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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찻잎향기 Dec 19. 2018

[그림책 읽기] 산책

우리 함께 걸을까? "눈과 귀와 코로 느끼는 세상"

[그림책] 산책


 "눈과 귀와 코로 느끼는 세상" 


이 책의 기본 내용은, 꼬마 곰과 꼬마 늑대의 산책이야기입니다. 

어린 두 짐승은 어느 고요한 겨울 깊은 밤, 눈송이들만이 반짝거리는 숲속에서, 서로 우연히 만났어요. 둘은 서로 싸우지도 않고. 나란히 함께 산책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 줍니다. 정말 멋진 풍경이지요.  


이런 기본적인 서사 내용을 조금 각색해 보았어요. 

어린 늑대가 친구 곰을 소개하는 방식으로요. 

주인공 늑대의 이름은 '벼리', 곰의 이름은 '다미'로 지었어요. 

서술 방식은 1인칭 주인공 시점. 화자는 나, 벼리(늑대)입니다.   


>> 각색한 이야기 속으로  


내 친구 이름은 '다미'에요. 다미는 보드랍고 까만 털을 뒤집어 쓴 사랑스런 모습을 하고 있구요. 

내 이름은 '벼리'에요. 뾰족한 주둥이를 하고 있어서 늘 화가 난 아이처럼 보이기도 해요. 

그렇지만 나는 빛나는 회색 털과 황금빛 눈동자를 가지고 있어서. 나를 한 번 보면 보기만 하면. 바로 말을 걸고 싶을 만큼 근사한 모습이랍니다! 

그래서 다미도 내게 첫눈에 반한 것이지요. 


우리가 처음 만난 날은 눈이 하얗게 내리던 어느 겨울 밤이었어요.  


깊은 숲속에서는 눈송이들만 반짝반짝 빛나며 내리고 있었지요. 너무나 고요해서. 마치 눈송이들이 소리없는 노래를 부르고 있는 것처럼 들렸어요. 나는 그 소리들을 쫓아서 숲 속을 뛰어다니고 있었어요. 그런데 숲속 반대쪽에서 촉촉하고 까만 코를 가지고 있는 다미가 불쑥 나타난 거에요. 

나는 살짝 숨었지요. 그런데 다미가 살금 살금 다가와서 말을 거는 거에요.  


"너, 길을 잃었니?"

"아니, 넌?"

"나는 눈 내리는 숲을 좋아하거든, 그래서 산책 나왔는데. 너는?"

"난 눈을 밟으러 나왔어. 눈 밟을 때 나는 소리를 좋아하거든. 뽀드득뽀드득."

"그래. 그럼 우리 함께 걸을까?"

"그래, 좋아!"


그래서 우리는 눈밭을 나란히 함께 걸었어요. 

하얀 눈을 눈으로 바라 보고, 차가운 눈을 코로 느끼고, 눈 내리는 소리를 귀로 들으면서 말이죠.

춥지 않았어요. 

두툼한 털이 온몸을 감싸고 있으니까요. 

젖은 나무껍질 냄새도 맡으니 기분이 좋았어요. 눈송이가 털옷 위에 내려앉는 소리도 들리구요. 

가만히 멈춰서서 눈송이 하나하나를 들여다 볼 때는 마치 우주 공간에 떠 있는 것 같았어요. 

반짝이는 눈밭을 나란히 걷을 때도 마치 구름 위를 걷는 것 같았어요. 

하늘에서 커다란 새 한 마리가 하얀 날개를 펼치며 날고 있었어요. 커다란 새도 날개에 닿는 부드러운 눈을 좋아하나 봐요.  


그렇게 걷다가 얼음 들판을 만났어요. 여름에 와 보았던 곳. 초록 숲속이었던 곳. 온갖 소리와 향기로 가득차 있었던 곳. 

지금은 꽁꽁 언 얼음 들판이 되었어요. 얼음 바닥을 내려다 보았지요. 

다미가 도톰한 발로 눈을 쓸어 주었어요. 얼음 밑에는 물고기들이 반쯤 잠들어 있었어요. 

그런데 그때 다미가 말했어요.


"나 이제 가야 해. 동굴로 돌아가서 겨울잠을 자야 하거든."

"그래. 나도 돌아가야 해. 순록 냄새를 따라가는 중이었거든. 긴긴 밤을 달려야 할 거야."

"함께 걸어서 정말 좋았어"

"나도 나랑 같이 있어서 정말 즐거웠어.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우리는 이렇게 헤어졌어요. 그리고 숲속 반대편으로 서로 다른 길을 떠났지요.

다미는 동굴 속에서 긴긴 겨울잠을 자고. 나는 묵묵히 순록을 쫓으며 겨울을 보냈지요. 

그리고 시간이 흘렀어요. 겨울도 점점 끝나가구요. 


마침내 숲속에 봄이 왔어요. 새싹이 움트고 새들이 노래하기 시작한 향기가 가득한 봄이 왔어요.

다미는 어디 있을까요? 숲속을 걷고 있을까요?

우리는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어, 저기 흔들리는 수풀 사이로 누군가 보였습니다. 다미일까요?

우리가 다시 만났을까요? 

(궁금하면 오백원!! 이 아니고 ~~~~  그림책을 끝까지 봐 주세요~~~)  


>> 책장을 덮으며  


책 속에서는 곰과 늑대로만 나오길래, 곰과 늑대에게 이름을 붙이며 읽어보았어요. 

좀더 생생한 이야기 전달 방식이 되는 것 같아요. 

유년의 아이들에게도 이렇게 이름을 붙여가며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우리 아이들이 어렸을 때, 이렇게 이야기를 (맛갈나게) 들려주는 시간을 자주 만들어 주었으면 좋았겠다, 하는 후회가 많이 생깁니다. 그런 아쉬움을 뒤로 하며 그림책을 흐믓하게 보았습니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사족 

제가 '산책'이라는 단어에 좀 집착합니다. 너무나 좋아하는 단어입니다. 

그래서 서평단에 신청했고. 당첨이 되어서 너무나 기뻤습니다. 더군다나 내용도 간결하고 좋아서. 내일 바로 이 책을 선물할 예정입니다.

북극곰 친구들에게요. 그런데 북극곰 친구들은 누구일까요? (비밀~~~~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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