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을 하지 않는 날들이, 마음을 설명해 준다
화장을 하지 않는 날들이 늘어갔다. 거울 앞에 서면 무언가를 덜어내기로 결심한 내 얼굴을 마주했다. 컬러는 쓰지 않고 기초만 챙기게 되었다.
피부 위에 아무것도 얹고 싶지 않다는 마음.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싶은 날들이 쌓였다.
그렇게 피부를 돌보는 시간이 길어졌다. 클렌징을 천천히 하고, 토너를 바르고, 로션이나 크림을 바를 때 손끝이 닿는 내 얼굴의 결을 느끼게 된다.
어릴 때부터 아토피 피부였고, 성인이 되어서도 환경에 쉽게 반응하는 피부를 갖고 있다. 그래서 나에게 기초화장품은 단순히 ‘바르는 것’이 아니라 매일 나를 안심시키는 루틴이었다.
이제는 화장을 하지 않아도 괜찮은 날이 많아졌다. 예전엔 ‘예뻐 보여야 하니까’를 기준으로 살았는데, 지금은 ‘편안하게 있고 싶어서’를 중심으로 고른다. 나를 가리는 일보다 나를 드러내지 않아도 되는 안심이 더 소중하다는 걸 알게 된 지금.
기초만 챙기는 일은 어쩌면 나를 돌보는 일의 시작이자 마음을 다독이는 가장 사적인 시간이었다. 오늘도 기초만 챙긴 채 조용한 하루를 시작해 본다. 그게 나를 잘 돌보는 방법이라는 걸 이제는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