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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지 Lizzy Dec 28. 2017

자존감에 대하여

슈테파니 슈탈, <심리학, 자존감을 부탁해> 

1.

5년 전인가? 우연히 '자존감'의 개념에 대해 처음 알게 되었던 것 같다.

인터넷 블로그를 통해서였다.


자신감과 비교해서 자존감의 개념에 대해 써놨는데, 기억을 더듬어 써보자면 다음과 같다.


- 자신감 : 무언가를 성취해서 느끼는 것. 높아졌다 낮아졌다 한다.

- 자존감 : 성취와 상관없이 내 존재에 대해 느끼는 것. 불변한다.


그때는 개념 자체가 신기했는데, 언젠가부터 유행어가 되어버렸다. 관련 책도 베스트셀러가 되고. 

여러 곳에서 자존감에 대해 알게 되었는데, 개념은 점점 더 모호해지는 것 같다. 

자존감도 자신감처럼 높아졌다 낮아졌다 한다고 하기도 하고.


그나마 지금 수준에서 가지는 개념은 다음과 같다.


- 나의 못난 부분도 사랑하는 힘

- 비판이나 실패에도 불구하고 나를 지켜내는 힘 


2. 

이 책에서는 자존감이 낮은 사람 또는 자기 불안이 있는 사람의 특징에 대해 풍부한 사례를 제공한다. 상담을 업으로 하는 심리 치료사가 쓴 책이어서 그런지, 사례들이 현실적으로 다가와서 좋았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에게도 자신이 능력 있고 성공한 사람이라고 느끼는 상황이 있다. 그럴 때 사람들이 느끼는 확신과 불안은 그 상황의 사회적 맥락에 따라 달라진다. 마찬가지로 자존감이 튼튼한 사람도 자기 의심에 빠져드는 상황을 이따금 경험할 수 있다. - 21페이지
자존감이 낮더라도 직업상 크게 성공하는 사람은 상당히 많다. 문제는 이들이 자신의 성공을 마음껏 즐기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들은 끊임없이 자신이 어떤 업무를 수행할 때 꼭 필요한 존재라거나 자신이 없으면 아무 일도 안 된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린다. 그러다 끝내 탈진할 때까지 일한다. 일할 때만이라도 스스로 가치 있는 존재라는 위안을 느끼기 때문이다. - 256페이지


주변을 둘러봤을 때 스스로 자존감이 높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참 드물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도 자신감이 있을 수 있고, 능력이 있을 수 있다. 문제는 기쁜 상황을 기쁘게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것이다. 스스로의 가치를 일이나 주변의 인정에서만 찾으니 자신의 가치에 끊임없이 의구심을 품는다. 


어떤 실수도 하지 않으려는 노력은 버림받고 싶지 않은 원초적인 불안에서 출발한다. 자기 불안이 있는 사람은 무의식적으로 하나의 실패를 사람 전체의 실패로 환치한다. 한 가지 일, 한 가지 분야만 잘 안 된 것이 아니라 자신이라는 '사람'이 망한 거라고 믿는다. 하지만 스스로를 믿는 사람이라면 어떤 일에서의 실패를 곧바로 자기 인격의 실패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 27페이지

또한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자신의 실수나 이로 인한 비판에 굉장히 예민하다. 실수나 비판에 상처를 받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지만,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감정적 안정망이 없어서 이로 인한 상처를 스스로 부풀리고, 결국 나라는 사람의 실패로 받아들인다. 


이렇게 욱하는 유형도 사실은 자신의 속내를 솔직하게 표현할 줄 모른다. 그래서 비교적 부담이 덜한 사소한 일에 버럭 화를 내는 것이다. 이들은 솔직하게 속마음을 말했다가 금방 상처받을까 봐 불안해한다. 이 점은 갈등을 피하는 평화주의자들이나 욱하는 유형이나 마찬가지다. - 61페이지

극단적으로 갈등을 피하는 평화주의자나 사소한 일에도 욱하는 욱사마들이나 자존감이 낮은 건 비슷하다고 한다. 결국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표현했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봐 불안해하는 것이다. 하지만 막상 당하는 사람은 큰 실수는 오히려 넘어가고, 사소한 실수에 버럭 하는 사람을 공평하지 못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3.

