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법과 평가 두 번째
- (5편. 평가 첫 번째 이야기에서 이어집니다)
- 앞선 「노동법과 인사노무 실무 이야기」 5편 에서 평가요소 및 지표, 평가 과정 등에 있어서 노동법이 어떤 기준점을 제안할 수 있는지 살펴보았고, 이번 6편에서는 평가결과의 반영에 있어서 노동법이 어떤 기준점을 제안하는지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평가결과는 기본적으로 기본급, 성과급 등의 보상과 연계되는 경우가 매우 많고, 그 외에도 핵심인재 또는 저성과자 관리, 인력이동(인사발령 또는 배치전환), 승진, 교육훈련 등 다양한 영역에 반영됩니다. (이 중 저성과자 관리 관련된 부분은 5편에서 다룬 점 참고해 주세요)
- 평가과정을 통해서 평가결과가 도출이 되면 그에 대해서 직원들이 흔쾌히 수용하는 경우는 적지 않다고 말씀드리면서, 평가의 공정성, 수용성에 대한 이슈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렇다면, 직원들이 평가결과를 받아본 후 "결과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라고 하면서 노동부 진정이나 노동위원회 구제신청 또는 민사소송 등을 통해서 그 결과에 대한 다툼을 할 수 있을까요?
- 결론부터 먼저 말씀드리면, 기본적으로 인사평가는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고유 권한으로서 인사평가 기준이나 항목의 설정, 점수의 배분 등에 이르기까지 회사 측에 광범위한 재량이 인정됩니다.1) 이러한 평가에는 수치로 계량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한 주관적인 평가도 포함되는 것이므로, 인사고과의 기준에 상급자의 주관적 평가에 좌우될 염려가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평가 기준이 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기도 하고2), 또한 인사평가의 본질상 정성적인 요소가 포함되어 있더라도 그것만으로 자의적이라거나 권한을 남용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3) 즉, 해고에 관한 법적 규제를 회피하고 퇴직을 종용하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등 불순한 동기로 남용되는 경우가 아니라면4), 인사평가는 회사의 정당한 인사권의 행사로 보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 다만, 예외적으로 인사평가가 현저하게 일탈되어 권리남용에 해당되는 경우에는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이 될 가능성도 있고, 헌법, 근로기준법 등에 위반되거나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 기준을 현저하게 위반하여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판단될 때에는 사법 심사의 대상이 될 수도 있습니다.5) 하지만, 이는 상대적으로 이례적인 경우로서, 인사평가 절차가 회사의 공지 또는 안내 가이드나 그동안의 관행에 비추어서 절차상 하자가 없다면 대부분 회사의 인사권 내에서 이루어졌다고 봐야 합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기업은 어떤 형식이든 간에 최소한의 가이드에 맞춰서 평가 Process를 진행하죠. 예전에 회사의 어떤 직원이 낮은 등급의 평가를 받았음을 이유로 지방노동위원회를 찾아서 구제신청을 한 경우가 있었는데, 구제신청 대상이 될 수 없다라는 회신을 받고 돌아온 경우도 기억이 나네요.
