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로부터 온 편지
구독자님들! 안녕하세요.
아이의 자전거 사고로 의도치 않게 휴재를 하게 되었어요. 가볍지 않은 자전거 횡단보도 사고였지만 금방 끝날 것 같았던 사고는 가해자가 되어 조금은 힘든 일을 겪게 되었어요. 겪고 보니 자전거 안전사고 큰 문제더라고요. 이 부분은 차차 전할 기회가 있을 것 같습니다. 여러 어려운 일을 겪으면서도 제가 힘을 낼 수 있었던 것은 얼굴도 모르는 애독자님과 주고받은 메일이 저를 힘나게 했어요. 양지영애독자님과의 첫 편지가 어쩌면 어린 자녀를 둔 엄마의 경제교육 고민일 거라는 생각에 허락을 받고 공유합니다.
Q. 작가님 안녕하세요.
저는 5살 아들의 경제교육 때문에 작가님의 '용돈 교육은 처음이지?'책을 구입하고 보았어요. 작가님의 용돈 교육철학에 정신이 번쩍 들었답니다. 아이의 경제 근육을 튼튼하게 해줘야 한다는 말도 신세계였어요. 그러는 찰나에 6세에 투자를 가르치는 건 이미 늦었다는 어떤 문구를 보고 마음이 더 급해졌답니다. 책에서는 미취학 아이에게 용돈은 이르다고 하셨지만 제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아이 경제교육을 시키고 싶습니다.
경제 동화책도 읽혀주고 있고, 아빠의 커피를 내리면 용돈을 받아 그 돈으로 뽑기를 ㅜㅜ 하고 있어요. 외동이다 보니 갖고 싶은 건 다 가져야 하고, 제 나름 안된다고 오랜 시간 아이와 대치하며 갖고 싶다고 다 가질 수 있는 게 아니라고 말하고 있는데 남편은 아이를 보자마자 뭐 갖고 싶냐고 다 사주겠노라, 아니면 할머니한테 사달라고 하자, 고모에게 사달라고 하자 이런 식으로 아이에게 기대감을 주며 가지고 싶은 건 다 사주고 있습니다. 여러 번 남편과도 그러면 안 된다고 하는데 처음에는 다 사주고 싶다는 마음에서 아이의 과한 요구에 남편도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는다는 걸 인지했는지 이제 와서 제가 하자는 대로 하겠다고 하네요.
저는 아이에게 네가 도울 수 있는 집안일을 하고 용돈을 받아, 그 돈을 모아서 네가 사고 싶은걸 사던, 돈이 없어서 밥을 못 먹고 흙을 먹는 티브이에 나오는 형아를 도우는데 쓰자고 하니 아이는 끄덕합니다. 문제는 용돈 문제를 어떻게 결정하느냐인데, 이건 저희 부부가 곰곰이 생각해보고 작가님이 책에서 말씀하신 내용을 토대로 꿀알바의 항목과 금액을 잡아보려 합니다. 그런데 책에서는 언급되지 않은 내용이 궁금해요.
1. 작가님의 아이들은 정기적인 용돈 지급 없이 명절이나 꿀알바로 얻은 돈만을 사용한 건지가 궁금합니다.^^
2. 그리고 아이들에게 어느 정도까지 용돈으로 해결해야 하고 어느 정도까지 엄마 아빠의 지원이 있어야 하는지 범위도 궁금해요. 학용품은 용돈이 아닌 엄마 아빠가 사줘야 하는 거 같은데 말이에요.
따님이 태블릿을 사기 위해 돈을 모았다가 나중에 사기로 했다는 대목에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어요, 그건 당연히 부모가 사줘야 하는 건 줄 알았거든요. 대단하다는 말이 저절로 나왔답니다.
3. 그리고 혹시 5살 아이 경제교육에 조언을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A. 양지영 애독자님 안녕하세요:)
저의 책을 보시고 궁금증으로 메일을 주셨다니 감사합니다. 독자의 편지는 연애편지를 받은 것처럼 무척 기쁩니다. 5살 아이에게 용돈 교육을 시작하고 싶으신 절실함이 있으시군요. 일단 질문 주신 부분에 대해 제가 실천하고 있는 것을 말씀드릴게요.
5살, 어리다면 어리지만 눈치가 빠릅니다. 부모를 움직여 내가 갖고 싶은 것을 가지려고 애씁니다. 반면 부모의 행동에 따라 아이는 자랍니다. 부모의 경제관이 어떤지에 따라 아이는 성장하거든요. 먼저, 남편과의 경제관 일치를 이끌어 내신 것은 매우 칭찬받을 일입니다. 대부분의 엄마들이 남편과의 경제관 차이로 인해 교육을 시도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부부의 경제 교육 일치를 보셨으니 지금부터 하나씩 시작하면 되니 너무 조급해하지 않으셨음 해요.
전 용돈을 주기 시작한 시점이 큰 아이 초3, 작은아이 초1입니다. 먼저 저의 책 2장 6 챕터 용돈 교육 언제 시작할까?를 보셔서 아시겠지만 시작의 시기는 아이마다 다르답니다. 지영 님처럼 아이의 자기 욕구가 강해지는 시기가 되면 시작해도 좋습니다. 다만,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은 경계해야 합니다. 아이 반응을 예민하게 할 필요는 없고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생활 속에서 시작하면 좋습니다. 용돈이라는 것은 아이가 무엇인가 사고 싶은 것이 생기는 시점부터 시작하면 되고요. 하지만 스스로 돈을 관리할 수 있어야 해요. 5살이라고 하면 아이에게 전적으로 맡기기보다 엄마가 함께 관리하면서 아이에게 상황을 공유하여 알려주면 좋습니다.
