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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삶을 바라보는 관점 Oct 18. 2024

수수의 이야기 2 - 뾰족 뾰족 도출된 부분을 갈기 시

수수는 동글동글해지고 싶다.

수수는 대학교 때 한 선배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자신이 얼마나 가시가 많은 사람인지 알게 되었다.      

대학 선배는 정말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하며 살던 선배였다. 

선배의 외모는 남자로 170센티가 안 되는 작은 키다. 

수수가 만나던 당시 선배 머리카락은 길어서 허리에 내려올 정도였다. 

또한, 머리카락은 파마한 상태였다. 

마른 체형으로 뒷모습만 보면 여자였다. 

선배는 고등학교 때 학교 규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고등학교는 자퇴하였고 대학은 검정고시로 들어왔다 한다. 

선배의 집을 몇 명의 다른 선배들과 함께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그날 선배에게 들은 이야기가 수수에겐 충격이었다. 

선배는 꽤 잘 사는 집안의 아들이었다. 그것도 늦게 낳은 늦둥이 아들이라 했다. 

늦둥이여서 그런지 선배는 하고 싶은 걸 하며 살았다 한다. 

다른 선배들과 선배 집에서 술을 한잔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러던 중 선배는 자신의 이상형을 이야기했다. 

자신이 결혼하고 싶은 여성상이라고 할까?

선배는 말했다. 

“난 가정형편이 어려웠거나 어려운 여자는 만나고 싶지 않다. 집이 좀 살고 편안하고 행복한 집에서 자란 여자를 만날 거야.”

이 말은 들은 수수는 순간적으로 화가 났다. 속으로 생각했다. 

‘뭐야, 자기가 좀 사니까 사는 집 여자만 만나겠다는 거야’

수수는 좀 화가 난 투로 물었다. 

“왜요? 못 사는 여자는 돈이 없어서요?”

“아니, 난 밝게 자란 여자를 만나고 싶어. 너무 부족했거나 집안 환경이 좋지 않았던 사람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좀 삐뚤어져 있더라고. 그래서 싫어. 뭐든 비판하고 자격지심이 강하거든. 난 좋은 세상, 밝은 세상을 보며 자란 사람을 만나고 싶은 거야. 사랑을 듬뿍 받아서 남에게 사랑을 줄 수 있고, 세상이 살기 좋은 곳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은 거야.”

수수는 이 말을 듣고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수수 자신은 세상에 대한 시각이 좋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뭐든 삐뚤어진 시각으로 보고 비판적으로 보며 살고 있다는 사실을….

선배가 말한 자격지심이 강한 여자가 바로 자신이었다. 

수수는 좀 충격이었다. 

자신은 부족함에 항상 불만 있었고 그게 마음속에 깊이 있음을 알게 된 것이다. 

선배가 무슨 말을 하는지 수수는 이해가 갔다. 


사진 : ben-white 작품

세상을 구김 없이 바라는 보는 시각을 갖는다는 게 얼마나 큰 장점인지 수수는 살아가면서 더욱 느꼈다. 

수수는 세상 중 어두운 면만을 보았고 그 부분에 더 초점을 두었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자신이 얼마나 뾰족뾰족 가시가 많았는지. 

모서리 모서리마다 뾰족하여 잘 굴러가지 못하고 있는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수수는 어릴 때 친구들을 부러워했다. 

자신의 환경과 다른 친구들을 부러워하고 일부는 시기하기도 했었다. 

저 친구는 저런 부모님이 계시니 좋겠다. 

저 친구는 저런 집에서 편하게 사니 좋겠다. 

그러면서 자신은 그러지 못하다고 투덜거리고 짜증 냈다.

그들은 부모를 잘 만나서 저렇게 사는 것이라고 자신은 환경을 탓하고 세상을 탓하며 살고 있었다. 

수수는 부족함이 많았다고 생각하였기에 항상 뭔가를 갈구하였다. 

대학 시절 수수는 돈에 대한 원망이 특히 심했다. 

돈이 없어서 이것도 저것도 못한다고 원망했다. 

친구들은 배낭여행을 가지만 자신은 돈이 없어서 못 간다고 투덜거리며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세상을 밝게 보며 살지 않는 자신을 바라보게 된 것이다.

수수가 바라보는 세상은 어둠뿐이고 나쁜 것들이 잔뜩 있는 세상이었다. 

악착같이 뭔가를 하려고 했고 하고 싶은 걸 얻기 위해 버둥거렸다. 

