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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미숙 Aug 01. 2024

남편의 고민

질문하고 답을 찾아가는 삶

“여보, 이번 주말은 모임이 있어서 함께 운동 못 갈 것 같아요? 혼자라도 꼭 운동해요!”

남편이 대답이 없다.

“날씨도 좋으니 뒷산 1시간 코스 다녀오는 것도 좋을 듯해요.”

남편은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인다.     



 

저녁을 먹고 남편과 동네 한 바퀴를 걸었다.

운동 잘했어요?”

“혼자 피트니스 센터 가기 그래서 뒷산 다녀왔는데 걸으며 드는 생각들로 인해 마음이 답답했어요.”

남편이 어떤 생각이 들었을지 궁금한 표정으로 쳐다보며 다음 말이 이어지기를 기다렸다.

“실은 황금 같은 주말에 뒷산을 걸으니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더 의미 있는 일을 해야 하는 것 같다란 생각이 자꾸만 어서 힘들었어요.”


“당신 산을 걷는 이 시간이 의미 없다란 생각을 했군요. 그럴 수 있죠. 바쁘게 더 바쁘게 살아가는 당신의 일상에서 이렇게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은 낯설 수 있죠. 근데 여보 오늘 당신이 했던 생각들이 당신이 살아가는 삶 속에서 꼭 필요한 시간이 아닐까요. 일하고, 스키 타고, 골프 치면서 성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렇게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 말이에요.”


“항상 당신과 함께 운동을 할때는 몰랐는데. 혼자 하게 되면서 함께 하 포기하고 싶을 때 이겨내며 센터를 찾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혼자서는 빨리 갈 수 있지만 함께 하면 멀리 갈 수 있다 것을 알기에 서로를 응원하며 이끌어주고 밀어주면서 매일 운동을 다.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평소 생각하지 못한 것들과 마주하게 된 남편은 불편하면서도 그속에서 자신만의 답을 찾아가고 있었다.

     

최근 유퀴즈를 보다가 <한강 멍 때리기 대회> 우승자가 출연했다. 멍때리기 규칙은 간단하다. 90분 동안 말 해서는 안되고, 휴대폰을 사용해서도 안된다. 졸아서도 안된다. 오직 멍한 채로 있어야 한다. 우승자는 프리랜서 아나운서였다. 그녀의 말을 남편에게 해주었다.


“프리랜서 직업은 남들이 보기에 좋아 보이지만, 하루를 쉬면 다른 사람이 대체될 수 있기에 누구보다 바쁘게 살았습니다. 근데 이번 대회를 통해 조금 쉬어도 괜찮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90분 동안 멍을 때리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가치 있는 행위라는 점을 알게 해 준 너무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했어요. 2014년부터 시작해서 10년째 이어지고 있다고 하네요. 당신에게 이 말을 해주고 싶어요. 조금 여유를 가져도 괜찮아요.

남편이 웃는다.      


우리는 생각보다 삶을 대하는 자세가 진지하다. 잠깐의 쉼도 허락하지 않으며 바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기도하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주고 싶었다. 그렇게 시작된 운동을 통해 우리는 건강도 챙기고, 여유도 배우게 되었다.

      

40대를 보내며 삶을 대하는 태도가 좀 더 깊이 있어지고 있다. 서로가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며 행복한 삶을 만들어가고 있다. 남편의 고민이 조금은 해결되었길 바라며 두 손을 잡고 집을 향해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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