이 책의 네 번째 파트는 '연습'으로, 자존감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는 방안을 제시한다. 인상 깊었던 문단을 옮겨본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쉽다. 누군가의 논리가 더 정당해 보일 때 내가 그것을 인정한다고 해서 누가 나를 해치거나 재갈을 물리는 것도 아니다. 틀린 주장을 했다고 해서 비난받아야 할 이유는 없다. 무엇이든 더 배우고 발전하는 것이 우리의 진짜 목적이다. - 195페이지

살면서 내가 항상 옳을 수는 없다. 처음에는 내가 맞다는 확신이 120% 넘쳤지만, 귀를 열고 듣다 보면 상대가 맞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럴 때는 순순히 당신 말이 맞다는 걸 인정하는 게 더 멋지다. 


그럼에도 크리스티나는 베른트와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몫은 모두 시도했다. 중요한 건 그뿐이다. 베른트가 여기에 동참할지 말지는 크리스티나가 책임질 부분이 아니다. 이는 굉장히 중요한 대목이다. 자존감이 낮은 이들은 흔히 이렇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아무리 노력해도 바뀌는 게 없잖아!' 이 생각은 두 가지 면에서 틀렸다. 첫째,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바뀌는 것은 분명히 있다. 둘째, 실현 가능성만으로 행동할지 말지를 정하는 것은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 오히려 다음과 같은 충분한 사유가 행동을 이끌어야 한다. '이 상황을 바꾸고 올바로 행동하기 위해 내가 책임 범위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 198페이지

물론 모든 사람이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건 아니기에, 나는 때로 당신의 말이 맞다는 걸 인정해 주는데 그 사람은 언제나 바락바락 자신이 맞다고만 우길 수도 있다. 관계를 끊는 게 가장 쉬운 방법일 수도 있지만 세상에 그렇게 무 같은 관계는 많지 않다. 그럴 때는 내 책임 범위가 어디까지인가를 명확하게 정하고,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하고, 손을 터는 게 좋다. 결과적으로는 바뀌는 게 없을지라도, 스스로 머리 쓰다듬어줄 정도로 노력했다면 그것만으로도 가치는 있다. 


'싫다'라고 말하면 무조건 상대가 실망하거나 화를 낼 거라는 당신의 확신부터 바꿔야 한다. 실제로 '싫다'는 전혀 나쁜 말이 아니다. 이 사실을 알려준 것도, 점점 자신이 바라는 바를 입밖에 내는 용기를 갖게 된 나의 내담자들이다. 이들은 실제로 거절을 했을 때 상대가 싱거울 정도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지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 209페이지

나는 '싫다'는 말을 꽤 잘하는 편이어서 이런 고민은 별로 안 하지만, 때때로 친구들 중에 '싫다'라는 말을 못 하여서 교묘하게 뱅뱅 돌리다가 나중에 뒤통수를 치는 경우를 봤다. 제발 말해주고 싶다. 그냥 처음부터 거절해 줘!


정당한 비판과 부당한 비판을 가르는 차이는 비교적 간단하다. 구체적인 행동이나 실수에 대한 것이라면 대부분 정당한 비판이다. 반대로 두루뭉술하고 모호하거나, 구체적인 행동을 지적한다 해도 너무 부풀려졌거나 해석에 오류가 있다면 부당한 비판이다. 비판을 하는 쪽이 굉장히 예민하고 쉽게 상처받는 유형이라면 부당한 비판을 가할 가능성이 있다. - 211페이지

앞에서 인용했던, 실수를 '사람'이 망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태도와 맥이 닿아 있는 문단이다. 구체적인 지점 없이 두루뭉술하고, 실수 자체를 사람의 인격으로 확대해 비판하는 것은 부당하다. 


후회는 의미 있는 감정이다. 후회해야 바뀌는 것도 있다. 지금까지처럼 계속하든가 새로 결정하든가. 선택은 당신 손에 달렸다. 중간에 포기했던 그 일들을 지금 다시 시작해보자. 어떤 일이든 결코 늦는 법은 없다. - 248페이지

지금까지처럼 자존감이 낮은 사람으로 살든가 좀 바뀌어 보든가. 후회도 자책도 적당량만 하면 충분히 의미 있고 생산적이다. 



*이 글의 모든 인용구는 <심리학, 자존감을 부탁해>(슈테파니 슈탈, 갈매나무)에서 인용했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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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읽고 토론하는 모임을 2018년 1월 13일 토요일에 진행합니다. 자세한 공지는 이 링크를 눌러서 확인해 주세요. 



글/ 김명선

- 수원에서 심리상담서점 <리지블루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 인스타그램 @bookstore_lizzyblu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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