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되어가는 중. #4

세상의 부부는 서로 용납할 수 있는 부분이 부부마다 다르다.

부부마다 서로 용납하는 범위가 있다.

우리 부부가 서로 받아들이는 범위는 어느 정도일까? 를 생각해 보게 된다.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범위. 어떤 걸 기준으로 우리 부부는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있는 것일까?

부부.jpg 사진: Unsplash의Ivan Dostál

얼마 전 아이 친구 부모와 함께 식사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그 부부의 아내는 우리 부부가 부럽다고 했다. 어떤 점이 부러운 것일까? 를 생각해 보게 되었다. 우리 부부는 자주 언성을 높이고 싸운다. 아마도 그들 눈에는 이런 모습은 보이지 않아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식사 자리 이후에 따로 그 부부의 아내를 만나서 들었다. 우리 부부가 부러운 점에 대해서.

서로 투닥투닥 하지만 함께하는 모습을 보면 따뜻함이 느껴진다고 표현해 주었다.

우리 집에서 느껴지는 푸근함이 있다고 했다.

우리 부부에게 익숙해서 느끼지 못하는 그 무엇이 남들에게 느껴지는 것이 있는 거 같다.


이런 이야기를 한 부부도 서로 아끼고 사랑하는 부부다. 10년간 함께 살면서 서로 양보하고 살았던 부부다. 아내는 자신의 양보가 가정의 평화라고 생각했다. 자신만 양보하고 자신만 누르면 된다고 생각했다. 10년간을 그렇게 살았다고 생각했다. 그런 아내가 자신을 누르고 자신의 모습이 아닌 모습으로 살기를 거부하기 시작했다.

우리와 식사를 함께 했던 시기는 사실 이들 부부에겐 서로를 다시 보고 있는 상태였다.

남편은 아내와 아이들이 “아빠가 잘못했어.”라고 말하는 부분에 가슴 아파하고 있었다.

아내는 “남편에게 말해서 받아들여지지 않아요.”라고 하며 답답해했다.

남편은 자신이 잡은 어떤 틀과 기준이 있다. 가족과 함께 협의해서 잡는다고 하지만 남편을 제외한 가족 구성원은 협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특히, 아내는 남편의 일방적인 기준이라고 한다. 이에 남편이 잡아 둔 기준들, 남편이 함께하자고 하는 삶의 행동들에 아내는 더는 따르지 않겠다고 반기를 들었다. 남편은 당황하고 있었다. “착한 아내가 왜 갑자기 이렇게 돌변했는지 모르겠어요.”라고 말한다. 남편이 내놓은 가족을 위한 행동 방안들을 잘 따라와 줬던 아내가 안 하겠다고 하니 남편은 놀라고 있다.

이 부부는 함께 살기 시작한 초반에 싸운 적이 없다고 한다. 아내는 밖에서 바쁘게 일하는 남편에게 닦달한 적이 없다고 한다.

아이 둘을 보면서 아이들 일로 밖에서 일하는 남편에게 연락한 적이 없다고 한다.

지난 9년간 남편은 알아서 휴일에 집안일을 도와주었다고 한다.

아내는 남편에게 뭔가 요구할 필요가 없었다고.

평일에 비록 회사 일로 늦더라도 자신은 이해할 수 있었다고 한다.

남편이 회사에서 너무 바쁘므로 집에서 자신이 살림하는 부분에 그렇게 간섭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서로 각자 맡은 일에 바빠서 싸울 일도 없었다고.

남편은 사회생활을 하며 열심히 돈을 벌었고, 아내는 집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집안을 잘 돌보고 살았다. 이렇게 각자의 범위에서 살던 이들이 남편이 아이를 키우는 일과 집안일에 간섭을 시작했다고 아내는 불평한다. 그러면서 아내에게 아내 자신이 발전하며 뭔가 경제적인 일을 해주길 바란다는 요청을 시작했다고 한다. 아내는 아이를 키우고 돌보며 집안일을 했는데 남편은 이 부분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에 아내는 남편이 바빴던 만큼 자신도 바빴다는 항변을 한다. 하지만 이 항변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기에 아내는 남편과 대화를 거부하기 시작했다.


남편은 아내가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집에서 아이들만 돌보며 아내가 퇴보하길 바라지 않는다.

아내는 아직 자신이 원하는 일을 모른다. 하지만 남편은 계속 아내에게 무언가를 해보라 권한다.

아내는 이제 아이 둘이 학교에 가면서 자신의 시간을 갖기 시작했다.