1. 용돈은 조금 부족한 듯 주고, 가정 내 꿀알바와 지인으로부터 받은 돈을 아이가 관리한다.
정기적으로 조금 부족한 듯 용돈을 주고, 꿀알바, 지인으로 부터 받은 돈은 모두 모으기, 쓰기, 나누기로 구분하여 관리를 시작합니다. 투명한 저금통에 구분하는 것은 시각적인 효과가 큽니다. 모으기, 나누기 저금통의 돈은 쉽게 개별 사용하는 것을 자제해야 하는 돈이고, 아이가 쓸 수 있는 것은 쓰기 저금통이에요. 저금통의 돈이 차면(저금통은 200ml 내외의 크기) 은행에 함께 가서 통장을 개설해 보세요. 이런 과정은 돈 주고도 배울 수 없는 경제 공부랍니다. 용돈은 필요시(혹은 시기를 정하여) 조금씩 주시고 나눠서 쓸 수 있도록 하면 되고, 꿀알바는 소소한 집안일을 함께 한다는 개념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구두 닦기, 빨랫감 개기, 심부름하기 등등(이 부분은 4장 슬기로운 경제생활을 참조하시면 됩니다.) 가정 일에 참여하게 하는 거예요. 점점 자라면서 소소한 일에 알바비를 주지 않아도 몸에 밴 경제습관이 용돈을 계획해서 사용하므로 부족하지 않습니다.
2. 용돈 사용처에 따라 금액은 정한다.
요즘은 대형마트에서 문구, 장난감, 간식을 모두 사게 되니 아이가 용돈이 많이 필요하지는 않더라고요. 하지만 용돈을 조금씩 주면서 돈을 사용해 보는 경험을 하게 해 주세요. 문구가 필요하면 가까운 문구점에서 물건을 골라보게 하는 것도 선택에 있어 중요한 공부가 됩니다. 마트에서 구매하지 않은 간식을 먹고 싶다고 하면 용돈으로 사 먹을 수 있도록 해주셔도 좋아요. 무엇이든 풍족하게 사주는 것보다 조금 부족하게 해 주고 필요한 것은 사보는 것입니다. 용돈은 5살이면 많은 돈을 머릿속에 저장하기 힘들답니다. 동전, 지폐 세어 보는 연습을 한다 생각하고 주시면 됩니다. 1주일에 1~2천 원 정도 봉투에 동전과 지폐를 섞어서 주시면 세 개의 저금통에 나누어 넣기 수월합니다. 이렇게 시작하다가 아이의 필요에 따라 용돈을 조금씩 늘려가면 됩니다.
아래는 제가 출연한 유튜브입니다. 도움이 되실 것 같아 첨부드려요.
(17) 아이의 첫 돈 공부, '이렇게' 시작하면 정말 좋습니다 (고경애) - YouTube
3. 집안일 꿀알바의 경우 어릴수록 미션 수행 제시
엄마 안마하면 스티커 한 장, 칭찬할 기특한 일에 스티커 한 장, 아이가 먹은 식기를 정리했다면 한 장. 이렇게 스티커를 주고 20장에 보너스 1000원(예를 들면) 등 용돈을 지급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저는 특히 방학 때 아이들과 미션지를 만들어 목표 스티커에 도달하면 간식이나 아이가 원하는 물건을 사주었어요.(116쪽) 필요하기 때문에 부모가 사 주게 되지만 조금 의미를 부여한 경우입니다. 때로는 실패할 때도 있지만 실패의 원인을 찾아가며 즐겁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4. 내가 받은 사랑만큼 나누는 것임을 알게 한다.
이 부분에서 내가 쓰기도 부족한데 꼭 나눠야 하냐고 의문을 주시는 분도 가끔 있으신데 결국 형편이 어려운 이도 부자도 모두 내 아이가 한 사회에서 함께 살아야 하기에 서로 나누는 사회를 만들어 주어야 내 아이가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생각에 의무적으로 나누도록 하고 있습니다. 세 개의 저금통만 잘 실천해도 자기 주도성, 목표 지향성, 욕구 조절, 자기 효능감까지 두루 갖출 수 있답니다. 올해는 두 아이가 핸드폰도 각자의 돈으로 구입했어요. 저는 가격만 알아봐 주었고, 기기 선택도 형편에 맞게 선택하니 최신폰에 욕심을 내지 않더라고요. 다른 사람이 좋은 것을 가진다고 해도 전혀 주눅이 들거나 욕심을 내지 않아요. 왜냐하면 '용돈으로 갖고 싶은 것을 사는 꽤 괜찮은 사람'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게 되거든요.
지영 님은 저보다 더 일찍 지혜로운 방법으로 경제 교육을 잘할 거라는 믿음이 들어요. 아이와 함께 한 경험을 기록으로 남긴다면, 더 크게 성장하는 기회가 될 거예요. 아이를 가르친다는 생각으로 시작하지만 결국 엄마가 더 많이 성장하더라고요. 아이와 즐겁게 용돈 관리 시도해 보시고 어려움이 있다면 언제든지 메일 주세요.
주변 도서관이나 기관에 작가와의 만남 신청하시면 강의로 만나 생생하게 나눌 수 있는 기회도 생길 거예요.
더운 여름 건강히 나실 수 있기를 소망드립니다.
평안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