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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찻잎향기 Dec 26. 2018

[소설 ] 아! 병호  "갈치야, 임연수야, 병어야"

병호가 그린 그림들이 보고 싶다, 병호야 놀자~

[소설] 아! 병호  "갈치야, 임연수야, 병어야" 


'병어야'~ 가 '병호야'로 들릴 수 있는 분이라면. 

이 책을 읽을 자격이 충분이 있습니다. ^^ 


>> 책 프로필 


작가_ 최우근

출판_ 북극곰

발행_ 2018.10.30 초판

별칭_ 북극곰 이야기꽃 시리즈 5권 

*'북극곰 이야기꽃'의 의미_ 북극곰이 만든 이야기책이 온 가족이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는 데 기여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이야기꽃'이라는 이름에 담았다.  


>> 책 속으로 


나는 형과 다르다. 구슬치기도 딱지치기도 잘 못한다. 그 대신 나는 굉장히 오래 걸을 수 있고, 만화를 쉬지 않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상상력이 풍부하다. 나는 내 장점들을 좋아하지만, 그런 걸로 인정을 받기는 힘들다. 왜냐하면 그건 딱지나 구슬처럼 따거나 잃는 게 아니고, 또 선물할 수도 없는 거니까. 그래서 나는 친한 친구가 많지 않다. _ p.13


어린 화자의 상황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대목이다. 그래서 너무나 맘에 들었다. 꼭 유년 시절의 내 얘기 같기도 해서. 쓸데없이 상상력만 많았던 나. 친구도 거의 없었던 나. 

나에게도 '병호' 같은 친구가 있었더라면. 하는 부러운 마음으로 호진이(화자인 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그치만... 이렇게 보면 이게 '우'짜 아냐?"

그렇게 보니까 '아'가 '우'로 바뀌었다. 나는 화가 폭발해서 버럭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름을 왜 돌려, 이름을! 이름 돌리지마!"

(중략)

"병호야, 이건 니 이름이 아니야. 이건 니 이름이 아니라고."

"나도 알아."

"아, 그러셔?"

"진짜야. 봐 봐"

병호가 칼을 뽑아서 땅에다가 자기 이름을 썼다. 우병호. 한 글자도 안 틀렸다.

"너 뭐야? 알면서 여기엔 왜 이렇게 썼어?"

내가 물어보자 병호가 말했다.

"나는 이 글자가 더 예뻐."

병호가 배시시 웃었다. 나는 그냥 두 손을 들었다. _ pp.44-45



아, 엉뚱하지만 너무나 사랑스러운 병호. 이 대목에서 빵빵 터지고 말았다.

병호의 행동과 반응은 거의 이런 식이다. 엉뚱함, 발랄함, 신선함!

다른 에피소드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우리 아이스크림 만들어 먹자."

"아이스크림?"

병호가 가지를 손으로 조물락거리다가 무릎에 탁탁쳤다. 나도 따라 했다. 조몰락조몰락 탁탁, 조몰락조몰락 탁탁. 그렇게 몇 번을 하더니 병호가 가지를 쪼갰다. 가지의 하얀 살과 씨들이 뭉개져서, 거품이 부글부글 일었다. 생긴 게 아이스크림이랑 조금 비슷했다.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맛은 밍밍한 가지 맛이었지만, 그걸 먹으니까 목마른 게 가셨다. _ p.54



만약에 가지가 집에 있다면. 조몰락조몰락 탁탁, 꼭 따라 해보고 싶은 대목이다. 

정말 가지가 '아이스크림'이 될 수 있을까? 몹시 궁금하다.  



어제부터 마음이 급해졌다. 만화를 꼭 봐야 하는데 돈이 안 생겼다. 그래서 어제는 병호랑 둘이서 버스 정류장을 돌아다녔다. 병호가 돈을 주운 적이 있다고 해서다. 

"진짜야?"

"응. 누가 버스에 타다가 흘렸나 봐."

그럴 듯했다. 나는 병호와 함께 버스 정류장으로 달려갔다. 우리는 소처럼 땅만 보면서 걸어 다녔다. 하지만 바닥을 아무리 살펴도 돈이 없었다. _ p.136



병호 같이 말하는 친구가 꼭 있다. 마치 우연을 필연처럼. 상상이 현실보다 더 실감나게. 그런데 나는 더 바보는 아닌데. 어쩌다 보면 내가 바보가 되어 있는 것 같고. ㅎㅎㅎ  



(집배원) 아저씨가 편지를 줬다. 편지 봉투에 보낸 사람 이름이 쓰여 있었다. '아병호', 였다. 

나는 마루로 뛰어나가 편지 봉투를 뜯었다. 편지가 한 장 들어 있었다. 거기엔 그림이 잔뜩 그려 있었다. 꽃도 있고, 개미도 있고, 수염 달린 복숭아와 술 취한 물고기도 있었다. 글자는 하나도 없었다. 병호다웠다. 나는 엎드려서 편지를 썼다. 쓰고 싶은 말을 많았지만 병호가 귀찮아 할 것 같아서 되도록 짧게 썼다. 


병호에게 

병호야 언제든 놀러 와. 같이 놀자. 

호진이가.



아! 병호. 지금은 (현실 속에 실존하는 캐릭터라면) 자기 이름을 돌리지 않고 쓸까? 아니면. 돌려 쓴 이름으로 그림 속에 이름 대신 넣는 시그널이 되었을까? 

병호의 그림이 보고 싶다. 

그런 병호를 격하게 아끼는 호진이의 편지 세 줄도 너무 맘에 든다. 할 말은 다 들어 있다. '언제든 놀러 와', '같이 놀자' ... 

아, 눈물 난다.  



>> 책장을 덮으며  


어린 시절_ 초등학교(국민학교) 시절에 꼭 한 번쯤 만났을 아이들. 병호, 호진이...

그립다. 그 그리움에 대한 위안을 이 책을 읽으면서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빙그레 배시시 케케케케 혼자 웃으면서 말이다. 

가족들이 함께 읽으면 참 좋을 이야기책이다. 함께 이야기꽃을 피우면서 말이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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