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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가지 요리!

텃밭에서 따온 가지가 요리로 가지가지 한다.

지난여름 덥다는 이유로 텃밭의 식물 가지 치는 것을 놓쳤더니, 가지가 자신의 정체성을 잃고 수양버들처럼 늘어져 있다. 이대로 두다가는 비바람에 가지가 부러질 것 같아 잠시 비가 멈춘 틈을 타 힘겹게 매달린 가지들을 따고 보니 2그루의 가지 모종이 자라 참 많이도 달렸다. 초여름에는 가지의 보랏빛이 빛이 날 정도로 예뻐서 지인들에게 나눠주었는데, 이제 끝 무리가 다가오니 모양도 빛깔도 곱진 않다. 한번 볶아먹고 말기에는 양도 많고, 이럴 땐 가지 요리를 가지 가지 해보아야지 :)

텃밭에서 수확한 가지들

큰아이는 원래 가지를 먹지 않았다. 가지의 영양성분을 장황하게 늘어놓더라도, 눈 하나 꿈쩍 하지 않고 입에도 대지 않았다. 가지를 먹이기 위해서 솔루션이라도 받아야 하나? 고민할 정도로 가지를 싫어했다. 이런 반응에 지칠 엄마가 아니기에 어떻게 하면 가지를 맛있게 먹일까 고민하다 만들게 된 가지피자는 앉은자리에서 가지 2개는 뚝딱해치운다. 그리하여 가지를 먹기 시작한 지가 벌써 5년이나 되었다. 그 덕분인지 이젠 어떤 가지 요리도 잘 먹는다. 이렇게 시작된 우리 집의 가지 사랑 요리를 3가지로 소개해보자.


가지의 효능을 이야기하자면 참 많기도 하다. 그중 5가지를 나열해 보면,

가지는 천연 인슐린으로 혈당을 낮춰주므로 당뇨병 환자에 좋다. 이때는 반드시 10분 동안 쪄서 먹는 것이 효과가 가장 좋다고 한다.

가지의 안토니아닌 속에 활성산소 억제 효과가 뛰어나, 암세포 예방 효과가 있다.

가지는 보라색 수퍼푸드로 눈 건강에 도움을 준다.

가지 속에 있는 파이토케미컬 성분이 혈관을 맑게 해 준다.

가지 속에는 베타카로틴, 비타민C 가 풍부하여 피부 미용에도 도움을 준다.


그럼 이제 가지 요리를 본격적으로 만들어 보자. 오늘 만들 요리는 10분 만에 뚝딱 만들 수 있는 가지 간장 볶음, 얼큰한 맛이 자꾸 손이 가게 만드는 밥도둑 가지 조림, 가지를 싫어하던 아이가 가지 2개를 뚝딱 먹어 치우는 가지 피자다.


가지 간장 볶음

재료: 가지 2개, 간장, 다진 마늘, 파, 물엿, 깨

가지를 깨끗이 씻은 후 길게 반을 가른다. 잘린 면을 도마에 놓고 손가락 굵기 정도로 어슷썰기 한다.

기름 두른 팬에 어슷썰기 한 가지, 다진 마늘을 넣고 익도록 볶는다. 이때 씹히는 맛을 좋아하는 사람은 살짝 익히고, 흐물한 맛을 좋아하는 사람은 푹 익힌다.

볶은 가지에 간장, 물엿, 파를 넣고 섞으며 볶아준다.

완성된 가지 볶음을 접시에 담고 깨를 뿌려주면 완성이다.

왼쪽: 가지 간장 볶음 / 오른쪽:가지 간장 양념 볶음


가지 조림(물엿 양 줄임, 양파 추가함)

재료: 가지 3개, 양념장(간장 5큰술, 고춧가루 5큰술, 다진 마늘 1큰술, 후추 약간, 물엿 5큰술, 설탕 1작은술, 간 양파 1/4개, 참기름 또는 들기름 1큰술), 파 1대, 양파1/2, 깨

가지를 가로로 반 자른 후 듬성듬성 길게 자른다. 양파도 슬라이스로 자른다.

팬이나 냄비에 가지와 양파를 가지런히 놓는다.

가지 위에 양념장을 올리고 물을 한 컵 부어 조린다. 양념장은 약간 남기고 입맛에 따라 가감한다. (양념은 매콤, 달콤한 맛이다. 단맛은 기호에 따라 조정한다.)

가지를 조림할 때 바닥의 양념을 가지 위에 한 번씩 뿌려주면 간이 잘 베인다.

양념 국물이 자작하게 졸여지면 파, 깨를 뿌려 완성한다.

밥 도둑 가지 조림!


가지 피자

재료: 가지 4개(1인 1개), 버섯(양송이, 새송이, 팽이, 표고 중 냉장고에 있는 재료로), 파프리카 빨강 1/3개, 초록 1/3개, 노랑 1/3개 (빨강은 안 매운 고추로 대체, 초록은 없어서 패스), 양파 1/2개, 소시지 또는 햄 100g(1개 반, 혹은 2개), 피자치즈 150g, 올리브, 토마토소스 6큰술, 파슬리가루 약간

버섯, 파프리카, 양파, 햄은 잘게 썬다.

통 올리브는 슬라이스 하여 잘라준다.

가지는 길게 반 자르고 바닥에 닿는 부분의 껍질 둥근 부분을 수평이 되게 살짝 잘라준다.(가지의 속을 채웠을 때 흔들리거나, 쓰러지지 않게 하기 위함.)

채소와 햄을 기름 두른 팬에 즙을 말리듯 살짝 볶아준다.

볶은 채소에 토마토소스를 넣고 골고루 소스가 베이도록 섞으며 한번 더 볶는다.

가지의 속을 숟가락으로 살살 파내고, 볶은 채소를 골고루 채워준다.(주의: 속을 너무 많이 파지 않도록 한다. 많이 파냈을 경우 껍질만 남아 씹는 식감이 질길 수 있다.

위의 재료에 올리브를 하나씩 올리고 치즈를 뿌린 후 오븐에 10분 정도 구워준다.(오븐이 없다면 프라이 팬에 기름을 살짝 두르고, 은근한 불에 뚜껑을 덮고 가지가 익을 정도로 구워주면 된다.

구워진 가지 피자를 접시에 담고 파슬리 가루를 뿌려 완성한다.


가지와 채소들 / 속 파낸 가지와 속 재료들 / 가지 피자 완성


어렸을 때는 엄마가 가지를 밥 위에 찐 다음 양념간장으로 조물조물 무쳐 주었었는데 내가 무치면 그 맛이 나지 않는다. 그나마 엄마가 해준 밥을 가장 많이 먹어본 큰 언니가 친정에서는 가지무침은 가장 잘 만드는데... 친정을 가더라도 다른 가족들은 만날 수가 없다. 아버지는 늘 한상 가득 차려놓고 가족이 둘러앉아 식사하는 걸 좋아하셨는데, 언제 그런 날이 올지 까마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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