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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빈티지

by 김정미

우리네 삶은

꼬인 자락을 풀고

꼬인 매듭을 풀어


풀기의 달인이 되어갈 때쯤

엉망진창 꼬여버린 실뭉치를 만나고


포기하고 싶어 질 때쯤

딱 하루 견딜 만큼의 실자락이 풀리고


더는 못 한다고 소리칠 때쯤

새 실을 연결해줄이가 나타나고


그렇게 우리는

꼬인 자락을 풀고

꼬인 매듭을 풀어


닳고 달아

뻣뻣함 없이 부드러워지고

숭덩숭덩 구멍이 생겨


처음 살아낸 새 삶인데

빈티지가 되어 멋스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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