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가 “고위공직자 재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대충 들어보니 기업 경영자 출신 몇몇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부동산 자산가들인 것 같았다. 문득 “누가 이 땅의 첫 번째 주인이었을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이 땅은 내 땅이오!”
맨 처음 이 말을 내뱉은 이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46억 년쯤 전에 생겨난 지구. 대략 45억 9천9백9십9만 몇 천 년 동안은 생명체라면 누구나 등기권리증 없이 공유할 수 있었던 땅들이었다. 물론 덩치가 크고 힘이 센 동물들이 돌아가면서 대장질은 했겠지만 자기 새끼들에게 물려주거나 필요하지도 않은 땅을 더 넓히려 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그런데 어느 날, 지구가 생겨난 후, 한참 늦게 출현한 호모 사피엔스들이 이 지구를 정복한다. 모두 빈손으로 태어났음에도 이들이 땅을 소유할 수 있었던 방법이란, 어느 날 갑자기(거의 동시에) 땅의 중요성을 깨달은 다음 치고받고 싸워서 차지했거나 아니면 대부분 땅에 대한 관심을 깨닫지 못하고 있을 때 미리 그 가치를 예견하고 슬쩍 깃발을 먼저 꽂아서가 아니었을까?
전자는 <물리적인 힘이나 권력을 가진 센 놈>이었을 테고,
후자는 <머리가 잘 돌아가는 전략가>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봉이 김선달 같은.
이 둘의 공통점이 있다면, 그것은 약탈자라는 것과 또 살아가면서 “잘 났다.”는 소리를 한두 번쯤은 들었을 것 같다는 것이다.
그러면 언제쯤 이런 일들이 일어났을까?
적어도 수렵채집을 하던 때는 아니었을 것 같고, 어딘가 정착을 한 다음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부터가 아닐까? 이렇게 정착한 시기는 (우리가 대체로 알고 있는 것과는 달리) 이동하면서 살았던 이 전의 시기에 비해 사람들의 삶의 질이나 정신적, 육체적 건강이 훨씬 나빠졌다고 한다. 이는 수렵과 채집 시절에 비해 고른 영영소를 섭취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한 곳에 머물러 살게 되면서 생기는 전염성 질병에도 자주 걸리게 되고 또 ‘죽어라!’ 일만 반복해야 되는 상황 때문이었다고 설명한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의 농업혁명” 중 부분 인용)
한편 정착 생활로 인해 집단과 계급이 자연적으로 생겨났고, 이런 과정에서 생겨난 지배자 또는 권력자와 그들 주변에서 기생하며 놀고먹는 떨거지 같은 강자들도 생겨났을 것이다. 아마도 이들 <지배자와 권력자 그리고 놀고먹는 강자들> 중에 누군가가 이 땅의 최초 주인이지 않았을까 짐작해 본다.
즉, 이들 강자들은 힘도 있고 거둬들인 곡식 등 자산도 많다. 그런데도 갖고 싶은 것들은 자꾸자꾸 생긴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그것들을 가질 수 있을까 연구할 시간도 많다. 게다가 바로 실행이 가능한 행동대원들도 잔뜩 데리고 있다. <땅>도 이런 과정에서 등장한 대상이 아니었을까! 하는 게 필자의 생각(느낌)이다. 물론 증명도 할 수 없고, 직접적인 근거도 없지만. 누군가 이런 과정을 만화로 잘 그려낼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런데, 지금도 이렇게 <놀고먹는 듯한 사람들>이 땅과 아파트를 가장 많이 차지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말에 대한 그들의 반응을 예상해 본다.
“놀고먹다 보니 땅이 생긴 게 아니라, 땅이 생겨서 놀고먹는 중이고, 정치도 그 놀이 중 하나일 뿐이야! 그냥 나한테 땅이 있으니까!”
땅은 가장 중요한 부 [富]의 척도다.
어떤 시절에는 이렇게 중요한 부를 아무런 근거도 없이 백주대낮에 빼앗긴 사람들도 부지기수다. 일제 강점기에. 물론 해방 후에 원래의 주인들에게 되돌아갔을 가능성은 거의 없었을 것 같고, 농지 개혁 때 상황을 잘 파악한 저 앞에 언급했던 <머리가 잘 돌아가는 봉이 김선달을 닮은 전략가>들은 친일 정치가들이나 떠나는 일인(日人)들 편에 붙어 있다가 챙겨 먹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적산(敵産)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불편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렇게 저렇게 해서 그때부터 지금까지 물려주고, 물려받은 땅들이라면 별로 자랑스러울 것 같지는 않다. 단정할 수는 없겠으나, 그럴 것 같다. 그래도 “조상 땅 찾기”를 해서 눈먼 땅이 좀 생겼으면 좋을 것 같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