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구나무집 칼국수
점점 두터워지는 뱃살 제거를 위해 동네 한바퀴를 시작했다.
운동은 언제나 시험 전날 하기 싫은 공부처럼 미룰 수 있을 때까지 미루고 싶지만, 뜻밖의 맛집을 발견하는 기쁨이 있다.
살구나무집 칼국수.
레트로 감성의 간판에, 행정사 사무소 나무 간판이 함께 걸려 있다.
숨은 고수의 발견이 아니라면 예고된 폭망.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걸어 들어가는데, 도입부가 다소 길다.
반신 : 반의가 49 : 51로 기울면 뒤돌아 나갈 수도 있을 듯.
때마침 나타난 중간 지원 간판.
칼국수를 향해 화살표 방향으로 조금 더 전진.
다시 제법 긴 통로를 지나가면 드디어 나타난 현관.
아...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하는데다 좌식 테이블이다.
어느 새 서양식 입식 생활에 익숙해져 있어 다시 망설여진다.
하지만, 여기까지 도달하는데 꽤 긴 여정을 지나쳐왔기에 마음을 다잡는다.
메뉴는 크게 네 가지.
칼국수, 수제비, 옹심이, 만두.
메뉴의 가짓 수가 단촐할 수록 맛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다.
가격도 착하다.
수제비와 칼국수는 늘 결정 불안을 불러 일으킨다.
다행이 섞어 주문이 가능하다.
만두 역시 포기할 수 없는 아이템.
당연 함께 주문한다.
에피타이저로 보리밥, 물김치, 배추김치가 나온다.
물김치가 예술이다.
제1 메인디쉬, 만두.
만두소는 만두에 들어갈 법한 채소, 고기, 새우 그리고...
살구나무집만의 창의 재료, 모짜렐라 치즈가 들어있다.
고소한 치즈가 고기 단백질과 탱탱한 새우살과 어우러져 이질적이면서도 유혹적인 맛을 만들었다.
살구나무집에서 만두를 시킬 때는 최소 3명과 함께 가야 더 맛있게 먹을 수 있겠다.
첫 알에서 느낀 독특함은 두번째 젓가락질을 부르지만 세번째 알에서는 느끼할 수 있겠다.
독주를 곁들이면 좋을 거 같지만, 살구나무집에서는 술을 안 파는 것 같다.
술에 대해 묻지 않기로 했다. 뱃살 관리를 위해...
제2 메인디쉬, 칼제비.
칼국수 전문점인데 칼국수와 수제비가 인상적이지는 않았다.
강한 맛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국물이 다소 심심하게 여겨지겠지만 우리에게는 담백했다.
섬세한 혀의 소유자라면 무심한 숟가락질에 딸려 들어오는 건새우가 거슬릴 수도 있겠다.
면발은 쫄깃하기보다는 부드럽다.
뱃살 관리니 어쩌니 했지만 완면, 완만두.
나올 때 보니 대기 명단 적는 곳이 보인다.
점심 시간에는 줄을 서야 하는 모양이다.
한산한 저녁에 와서 다행이다.
아무리 맛집이라도 기다림에 지치면 먹는 기쁨이 훼손되므로.
칼국수 맛집인 줄 알았는데 의외로 만두 맛집.
살구나무집 칼국수보다 만두가 가끔 생각 날 거 같다.
그리고 물김치!
먹고 싶어지는 바로 그 '아는' 맛 때문에.
♣ 평점 : 7
사족: 메뉴판에 적힌 '만'과 '두' 사이에 (해물치즈) 라는 작은 글씨를 놓친 옆 테이블에서는 점원을 불러 고기만두가 아니라 김치만두이냐고 물었다. 새우의 붉은 빛때문에 김치만두로 착각한 듯하다. 맛을 보면 더 놀랐겠다.
살구나무집 칼국수
서울 양천구 중앙로32길 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