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으로부터 벗어나는 아침 10분의 시간
우리 학교의 조회 시작 시간은 7시 40분이다. 많은 아이들이 이미 스마트폰에 푹 빠진 상태로 교실에 앉아 있다. 우리반 아이들은 조회를 시작하면 모두 스마트폰을 서랍 속이나 주머니 속으로 넣는다. 학기 초부터 교육한 결과이다. 처음에는 스마트폰을 화면을 끄는 것조차 어려웠던 아이들이 많았다. 전달사항 말하는 시간은 10분을 넘어가지 않으니 그 시간만큼은 스마트폰을 안 보이는 곳으로 치우라고 했다.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지속적으로 강조했다. 이 습관을 들이는 데 한 학기가 걸렸다.
견물생심(見物生心). '어떠한 실물을 보게 되면 그것을 가지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라는 뜻이다. 반대로 실물이 보이지 않으면 욕심 또한 생기지 않거나 약해진다. 조회 시간에 스마트폰을 치우는 데 성공했다. 이제 스마트폰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 다음은 욕심이 생길 만한 매력적인 물건을 아이들 눈앞에 가져다 둘 차례였다. 그 매력적인 물건이 바로 책이 되어야 한다. 어떤 책을 아이들이 좋아할 지는 각자 다 다르다. 아이들에게 어떤 책을 읽게 할지 가르치는 것부터가 독서 교육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아이들이 책을 고르게 하는 것도 시간을 할애해서 가르치는데 이 부분에 대한 내용은 후편에 다시 쓸 예정이다.
어쨌든 아이들이 아침 독서를 받아들이는 마음 역시 모두가 다르다. 드러내 놓고 저항하지는 않아도 어떤 아이들은 아침 독서가 내키지 않을 수도 있다. 당장 1교시에 수행평가가 있거나, 내일이 중간 기말고사인데 모두 다 책을 읽으라고 하는 것도 무리다. 이런 날은 융통성 있게 책 읽고 싶은 사람은 읽고, 수행평가나 시험 준비할 사람은 해도 된다고 허용한다. 단, 스마트폰은 어떤 이유로도 꺼낼 수 없다.
학원 숙제가 많아서 계속 문제집을 풀고 있는 아이들도 있다. 이런 경우에도 웬만해서는 허용한다. 그러나 시험 끝난 직후에는 다시 책을 준비하게 하고 읽도록 권장한다. 쉬는 시간 한 번만 활용하면 10분을 확보할 수 있으니 강요하지 않되 꾸준히 설득한다.
담임인 나도 반드시 책을 들고 교실에 들어간다. 때로는 정신없이 그냥 교실로 들어갈 때도 있다. 교실 안에 들어와서 인사를 했다가도 책 놓고 온 게 기억나면 바로 교무실로 달려간다. 아침부터 담임이 책을 읽고 있으니 아이들도 같이 읽는다. 아이들도 나도 아침 8시가 되기 전에 잠시 스마트폰에서 벗어나 종이 위에 펼쳐진 세상 속에 다녀온다.
'디지털 디톡스'는 '디지털 기기 사용을 잠시 중단하고 휴식이나 다른 활동 등을 통해 피로한 심신을 회복하는 방법'이라는 뜻이다. 스마트폰으로부터 벗어나는 아침 10분의 시간. 아침부터 피로한 심신을 회복시킬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