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을 수 없는 끌림이 사랑이 되기까지는 얼마나 시간이 걸릴까!!
"비스듬히 어긋난 연인 사이에 흘렀던 그 사랑"이란 홍보 문안에 맞게 소설 속의 세 사람은 어려운 사랑을 한다. 과연 텅 빈 공동 같은 비어있는 사랑을 채우는 일은 가능하기나 한 것일까?
비스듬히 어긋난 연인 사이라 - 이에 대한 정의는 소설 8~9쪽에 아주 친절하게 설명이 되어 있다.
"그때 이열과 난 문을 열어 둔 특수 관계였다. 우리를 이어 준 것은 서로에 대한 막연한 호감과 삶에 대한 호기심, 그리고 끊을 수 없는 끌림이었다. 우린 관대했다... 그게 뭐든 아름다우면 괜찮았다..." (9쪽)
등장인물 수완, 이열, 황경오, 그리고 황경오의 아내(사랑이 집착이며 집착이 곧 사랑인 사람)
이 모두 사랑이 참 어렵다.
누군가의 사랑은 오늘만 살 것처럼 하고.
누군가의 사랑은 특별한 이야기 없이 오래 기다리고 관대하다.
그리고 누군가의 사랑은 '상자 속에 가둔 사랑'이어야 한다. 스스로 치명적이다.
여자 주인공 '수완'에게 두 개의 사랑이 갑자기 들이닥친다. 마음을 열어 두어도 닫아 버리려 해도 올 사랑은 기어코 오고 만다.
어둑한 밤, 어수선한 술집 앞에서, 한 남자 이열의 은비늘처럼 빛나는 눈빛에 반해버린 독특한 사랑.
잠깐의 목소리에 이끌려 술자리에까지 참석해서 하룻밤도 지나기 전에 하나가 되어 버린 사랑.
수완이 이열을 처음 만남 이후 시작도 끝도 아닌 묘한 감정에 사로 잡혀 있는 동안, 제대로 시작하지도 못한 채 마음의 문을 닫고 끝내버리려는 상황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
'가장 보통의 연애'인 듯 아닌 듯 가장 보통의 연애처럼 술이 매개가 되어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만난 지 몇 시간 만에 사랑이 되어 버린다. 멈출 수 없는 브레이크처럼.
그런데 그게 사랑일까. 아니면 방종일까. 달콤한 벌이었기에 후회할 수도 없는.
"목소리 하나에 이끌려 술자리를 찾아가 하룻밤도 지나기 전에 얽혀버린 방종이 제대로 벌을 받는 셈이었다. 하지만 단순히 벌이라기엔 지나치게 달콤했다. 그러니 후회할 수도 없었다. 여기까지야. 여기까지가 내가 할 수 있는 방종이야. 난 책임질 것이고, 내 몫의 고통을 다 받아들일 거야. 그리고 이별을 돌이키지 않을 거야."(160쪽)
막연한 호감과 뜨거운 방종과 사이. 그 모든 것이 사랑이라 생각한다.
꼭 뜨겁게 하나가 되어야 하는 사랑만이 사랑이 아니듯이.
또 끊임없이 기다리고 그리워하고 특별하게 관대함을 지녀야 하는 것 또한 그것만이 사랑이 아닌 것이다.
수완이는 황경오와의 사랑, 그리고 이별을 통해 엄청난 회한과 슬픔과 죄책감을 경험한다.
그리고 그 상처를 어떻게 보면 관대함으로 보여지는 이열의 사랑으로 치유가 될 것 같다.
어쩌면 사랑을 통해 공동 - 폐허를 경험하게 된 수완. 결국 그 폐허를 또 한 남자의 사랑으로 채우게 될지도 모른다.
이 소설은 무엇을 얘기하려는 것일까. 두어 번은 더 읽어야 될 것 같다. 다 알 것 같은, 약간은 치정이 섞인 듯한 에피소드들도 등장하고. 사랑 이후에 텅 비어 버린, 폐허 같은 사랑을 얘기하려는 것도 같고. 결국 그 폐허의 치유 방식을 얘기하려는 것도 같고.
다른 사람들은 이 소설을 읽고, 이 소설에 나오는 몇몇의 '비스듬히 어긋한 사랑 이야기'를 어떻게 정서적으로 수용하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나는 읽는 내내, 괜히 수완이에게 몰입이 되어서, 악몽을 꾸는 것 같았다. 슬픔 속에 가두어 버린 듯한 자신의 삶을 방관하는 듯한 태도로 맘에 안 들었다. 이열을 두고, 처음에 시작도 제대로 못한 상황에서 마음의 문을 닫아 버리고, 오해하고 돌아서는 태도가 몹시 맘에 들지 않았다. 여러모로 맘에 들지 않는 캐릭터였다.
"문제란 만들기 나름인 것이다. 문제가 아닌 것을 문제로 삼기도 하고 문제인 것을 문제로 삼지 않을 수도 있었다. "실망스럽네. 난 아무것도 문제 되지 않는데."" (187쪽)
이렇게 말하는 이열이 수완이보다 좀더 어른스러운 사랑을 하는 것 같아서 다행이다 싶었다.
뚜렷하게 성취하는 행위가 없어도 그저 사랑하는 이의 옆에서 봐 주고 들어 주고 같이 웃어 주는 일.
그 관대함의 사랑의 다른 표정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그 관대함이라는 이름으로 주변만을 뱅뱅 도는 것, 그것도 쉬이 끝내야지 오래 끌고 가면 이미 사랑은 떠나버린다.
사랑 참 어렵다.
참 어려운 사랑. 끝내 이루게 하려고 작가가 노력한 흔적이 역력한 소설이다.
사랑에 고픈 사람들, 사랑에 아픈 사람들, 사랑으로 힘들어 하고 있는 연인들. 꼭 읽어 보시라.
"이중"이라는 말이 갖는 일종의 부정적인 어감에 사로잡히지 마시고.
그래서 이 책은 나의 절친 - 40대 싱글 여인에게 주고 싶어졌다.
머뭇거리지 말고 사랑하시라고. 시작한 후에 그 감정이 힘들거나 불편하고 슬프고 불안하면 언제든 그만두라고. 시작하지도 않고 겁내지는 말라고. 비록 할퀴고 상처 입어서 사나워지더라도. 그 사랑도 아름다운 것이니까. 일단 시작하시라고. 말하면서 이 책을 전하고 싶다.
**이 리뷰는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