뭔가 악착같았기에 여유롭지 못했다. 스스로 항상 부족하다고 느꼈다. 


대학 동기 중 수수 자신을 스스로 좋게 평가하던 친구도 좋은 시선으로 보지 않았다. 

그 친구는 대학 생활을 충실히 하려 노력하던 친구였다. 

자신을 아낄 줄 알았고 자신을 사랑할 줄 알던 친구였다. 

하지만 수수는 그 친구를 그렇게 볼 줄 아는 여유가 당시 없었다. 

‘그 아이는 공주병이야. 자기를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줄 알아’라고 평하기도 했던 것이다.

선배의 말에 의해 수수의 이런 행동들이 눈앞에 펼쳐지며 자신이 얼마나 옹졸했는지 깨달았다. 

‘잘 산다고 무조건 나쁜 것도 모자란 것도 아닌데. 집이 잘 산다고 철부지로만 살지 않는데…. 다들 자신의 삶을 나름 상황에서 경험해 볼 것을 해보려고 노력하며 사는 것인데….’

수수는 선배의 그 말을 들은 이후 자신을 바꿔보려 노력하며 살았다. 

자신의 모난 부분을 갈기 위해 노력했다. 


대학 시절 선배의 그 말은 수수에게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달리하게 해 줬다. 

비록 자신은 풍족한 집안에서 화목한 가정에서 살지는 않았으나 자신은 밝은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사랑은 받은 사람이 더욱 사랑을 줄 수 있다고 한다. 

수수는 자신도 많은 사랑을 받았던 사람임을 깨닫게 되었다. 

그런 눈을 갖게 된 것이다. 

세상도 얼마나 살기 좋은 곳인가도 알게 되었다. 

눈에 가려진 암지를 걷어내게 된 것이다. 

암지를 걷어내니 밝은 빛으로 눈이 부실 정도였다. 

그런 세상을 수수는 보게 된 것이다. 

수수는 자신이 가진 가시로 남들을 찌르기를 그만두려고 노력했다. 

그러면서 가시를 제거해 나가기 위해 노력했다. 

둥글둥글해지고 싶었다. 수수는 둥글둥글 모나지 않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 중이었다. 

가시가 없어 다가오는 사람이 찔려 도망가지 않게 하고 싶었다. 

고슴도치의 몸 쪽 살은 부드러운 것처럼 자신도 부드러워지고 싶었다. 


박차를 가하며 살아오던 자신의 삶에서 멈춘 이 순간 선배의 그 말이 다시 떠올랐다. 

갈구하는 갈증에 악착같이 아직도 살고 있음을 깨달았다. 

아니 어쩌면 악착같이 살았기에 자신이 어린 시절 갖지 못함에 대한 간절함이 준 것일 수도 있다. 자신이 하고 싶은 걸 하기 위한 돈을 벌어 원하는 걸 해가고 있었기 때문에….

근데, 그 선배의 말에 있던 밝은 세상에 자신이 아직 완전히 있지 않음도 느꼈다. 

자신 내부에 있는 가시를 감추기는 했으나 자신을 찌르고 있었음도 깨달았다. 

다른 사람을 찌르는 가시는 없앴으나 자신을 찌르는 가시는 아직 남아 있음을 깨달았다. 

누군가를 사랑하기 위해선 자신도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 

수수는 진정 자신을 아끼고 사랑했는지 의문이 들었다. 

잘 굴러가는 원이 되고 싶었다. 

겉으로는 잘 굴러가는 것 같으나 굴러가면서 안에 잔뜩 있는 돌들이 자신을 누르고 상처 내고 있었다. 수수는 안에 있는 돌들도 던져내기 시작했다. 


수수는 대학 시절 선배의 그 말에 따라 변화했던 단계에서 또 한 단계 나가야 함을 깨닫게 되었다. 자신을 편안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스스로 내려놓는 게 필요하다고. 

두 손에 잔뜩 움켜쥐고 있는 그 무언가를 놓아야만 했다. 

새로운 그 무엇을 잡기 위해 놓고 빈손이 되어야 했다. 

도출된 부분이 없어졌다고 생각하던 수수가 안에 있는 뾰족함도 자각하고 갈기 시작했다. 

빈손이어도 부족함이 없고 다시 뭔가를 잡을 수 있는 여유로움이란 사실을 깨달았다. 

수수는 자신의 두 손에 있던 것을 내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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