자신을 되돌아보고 정말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생각해 볼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남편은 아내의 이런 모습을 나태하게 늘어지는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남편은 시간을 쪼개서 사는 사람이다. 아내는 시간 단위로 생활하지 않는 사람이다.

사람은 다르다. 각자 생각하는 바도 다르다. 다른 이의 삶을 강요할 수 없다.

부부라고 상대에게 어떤 삶을 살라고 강요할 수 없다.

서로 합의점을 찾아가는 것일 뿐이다. 이들 부부는 아마도 지금의 시간이 서로 용납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가는 시점인 거 같다.

우리 부부는 함께 살아가는 데 필요한 방법을 찾고 있다. 그 부부 역시 그 점을 찾고 있는 것이다.

지난 10년간 같은 공간을 살면서 부부가 암암리에 정해진 어떤 역할로 살아왔다.

그 역할의 변화를 추구하니 마찰이 발생한 거 같다.


서로 아끼는 마음과 서로 사랑하는 마음이 넘쳐나는 부부다. 이렇게 마찰을 일으켰던 적이 없었다 한다.

남편은 남편대로 나의 남편에게 어려움을 털어놓는다. 아내는 아내대로 나에게 어려움을 털어놓는다.

우리 부부는 이들 부부의 어려움을 듣고 그들이 간 다음에 대화를 나눴다.

사실 우리가 해결해 줄 수 있는 부분은 없다. 그냥 그들의 어려움을 들어주는 정도다.

함부로 부부 사이를 충고하기도 어렵다. 부부는 서로 용납하는 부분이 다르기 때문이다.

사진: Unsplash의Agenk Wibowo

우리 부부 역시 우리가 서로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부분이 있다. 기본 전제는 서로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어느 한쪽이 노력을 거부하면 부부의 관계는 유지되기 어렵다.

서로 합의점을 찾아가려고 노력해야 한다. 이들 부부도 지금 그 합의점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서로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으로 그 합의점을 잘 찾길 기도한다.

어느 한 사람이 자기 뜻만을 고집하고 강요한다면 아마도 합의점은 찾기 쉽지 않을 것이다. 이를 서로 알아야 할 것이다.


이들 부부는 가족 상담을 시작했다. 아내의 입장과 남편의 입장을 서로 잘 이해할 수 있는 상담이 진행되길 바란다. 상담을 진행하시는 분도 이 부부가 서로의 처지를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실 뿐이다. 그 부부가 상대를 받아들이겠다는 마음으로 상담도 진행해 나가야 합의점을 찾을 것이다.


이들 부부를 보면서 우리 부부를 되돌아보았다.

아이가 태어난 지 1년이 지난 시점에 남편이 집을 나갈 정도로 우리 부부는 싸웠다.

우리 부부는 경제적인 문제로 시작한 싸움은 각 부모의 관계까지 확대되어 정리했다.

남편은 자신이 집을 나가면 내가 남편 혈연의 가족에게 비록 빚일지라고 하던 대로 하게 해 줄줄 알았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았고 용납할 수 없다고 더 강경하게 대처했었다. 남편은 그때 자신이 이 부분을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는 사실은 인지했다고 한다.


나는 그때의 마찰이 누가 누구를 이기는 것이라고 보지 않았다. 단지, 서로 함께 살아가기 위해 각자 생각하는 삶의 방향이 있기에 그것을 맞춰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부부는 먼저 서로의 관계가 신뢰를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로 확장될 수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 현재 우리 부부는 서로 의견을 맞추었다.

우리가 서로 제대로 된 관계를 정립해야 우리 부부와 연결된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로 확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친구든 가족이든.


우리 부부는 지금도 서로의 관계를 부부로서 먼저 맞춰가고 있다. 이렇게 아직도 우리는 부부가 되어 가고 있다. 지난 시간에 함께 했던 그 부부 역시 계속 서로에게 맞춰가면 더 좋은 부부가 되길 기도한다.

사람도 관계도 고정되어 있지 않다.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면서 또 가족 관계도 변한다.

변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서로의 생각도 바뀔 수 있고 태도도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기본으로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을 고민해 봐야 한다.


부부는 둘이 우선이다. 둘의 관계를 잘해 나간다면서 셋으로 넷으로 확대될 수 있다.

우리 부부는 이 사실을 인지하며 더 좋은 관계가 되기 위한 부부가 되어 가고 있다.

아마도 이런 우리 부부의 태도가 남들 눈에는 부럽게 보이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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