- 기업에서는 인력이동, 배치발령 또는 배치전환이라는 용어로 혼용돼서 사용되고 있습니다만, 노동법적으로는 "전직(轉職)"이라는 용어가 근로기준법 제23조에서 사용됩니다. 전직이란 직무 내용(직군, 직종)이 장기간에 걸쳐 변경6)되거나 근무지까지 상당한 기간에 걸쳐서 변경하는 인사처분7)을 의미하는데, 어떠한 용어를 사용하든지 간에 근로자가 수행하는 직무를 변경하거나 또는 근무장소를 변경하는 인사권의 일종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 이러한 전직의 법적 정당성을 판단함에 있어서, 대법원에서는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권한에 속하며, 권리남용에 해당하는지의 여부는 업무상의 필요성, 근로자의 생활상의 불이익을 비교, 교량하고, 근로자측과의 협의 등 그 전보처분 등의 과정에서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는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한다"라고 하고 있는데요8), 여기서 "업무상의 필요성"을 판단함에 있어서, 평가결과가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면, 업무상의 필요성이라는 것은 "인원 배치를 변경할 필요성이 있는지와 어떠한 근로자를 포함시키는 것이 적절한 것인가 하는 인원 선택의 합리성이 있는지"를 의미하는 것인데, 여기에 업무능률의 증진, 직장질서의 유지와 회복, 근로자간의 인화 등의 사정이 포함되는 것이죠.9) 즉, 업무능률의 증진과 원활한 업무 운영, 보다 넓게는 경영 능률의 증진 등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인력의 재배치가 어느 정도 필요할 수밖에 없고10) 그 인력의 재배치를 위한 실무를 할 때, 직원이 그동안 받은 평가결과와 피드백이 반영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 제가 다녔던 회사에서는 "업무의 효율적 수행을 위해서 필요에 따라 인사이동을 명할 수 있다"라고 하면서, "직원의 보직을 결정할 때에는 해당 직무가 요구하는 자격뿐만 아니라 직원 개인의 능력, 적성, 기타 사항 등을 고려하여 적재적소에 배치해야 한다"라는 규정이 있었는데요, 결국 이 적재적소 배치를 위해서 직원이 그동안 받은 평가결과와 피드백을 1차적으로 고려하는 것은 기본적인 절차이기도 했습니다.
근로기준법 제24조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의 제한)
② ...합리적이고 공정한 해고의 기준을 정하고 이에 따라 그 대상자를 선정하여야 한다. 이 경우 남녀의 성을 이유로 차별하여서는 아니 된다.
- 회사의 실적이 지속적으로 악화되어 도산 위험 등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는 경우에 회사는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보통 "정리해고"라고 이야기하지요)를 시행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권고사직, 희망퇴직, 무급휴직 등 여러 노력을 다해도 회사 존속이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에 정리해고까지 하게 되는데요, 정리해고의 법적 요건 중에 하나가 바로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에 의한 정리해고 대상자 선정"이고, 이 해고 대상자를 선정할 때에는 평가결과를 1차적인 기준으로 고려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평가결과가 좋지 않은 것만으로 해고 대상자를 선정한다면 이는 해고 대상자 선정에 있어서 법적 Risk가 적지 않지만, 평가결과뿐만 아니라 업무능력, 근무태도, 입사 시기 및 근로자의 재산상태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한다거나11), 근무성적, 상벌관계, 경력, 숙련도 등 기준에 따라서 해고 대상자를 선별하거나12), 근무성적, 업무능력, 근무태도 및 입사시기 등을 고려하고 노동조합과 합의한 경우13) 등에 대해서는 여러 대법원 판례를 통해서 그 정당성을 인정받은 경우가 많습니다. 즉, 회사의 사정이 많이 안 좋을 때, 평가결과 등급이 낮은 근로자를 해고 대상자로 고려하는 것은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노동조합법 제81조 (부당노동행위)
① 사용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
1. 근로자가 노동조합에 가입 또는 가입하려고 하였거나 노동조합을 조직하려고 하였거나 기타 노동조합의 업무를 위한 정당한 행위를 한 것을 이유로 그 근로자를 해고하거나 그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행위
- 헌법상 보장된 노동3권과 관련하여, 노동조합법에서는 사용자가 노동조합의 조합원에게 불이익한 취급을 하거나, 정당한 이유 없이 단체교섭을 거부, 해태하거나, 지배개입하려고 하는 등의 행위 등을 명시적으로 금지합니다. 이렇게 금지되는 행위를 "부당노동행위", 일상적으로는 줄여서 "부노"라고 부릅니다. 부당노동행위를 열거한 노동조합법 제81조 제1항 중에 제1호를 보통 "불이익 취급 금지"라고 하는데요, 종전의 관례와는 다르게 또는 다른 근로자와 비교하여 노동조합 조합원에게 인사평가 또는 그에 대한 결과의 반영(보상, 승진 등)을 불리하게 한다면, 노동조합법상 부당노동행위에 해당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 예를 들어, 특정 노동조합원에게 불리한 인사고과를 부여하거나, 특정 노동조합의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비조합원보다 불리하게 인사평가를 하여 상여금을 적게 지급하거나14), 특정 조합원을 이례적으로 승진시켜서 조합원 자격을 상실하게 하는 경우15) 등은 부당노동행위의 우려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HR 담당자 입장에서는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인사평가와 그 결과를 반영하는 여러 HR 정책을 시행함에 있어서 노동조합 조합원에게 불리하게 적용되지 않도록 정책 설계에 유념할 필요가 있습니다.
