흩어지는 마음을 하나하나 부여잡는다.
흩어지는 마음을 하나하나 부여잡는다. 뭔가 잘못 됐다는 느낌을 받는다.
예약 날짜보다 빠르게 방문한 이유는 가정사 때문이었는데, 나는 정말 이 당시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만 같았다. 내가 있어야만 중대한 무언갈 할 수 있는 상황이 부담이었고, 내 시간을 빼앗긴다고 생각이 들었다. 나는 가족을 사랑하지만 너무 지치다못해 억울한 감정을 느꼈기에 조금만 다가와도 가시를 세우는 것이다. 왜 내 자유를 침범하느냐고 과하게 분노하며 슬퍼했다. 가족이란 존재가 족쇄가 되는 느낌에 답답함을 느꼈다. 그래서 병원을 일찍 찾았으나 "잘 보내고, 위로 받고, 괜찮아지셨으면 좋겠어요...."라는 답변을 받았다.
조금 높인 처방과 함께 말이다. 진료 보단 상담이라고 보는 게 맞았다. '위로 받으라니, 누구한테?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데 어떻게 잘 보내라는 거지? 보내는 법을 좀 알려줄 순 없었을까?' 순간 어찌할 바를 모를 정도였다. 내 얘기를 남에게 하는 것 자체가 효과가 있는 것은 맞지만서도 어찌됐든 우울증이라는 병이 낫도록 유도해주어야 할 건 아닌가. 어떻게 해야되겠냐고 되물어주신 덕분에 조금 객관적으로 생각해보긴 했다. 다음 예약은 언제로 잡으실 거냐는 물음에 따로 예약 남기겠다고 하고 나왔다. 지금까지 정성들여 진료를 봐주신 게 감사하지만 이제는 바꿀 때가 되었다.
감이 잘 잡히진 않지만 어쨌든 이곳에서 계속 진료를 받는다면 내 치료는 더딜 것이라 본게 내 결론이었다. 나는 나와 가장 친한, 우정도 다른 형태의 사랑임을 알아차리게 해준 친구 '스타'에게 연락을 했다. 스타 또한 이러저러한 이유로 인해 정신과를 방문하는 친구였다. (여담으로 내 꿈 중 하나는 스타의 오랜 행복이다.) 스타는 본인이 직접 몇 군데를 알아본 뒤 다니고 있었다. 자랑스러운 내 친구가 나아지고 있다는 소식을 모르지 않았으므로 가장 먼저 찾은 것이었다. 솔직하게 지금 다니는 병원이 도움이 별로 안 되는 것 같다고, 슬슬 힘이 든다고 했다. 스타는 곧바로 병원명과 위치를 알려주었고 나는 바로 예약을 남겼다.
이번에는 제발, 내가 나로 있을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길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