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애호박 요리로 더위에 지친 내 입맛 살리기!

애호박 농가, 돈쭐 내주자!!

무심코 열어 본 뉴스에 난데없이 애호박을 갈아엎는 충격적인 기사가 올라왔다. 이유인 즉 애호박 농사가 풍년인 강원도 화천에서, 코로나 시국으로 학교급식에 소비되지 못한 애호박이 출하되지 못해 밭에서 고스란히 갈아엎는다는 기사였다.


심장이 뜨끔했다...


이 많은 애호박이 왜?

생사를 달리한다는 말인가?

이 농민들은 대체 어쩌란 말인가?


안타까움에 기사를 보며 애호박 요리 글을 올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것은 아마도 부모님이 농사로 자식 넷을 키웠기에 갈아엎는다는 그 처절한 상황을 익히 알고 있기 때문이었으리라.


브런치에 글을 쓰며 알게 되었다. 부족한 글을 올리지만, 내 글에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배추와 김치, 옥수수, 감자, 복숭아 등의 글을 올리면 자연스럽게 구매를 하는 독자들이 있다는 것은 참 감사한 일이다. 여러 번 올린 글을 통해 경험하다 보니 혹, 어려운 처지에 놓인 경우가 있다면 그들과 독자를 연결해 주는 브릿지러(연결 다리가 되어주는 사람)가 되고 싶다.


소싯적 풍작인 배추를 보며, 즐거워하기는커녕 밤새 눈물지으며 잠 못 이루던 부모님이 생각난다. 농사일이란 것이 대부분 농작물의 출하량을 어느 정도 맞춘다. 하지만 사람 일이라는 것이 심리가 비슷한지라 작년에 흉작이어서 값이 천정부지 오르면 이듬해는 너도, 나도 그 작물을 조금씩 더 기른다. 내 기억으론 아마도 부모님도 전년도 배춧값이 쏠쏠했기에 조금 더 출하 양을 늘려 배추를 심었다. 고맙게도 배추는 잘 자라주었고 풍작이 되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 저기 배추가 풍작인 데다 한참 여름휴가, 딱! 지금 이맘때였다. 여름휴가 때는 사람들이 김치를 덜 먹는다. 그도 그럴 것이 직장은 휴가로 멈추고, 학교도 방학이니 김치를 소비할 곳은 가정이다. 가정에서 김치를 먹어봐야 얼마나 먹겠는가? 당연히 배추를 찾는 이는 줄고 배추는 풍작이니 사겠다는 장사꾼도 씨가 말라 눈을 씻고 찾아봐야 동네 얼씬도 안 한다.  


세월만 보내자니 배추는 썩을게 뻔하고, 눈뜨고 있자니 배추가 눈에 밟혀 부모님의 심장은 쪼그라든다. 급기야 아버지는 가락동 시장을 직접 찾아가겠다는 비장한 결심을 하고는 날이 새기도 전, 배추작업이 시작되었다. 미리 예약해 놓은 트럭기사는 농사꾼의 마음을 아는지 어둠이 걷히기도 전 마을 어귀에 들어섰다.


여느 때 같으면 배추 작업을 할 때 일손이 부족하니 용돈 얼마를 주겠다 하시고 내 일손을 빌리시는데, 용돈은 고사하고 배추밭을 얼씬거리는 것도 성가시지 않을까 눈치만 본다. 트럭 한 대에 싣고 갈 수 있는 양이 얼마 되지 않으니 내 일손은 필요치도 않았다. 나는 엄마가 만든 참을 함께 들고 배추밭으로 향했다.


밭에서 밑동이 잘린 배추는 신줏단지 모시듯 신문지에 한 번 싼 다음 트럭에 차곡차곡 쌓는다. 아버지의 마음은 천 갈래 만 갈래 찢어지겠지만 배추가 주인을 찾아갈 수 있다는 작은 희망을 품고 작업은 힘차게 이어졌다. 송골송골 맺힌 땀을 닦으며 막걸리에 참으로 내어온 국수를 한 사발씩 후룩 들고는 다시금 손들이 빨라진다.


"여어, 서둘러. 어두워지면 가락동 도착도 힘들어"


신문지에 싸인 배추가 높이 높이도 쌓여 올라갔다. 한번 가는 길에 어느 배추 하나 놓치고 갈 수 없다는 비장한 마음으로 켜켜이 쌓은 배추는 혹시라도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하며 나는 시선을 멈출 수 없었다. 높이를 견디지 못하고 떨어져 나오는 배추는 서울 나들이를 갈 수 없음을 아는지 힘없이 투 두 툭! 내동댕이쳐지듯 떨어지고 만다. 아깝지만 어쩔 수 없다. 트럭 머리에 이고 갈 수 없으니 말이다. 높이 쌓인 배추는 천막으로 잘 감싼 후 밧줄을 얽기 설기 묶으면 작업은 끝이 난다.


