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도킨스
작년 무더위 여름 속에 두꺼운 두 권의 책을 읽었었다. 복잡계 경제학 도서인 에릭 바인하커의 “부의 기원”과 진화경제학을 서술한 마이클 셔머의 “경제학이 풀지 못한 시장의 비밀”을 밑줄을 그어가며 정독을 했었다. 본인 스스로 90년대 3인 공저의 그 두꺼운 경제학원론을 배운 이후로 경제학 흐름이 궁금하기도 하였고 최신 이론을 알아보자는 마음에 위 2권을 읽었었다.
발라스 등의 경제학자를 기초로 한 미분, 적분의 수학공식에 사로잡혀있던 경제학원론의 오류를 증명하며 새롭게 부상하는 경제이론을 집대성한 책들이었는데 두 책의 공통점은 제레미 리프킨의 “엔트로피” 와 리자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를 인용한 부분이 많았다는 점이다. 이러한 점이 본인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게 되어 본 도서 “Selfish Gene”을 선택하게 되었다.
리처드 도킨슨 트위터 계정의 본인 소개를 보면 “English biologist & writer. Science, the poetry of reality. Good-humoured ridicule of religions”으로 적혀있다. 단순한 생물학자이며 과학 저술가가 아니라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창조주의와 지적설계론의 비판가 중 한 사람이며 무신론, 진화, 종교에 대한 그의 관심 및 저서들도 대중적으로 유명하다.
본 도서는 비과학자가 읽어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서술하였다고는 하지만 보주까지 포함하여 500페이지가 넘는 책을 읽어보니 결코 만만치 않은 도서였다.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있고 너무 어려워 다시 읽어봐도 이해가 가지 않는 부문도 있었다. 그러나 꼭 책을 한 번에 이해하기보다는 우선 끝까지 읽어보자는 신념으로 읽게 되었다.
방대한 책의 내용을 요약하기에는 무리가 있어서 일부 핵심부분만 서술하도록 하겠다.
책은 서두에서 사람을 비롯한 모든 동물은 유전자가 만들어낸 기계이고, 또한 우리는 이기적으로 태어났으며, 자연선택의 기본단위가 종도 집단도 아닌 유전자라는 것을 주장할 것이라고 말한다.
2장에서는 자기 복제자들이 우리의 몸과 마음을 창조하였고, 자기 복제자들이 살아있다는 사실이야말로 우리가 존재하는 이론적 근거이며, 유전자라는 이름으로 계속 나아갈 것이고, 동물은 그들의 Survival Machine이라고 말한다.
5장에서는 이 책의 내용을 이해하기 위한 ESS라는 개념이 나온다.
매이너스 스미스가 소개한 Evolutionarily Stable Strategy 은 개체군 내의 대부분의 구성원들이 일단 그 전략을 채택하면 다른 전략이 그 전략보다 유리할 수 없다는 전략이다. 즉 유전자 풀은 ESS 에 따라 선택되며 여기서 진화하는 유전자 속성은 겉보기에는 이타적으로 보이는 모든 행위가 이기적 속성에 기반을 둔 행위라는 것이다.
이러한 개념은 12장 “마음씨 좋은 놈이 일등 한다.” 에서 게임 이론과 결부되어 일회성 게임이 아닌 반복 게임을 함으로 마음씨 좋은 개체는 보다 안정적인 형태로(ESS) 유전자 풀에 개체의 수를 늘려간다.
마지막 장 유전자의 긴팔 에서는 자연선택이 어떤 유전자를 선호하는 것은 유전자 그 자체의 성질이 아니라 그 유전자가 표현형에 미치는 영향 때문이라고 말한다. 또한 자기 복제자는 더 이상 흩어져있지 않고 개체의 몸속에 포장되어 있으며, 이 자기 복제자가 생명의 원동력이며 가장 근본적인 단위라고 서술한다. 마지막으로 생명이 나타나기 위해 존재해야만 하는 유일한 실체는 불멸의 자기 복제자뿐이다.
전체적인 내용은 그렇다 치더라도 이 책을 읽으면서 헷갈려하지 말아야 할 점이 있다.
리처드 도킨슨이 말한 이기적 유전자(Selfish Gene)에서 이기적이라는 말은 비유로 쓴 말이다.
이기적 유전자라는 개념은 자연선택이 개체의 생존과 이익에 유리한 유전자를 선택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유명한 밈(meme)이라는 용어를 그가 제시하였다는 것도 놀라운 사실이다.
인간은 문화를 전달하고 공유하기에 생물적으로는 이기적이라고 해도 의식만큼은 이타주의를 학습할 수 있다며 모든 생명체는 이기적인 목적에서 모방(복제)을 하지만, 인간에게는 그 모방이 좀 색다를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우리가 유전자에 종속된 생존 기계의 틀을 벗어나 밈에 종속된 인간이라는 개념을 들이대면 그나마 동물 중에 인간은 문화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개체임에는 틀림없다.
나를 비롯한 모든 이들이 도킨스를 비롯한 많은 사상가, 저술가들의 밈을 통하여 발전하고 있으니 말이다. 처음 읽어보는 교양과학서적이었지만 다소 난해한 느낌은 지울 수 없다. 그러나 모든 과학적 추론이 합리적 사고에 기대어 의구심을 일으키며 과학적으로 따져보는데서 문제 해결(자연현상의 법칙을 설명 등)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이러한 문제 해결 습관 및 문제 해결 과정을 나 스스로 익숙해지도록 노력하는 것도 일상을 살아가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Job position 상 관련된 재무, 경제 쪽 전문도서만 읽지 말고 자연과학, 인문학에 눈을 돌려, 보다 풍부한 독서를 하여 새롭게 떠오르는 화두, “통섭형 인간” 이 되도록 하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