근로기준법 제23조(해고 등의 제한)
①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을 하지 못한다.
- 정당한 사유, 절차, 양정을 거쳐서 징계(정직, 감봉, 경고 등)가 확정된 직원을 대상으로 해당 연도의 인사평가를 낮게 부여한다는 사규를 가지고 있는 회사들이 적잖이 있는데요, 징계와 별도로 낮은 평가를 부여하는 것이 이중징계 또는 이중처벌에 해당된다는 문제 제기가 있을 수 있습니다.
- 이에 대해서 명확한 사례를 찾기는 어렵습니다만, 국가공무원법에서는 정당한 징계처분을 받은 공무원에 대해서 일정 기간 승진 또는 승급을 금지하고 있는 점16), 징계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직위해제 사유로 평가될 수 있다면 징계를 이유로 새로이 직위해제를 하는 것도 가능한 점17), 징계와 전직 명령이 동일한 사유에 기초하여 이루어졌어도 이를 하나의 징계처분으로 보지 않는 점18), 인사평가라는 것은 사용자가 상당한 재량을 가지고 있는 대표적인 인사권이고 업무능력뿐만 아니라 태도 등까지 종합하여 상대적 가치를 판단하는 과정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징계를 받은 직원에게 낮은 인사평가를 부여하는 사규가 있다고 하여 이중징계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됩니다.
- 사규의 징계 관련해서, 많은 기업에서는 징계 양정 시 고려할 수 있는 가중 또는 감경(경감)사유를 명시하고 있는데요, 평가 결과는 징계 양정의 감경사유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즉, 징계처분 시에 피징계자의 평소의 소행과 근무성적, 해당 징계처분 사유의 전후에 비위행위 사실이 있었는지 등을 징계 양정 결정에 있어서 참작 자료로 삼을 수 있는 것이죠.19)
- 다만, 해당 규정이 사규에 회사의 "재량"에 해당하는 사항으로 명시되어 있다면(예. 과거의 인사평가 결과 등을 징계 양정 시 참고할 수 있다.), 이에 대해서 징계에 반드시 감경 요소로 포함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무효로 볼 수는 없고20), 징계는 회사의 인사권이 많이 반영되는 사항인 점을 고려하여 징계 양정의 가중, 감경 사유를 사규에 어떻게 반영할지에 대해서는 HR 담당자의 고민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반대로, 과거의 인사평가 결과를 징계 양정 시 가중 사유로 참작하는 것은 기업질서 확립이라는 징계의 목적과 취지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려운 점, 징계 양정 시에 회사 측에서 악용할 여지가 높다라는 점, 징계 양정 시에는 과잉징계가 되면 징계의 정당성이 부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적절치 않습니다.
