단번에 퍼즐처럼 끼워진다. 운전솜씨보다 주차실력을 경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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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여 평 남짓한 건물 야외 주차장 입구에서부터 벤츠 'smart' 차량이 줄줄이 후진으로 맞물려 들어온다. 순서대로 지체 없이 주차장 한쪽에 도열하는 'smart' 들. 마치 진열된 프라모델 같다. 앞뒤로 마주 보며 주차된 8대의 'smart' 차량들이 옆에 있는 중형차 서너 대의 크기보다 작아 보인다.

달리는 차창 밖으로 거리의 네온이 흐느적대며 흐르고 있다. 환하게 밝혀진 의류 매장들, 귀금속 매장들, 패스트푸드점, 그리고 그 앞을 서성이는 젊은 인파들이 생기 있게 스쳐 지나간다.


달리는 차 앞 유리로 도시의 빌딩과 네온이 역시 흐느적대며 흐른다. 투박한 손이 룸미러를 슬그머니 내리면 뒷좌석에서 상의를 벗고 애무에 열중인 젊은 남녀가 비친다. 다시 룸미러를 조정하니 치마 속에서 긴 다리를 타고 내려오는 여자의 팬티가 보인다. 이내 룸미러에 비춰진 여자의 벗겨진 상체가 커지며 다가오는가 싶더니 이내 룸 미러가 홱 꺾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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