땀으로 범벅이 된 아버지는 대충 냉수욕을 하고 옷을 갖춰 입었다. 이놈의 배추를 하나라도 팔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넋 놓고 있을 수는 없기에 뭐라도 해야 했다. 여기서 포기한다면 밥줄은 고사하고 농사에 들인 돈은 고스란히 빚으로 떠안아야 할 판이다. 못 팔아도 go!! 다.


따르릉...

늦은 저녁을 먹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아버지다. 가락동 시장에 잘 도착했고, 오늘은 차 안에서 자고 내일 배추를 살 상인을 찾아본다고 했다. 낯선 곳에서 처음 접하는 상황이라 두려움이 클 게다. 하지만 진퇴양난, 여기서 멈출 수는 없다. 그렇게 애타는 시간이 하루 더 지나고 이틀 밤을 보낸 아버지는 배추를 다 팔았다며 집으로 온다고 했다. 다행히 배추를 소매로 파는 상인의 도움으로 일일이 하나씩 팔았다고 한다. 시장가보다 조금 싸게 판매하니 재고 없이 팔려나갔다. 요즘 말로 완판이지만 남는 건 원가가 전부다. 배추 작업한 금액에 대여한 트럭, 기름값, 기사 수고비, 여비까지 제하고 나면 큰 이득도 아니었지만, 비료값이라도 건졌다며 지친 얼굴에 안도감이 스쳤다. 농사꾼이던 아버지가 가락동 시장을 찾아간 건 커다란 모험이었다.


소싯적 일이지만 내 나이가 그 시절 아버지 나이가 되고 보니 안다. 어깨 짓누르는 가장의 무게를 남편을 통해 오롯이 경험했기에 아버지의 한숨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가락동시장으로 달려갈 수밖에 없었던 그 심장을 나는 이해한다. 그렇기에 애호박이 트렉타에 밀려가는 그 순간은 미치도록 가슴에 파고든다. 이럴 때 솥뚜껑 잡이 아줌마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그렇다!!

식구들의 밥상을 쥐고 있으니 내 맘대로 호박 파티를 벌려보자. 호박요리로 더 많은 이들이 호박을 사고 호박요리에 행복해하길 바라는 마음을 이 글에 실어 보낸다.


흔히 애호박 요리라고 하면 애호박 볶음, 된장찌개에 송송 썰어 넣은 애호박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애호박으로 할 수 있는 요리는 무궁무진하다. 애호박을 채 썰어 부침 반죽에 섞어 노릇하게 부친 애호박 부침, 애호박을 숭덩숭덩 썰어 올리브 오일, 소금, 허브를 넣어 담백하게 구운 애호박 구이, 계란옷을 입혀 만든 애호박 전, 노란 카레에 깍둑깍둑 썰어 넣어 만든 카레라이스... 갑자기 애호박 요리가 빨리 먹고 싶어 졌다. 이 많은 요리 중에 어디서 듣도 보도 못한 새콤달콤 애호박 피클을 만들어 보려고 한다.


애호박으로 피클을? 전혀 상상이 가지 않는 맛에 얼굴에 묘한 표정을 짓고 있을 독자의 얼굴이 떠 오르지만 한번 먹고 또 찾을 그 맛, 애호박 피클을 만들어 보자.


새콤달콤 애호박 피클

재료: 애호박 2개, 레몬 1/2개. 오이 고추 5개, 청양고추 2개, 적양파 2개(중간 크기)

절임물: 물 1리터(종이컵 5컵), 식초 1컵(3배 식초 70ml), 설탕 1과 1/2컵, 피클링 스파이스 3큰술, 월계수 잎 3장  

재료를 깨끗이 씻어 준비합니다.

애호박은 반달 모양으로 썰고, 고추는 1cm 두께로, 양파는 깍둑 모양으로 썬다.

썰어 놓은 애호박은 프라이팬에 약한 불을 켜고 덖듯이(차 잎을 말릴 때 덖는다고 한다.) 살짝 수분을 말려준다. 익히면 안 됨. 겉면에 수분만 말리듯 살짝 한다.

레몬은 반달 모양으로 얇게 썰고 씨를 제거한다.

유리병은 뜨거운 물에 소독한 후 말린다.

준비된 채소를 유리병에 켜켜이 담는다.

절임물이 끓기 시작하면 불을 줄이고 약불로 5분 더 끓인다.