- 적지 않은 기업에서 "평가결과 또는 보상정보를 대내외적으로 공개하지 말 것. 보안을 유지할 것"이라는 규정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살펴보고자 하는 이슈는 직원이 본인의 평가결과(또는 그에 따른 보상 정보까지)를 대내외적으로 공개하는 경우에 회사 HR에서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에 대한 문제입니다. (평가, 보상정보는 개인정보보호법상 개인정보에 해당하므로 본인이 아닌 타인의 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이슈가 있습니다)
- 직원 개인의 평가결과 등에 대한 비밀유지를 요구하는 이유를 회사 입장에서 이야기해 보자면 직장질서를 위함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직원들이 평가결과 등을 공개, 공유하면서 불만을 표출하게 된다면 회사 입장에서는 직원 관리가 쉽지 않고, 다른 직원들에게까지 상대적인 박탈감을 끼쳐서 HR 정책 전반에 대한 불만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직원들이 평가결과(또는 보상정보까지) 공개를 원하는 저변에는 평가, 보상 기준을 공정하고 명확하게 하라는 생각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어찌 되었든, 평가결과 등의 비밀유지 관련한 것은 노동법적으로는 근로계약상 근로자의 부수적 의무인 비밀유지 의무와 연관이 되어 있는데요, 평가결과 공개 등과 관련한 직접적인 판례나 고용노동부 가이드는 없으나, 간접적인 판례는 찾아볼 수 있습니다. "직장 질서는 기업의 존립과 사업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필요 불가결한 것이므로, 기업은 직장질서를 정립하고 유지할 권한을 가지며, 직장질서의 확립과 유지에 필요하고 합리적인 것인 한 근로기준법 등 관계법령에 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그 위반행위에 대한 규율을 취업규칙으로 정할 수 있다."21) 또는 "근로자는 사용자의 이익을 배려해야 할 근로계약상의 성실의무를 지고 있으므로 근로자가 직장의 내부 사실을 외부에 공표하여 사용자의 비밀, 명예, 신용 등을 훼손하는 것은 징계사유가 되고, 구체적인 경우에 있어서 그 해당 여부는 공표된 내용과 그 진위, 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와 목적, 공표방법 등에 비추어 판단해야 한다."22)가 그것이죠
- 이를 통해서 살펴보면 회사에서 사규 등을 통해서 "평가결과 등에 대한 비밀준수 의무" 조항을 명시하는 것 자체는 위법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다만, 실제로 직원이 본인의 평가결과 등에 대해서 대내외적으로 공개를 했을 때 징계까지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그 동기와 경위, 방법, 그리고 실제로 직장질서를 얼마나 침해하였는지, 회사의 비밀, 명예, 신용 등이 얼마나 훼손되었는지까지 종합적으로 살펴보아야 합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본인의 평가결과를 공개했을 때 사규위반이나 지시사항 미준수 등을 이유로 구두경고 등 경징계는 가능할 것 같지만, 중징계가 내려진다면 부당징계로 판정될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 (7편에서는 보상 첫 번째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 본 포스팅은 네이버블로그에도 게시되어 있습니다.
https://m.blog.naver.com/myungnomusa/223775989812
1) 대법원 2012.8.17 선고 2012두10116 판결
2) 대법원 2012.7.12 선고 2012다31949 판결
3) 서울행정법원 2011.8.25 선고 2010구합42263 판결, 심리불속행 기각
4) 수원지방법원 2013.1.29 선고 2012나6377 판결, 대법원 확정
5) 대법원 2015.6.24 선고 2013다22195 판결
6) 김형배, 박지순, 『노동법강의』 13판, p.168
7) 임종률, 김홍영, 『노동법』 21판, p.517
8) 대법원 2000.4.11 선고 99두2963 판결
9) 대법원 2013.2.28 선고 2010두20447 판결
10) 대법원 1992.1.21 선고 91누5204 판결
11) 대법원 2002.7.26 선고 2000두4910 판결
12) 대법원 1987.5.12 선고 86누690 판결
13) 대법원 2008.9.11 선고 2008두9935 판결
14) 대법원 2018.12.27 선고 2017두47311 판결
15) 대법원 1998.12.23 선고 97누18035 판결
16) 국가공무원법 제80조 제6항
17) 대법원 1992.7.28 선고 91다30279 판결
18) 대법원 2013.2.28 선고 2010두20447 판결
19) 대법원 2011.3.24 선고 2010다21962 판결
20) 대법원 2003.7.25 선고 2001두11069 판결
21) 대법원 1994.6.14 선고 93다26151 판결
22) 대법원 1999.9.3 선고 97누2528, 2535 판결
#평가 #인사평가 #인사노무 #인사노무법률 #노동법 #노동법과인사노무실무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