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 하나 꽂으면 반 이상 맞힐걸?

그 느낌 아니까~

by 달빛처럼

병원은 매일 다른 사람이 온다.

민원을 접수하는 곳이거나 서비스센터, 음식점 같은 곳도 매일 낯선 사람들이 올 거다. 매일 불특정 다수의 사람과 일한다는 것은 긴장의 연속이다. 언제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는 그런 긴장.


대학 때 롯데0아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1년 반 정도 일을 하면서 몇 달에 한 번씩 시험을 쳤다. 나름 진급시험이라 재료에 들어가는 소금의 중량까지도 외워야 했다. 그렇게 진급을 하고 마지막으로 주문을 받는 리더 메이트까지 올라갔다.


그때부터 사람들과 더 많이 마주한 것 같다. 어린이 손님들에게 '아줌마, 햄버거 하나 주세요.'라는 말을 들으며 속으로 '이 짜식들이!'라고 하기도 했고, 외국인 손님들이 오면 땀을 뻘뻘 흘리며 손짓 발짓으로 주문을 받기도 했다. 가장 어렵고 '별로'인 사람은 아주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작은 곳에서 그들의 성품이 드러났는데, 바로 계산할 때였다.


아르바이트생이고 어려 보이니 무시하는 사람도 많았다. 돈을 건넬 때 데스크에 '탁'하고 내려놓는 사람도 많았다. 반말을 쓴다거나 명령조로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콜라 리필을 할 때도 말도 없이 빈 콜라 컵을 데스크에 탁탁거리는 사람도 있었다.(정말 그 컵에 침을 뱉어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런 사람들을 겪고 이제 병원으로 왔다.

병원은 더 어려운 것이 바로 '아픈 사람'이라는 점이다. 멀쩡한 사람도 대하기 힘든 경우가 많은데, 아픈 사람은 일단 그 자체로 예민함이 증가한다. 게다가 사고를 당해 신체가 손상된 분들은 심리적으로도 더 불안정했다. 경미한 산재환자들은 성희롱 발언도 서슴지 않았고, 그때는 절대적으로 환자가 갑, 병원 직원들이 을이었다.


치료를 하는 30분~50분 사이에 벌어지는 일들은 그 사람들의 등장만으로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다.

환자가 가지고 온 차트를 우리에게 건네기도 전에 데스크에 탁! 하고 던지는 사람, 온갖 세상의 아픔을 간직한 듯 보이는 표정을 하고 오는 사람, 묻는 말에 대답도 하지 않고 턱을 까딱하며 오만하게 있는 사람, '어디가 아프세요?'라는 물음에 '그 차트에 안 쓰여있나!'라며 화를 버럭 내는 사람. '내가 누군지 알고'라며 '이깟 병원'에 일하는 주제에 자신을 대접해주지 않는다고 하는 사람, 치료 부위가 보이게 옷을 걷어달라고 하면 '니가 벗겨라'는 사람, 누워서 '물 떠달라, 휴지 가져와라, 내 가방에 있는 핸드폰 꺼내라, 전화해라'등등 요구를 하는 사람......

너무 많아서 다 쓸 수가 없을 지경이다.


그 사람의 등장만으로 이 모든 것을 예상할 수가 있다고 했는데, 어떻게 그렇게 됐는지는 모르겠다. 아마도 무수히 많은 사람들을 보다 보니 그런 감이 생긴 것 같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 눈빛 하나 등에서 그 사람의 전체적인 느낌이 난다. 오죽하면 속담에 '한 가지를 보면 열 가지를 안다'라고 했겠나. 그런 환자의 등장은 무언가 기운을 느끼게 한다. 말없이 차트만 건네받고 자리로 안내했을 뿐인데, 이상한 기운이 느껴진다. 무언가 불편하다. 오늘 처음 오신 분이 아니라면 이 전에 오셨을 때 어떤 일이 있었는지 생각을 더듬어본다. 아니 그냥 때가 되어 치료할 시간에 처치하러 들어가 보면 딱 답이 나온다.


굉장히 예민하다던지, 말을 퉁명스럽게 한다던지, 요구사항이 많거나, 손이 많이 가는 스타일이거나. 치료에 협조를 하지 않거나 등등 위에서 이야기한 그런 스타일이 하나 이상 나온다.


병원에서 환자가 무조건 공손해야 한다는 게 아니다. 적당히 지켜야 할 예절, 매너만 지키면 되는 일이다. 나이가 어리다고 무조건 반말을 쓰기보다는 서로 존중해주면 안 될까? 내가 돈 내고 오니까 그만큼의 서비스를 받아야 한다? 맞지만 치료사도 사람인지라 정말 착한 환자에게 하나 더 해주고 싶기 마련이다. 진상인 사람들은 자신이 진상인지 모른다. 그만큼 자기한테 손해인 줄도 모르고.


같이 일한 선배가 그랬다.

'우리도 어디 가서 대나무 하나 꽂으면 반 이상 맞출걸? 사람 딱 보면 이상한 사람은 다 맞추잖아.'

맞아 맞아. 물개 박수를 치며 공감했다.

그 느낌 알지 알지. 그 느낌 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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