유리병에 뜨거운 절임물을 부어준다. 채소에서 물이 나오면서 부피가 줄므로 절임물은 가득 붓지 않아도 된다.

밀봉 후 한 곳에 하루 보관 후 맛있게 먹는다.

아이들과 함께 먹을 거라면 청량고 추는 조절 해 주고, 애호박과 함께 들어가는 재료는 가족들이 좋아하거나 집에 있는 재료를 활용하면 된다.


언젠가 레스토랑에서 애호박 피클을 먹어보았다. 처음 접하는 요리인지라 애호박은 물렁하게 익혀야만 먹는 음식인 줄 알았던 나는, 오만가지 찡그린 얼굴을 하고 애호박 피클을 입에 넣었다. 한입 베어 문 나의 표정은 오! 오오오... 놀람 교향곡을 연상케 하는 감탄사가 나왔다. 물커덩 할 것 같은 예상을 깨고 뽀드득 한 맛에 자꾸만 손이 갔다. 급기야 "한 접시 더!"를 외치며 애호박 피클을 신박한 음식으로 내 머릿속에 저장했다.


연일 이어지는 폭염에 입맛이 집을 나가 돌아오지 않는다면 새콤달콤 애호박 피클 만들어보자.

애호박을 좋아한다면 애호박 듬뿍듬뿍 넣어 농가도 살리고 내 입맛도 살려보자.



애호박 전

재료: 애호박 1개, 식용유, 부침가루 1큰술, 계란 2개

애호박을 6~7mm 정도의 두께로 썬다.

애호박을 펼쳐 소금을 살짝 뿌린다. 양념간장에 찍어 먹는다면 소금을 뿌리지 않아도 된다.

계란에 소금 한 꼬집을 넣고 잘 풀어 계란물을 만든다.

애호박에서 나온 즙을 닦고 지퍼백에 부침가루, 애호박을 넣어 한번 흔들어 밀가루를 입힌다.

애호박에 묻은 밀가루를 털어내고 계란물을 입히고 오일팬에 앞뒤로 굽는다.

불이 좀 셌는지 계란옷이 이쁘지 않게 나왔다. 그래도 아삭아삭 맛은 좋다^^


애호박 감자전

재료: 굵은 감자 8개, 소금 약간, 양파 1개, 부추 한 줌, 애호박 1/2개, 들기름, 식용유

감자의 껍질을 까고 강판에 간다. 채반에 바쳐 물기를 뺀다.

감자 물은 잠시 방치한 후, 물은 따라내고 바닥에 가라앉은 녹말은 감자 간 것에 섞는다.

애호박과 양파는 얇게 채 썰고 부추는 5cm 크기로 자른다.

감자 간 것, 소금, 채소를 섞는다.

들기름과 식용유를 섞어 팬에 두르고 감자 반죽을 올린 후 앞뒤로 노릇하게 구워낸다.

감자전을 좋아하는 우리 집 아이들은 감자를 가는 것도, 반죽을 섞는 것도 익숙하다. 애호박 듬뿍 넣어 애호박 감자전 맛있게 먹어보자.


주말을 맞아 애호박 파티 어떨까? 지금이 제철요리로 보약이 따로 없다. 굳이 요리를 하지 않아도 닭안심과 함께 구워만 먹어도 맛있다.


애호박 산지 폐기 소식에 사람들 난리 났다.

애호박 산지폐기 소식을 들은 사람들은 나와 같은 마음이었나 보다. 화천군에서는 20개 들어있는 애호박 한 상자에 6,000원(택비포함) 하니 주문 폭주와 함께 애호박 돈쭐내자는 움직임이 일었다.


하지만 나는 안다.

이 금액은 겨우 원재료 값만 회수가 가능하다는 것을... 마트에 가면 애호박은 여전히 1개 1,000원 남짓 한다. 산지 것 보다 비싸지만 유통과 점포 인건비가 있으니 비싸다 생각 말고 많이 팔렸으면 좋겠다.

작년 자료를 브런치에서 찾아보니 애호박 한개 3,990원까지(출처: 애호박 하나에 3,990원 실화? (brunch.co.kr) 갔다고 하니 지금 마음껏 즐겨보자.


코로나 4단계로 모두 팍팍한 삶을 살고 있지만, 애호박으로 바라본 세상은 아직 살만 하다. 이런 정이 있는 사람살이가 그래서 좋다.

그 옛날, 배추를 싣고 가락동 시장 갔던 아버지의 배추는 아.마.도 정이 가득한 사람이 샀을 거라는 생각에 마음이 뭉클하다.

 

http://naver.me/GnGYhReQ



매거진의 이전글 '먹고 남은 옥수수 200% 활용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