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마리 동물들의 평화로운 일상
엄마, 나랑 같이 있어줘서 고마워요
"언니, 혹시 강아지 한 마리 키워볼래요?"
"강아지? 아휴 난 털 날리고 관리도 힘들어 안될 것 같아"
"우리 집 개가 낳은 강아진데 다른데 보내기는 안쓰럽고 언니네 애들이 키우면 좋을 것 같아서요. 진도견 믹스라 집안에서 키우기는 좀 그렇고 마당에서 키우면 돼요. 애들도 좋아할 텐데"
"... 음 그럼 애들한테 한번 물어볼게"
이웃에 사는 큰아이 친구 엄마다. 우리처럼 도심을 떠나 시골살이해보고 싶어 이사를 왔다.(지금은 숲 속에 예쁜 삼각형 집을 지어 살고 있다.) 집에서 기르는 개 윈디와 가디 사이에서 암컷, 수컷 한 마리씩 태어났다고 했다. 나는 동물 털 날리는 것도 싫고, 어릴 때 키우던 개에게 정을 주었다가 헤어져 엄청 울었던 경험으로 선뜻 키운다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엄마, 우리 강아지 키우는 거야?"
통화하는 소리를 언제 들었는지 큰아이가 다가와 묻는다.
"엄마엄마!! 우리 강아지 데려오자. 언제 데리러 갈 거야? 엄마 강아지 키우고 싶어요." 둘째는 숨을 쉬지도 않고 말을 쏟아낸다.
"엄마, 강아지 키워요 네? 엄마가 시골 오면 강아지 키운다고 약속했잖아요"
땅을 계약하고 건축설계도 상담을 할 때였다. 건축설계도가 왜 필요하냐고 아이가 묻길래 집을 지어 시골로 이사 갈 거라고 했다.
"엄마, 그럼 우리 학교는 어떡해요?"
"시골에 있는 학교로 전학 가야지"
"에이, 난 전학 가는 거 싫은데. 친구들이랑 헤어져야 하잖아요. 난 안 갈래" 둘째가 갑자기 이사를 가지 않겠다고 한다. 이사 가면 좋은 이유를 이것저것 말했지만 요지부동이다. 지금껏 땅을 보러 다니며 집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음에도 이런 상황이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이사 가면 강아지도 키울 수 있어. 물론 마당에서지만" 이사 가면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고 말했던 것이 생각나 급히 둘러댔다.
"정말요? 우리 이사 가면 강아지 키우는 거야? 좋아요. 친구들하고 헤어지는 건 슬프지만 괜찮아. 강아지 키울 수 있다면 빨리 이사 갔으면 좋겠어요"
나는 못 이기는 척 아이와 강아지 키우기로 약속했다. 시골에는 강아지 출생이 많은지 이사 가자마자 이웃에서 강아지 입양하라는 말을 들었다. 처음엔 집이 아직 정리되지 않은 터라 괜찮다고 정중히 거절했는데 이번엔 둘러댈 말도 없다. 퇴근한 남편에게 말하니 이번에도 못 키운다 할 수 없으니 데려오자고 했다.
큰아이 친구 집에 강아지를 데리러 갔다. 털이 복슬복슬한 강아지였다. 눈은 동그라니 아주 귀여웠다. 털이 어찌나 복스러운지 아이들은 연신 털을 쓰다듬었다. 강아지 이름은 '가리'다. 아이들에게 이름을 다시 지을지 물어보니 그냥 사용하겠다고 했다. 2017년 3월 3일 수컷 강아지 '가리'는 그렇게 입양되었다. 태어난 지 아직 한 달이 되지 않았다. 3월 초라 밖은 추워서 현관에 박스를 놓고 그 위에 이불을 깔아주었다. 강아지가 혹시라도 추울까 봐 걱정이 되었던 거다. 한 번씩 낑낑거리긴 하지만 별 탈 없이 박스 곁에 자리를 잡고 눕는다. 아이들은 강아지에게 잘 자라고 인사하고는 잠자러 2층으로 올라갔다. 나도 피곤해서 막 잠이 들던 참이었는데, 갑자기 "낑낑 낑낑낑" 강아지가 우는 소리가 들린다. 잠깐 그러다 말겠거니 생각하고 이불속에서 귀만 쫑긋거리고 있는데, 강아지의 "낑낑" 소리는 멈출 줄 모른다. 무슨 일인가 싶어 현관으로 가보니 강아지 앓는 소리다. 잠시 후 큰아이도 잠이 깨서 내려왔다. 낑낑거리는 강아지를 보더니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아들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나쁜 꿈 꿨니?"
나는 놀라서 다급히 물었다.
"흑흑, 가리가 엄마 보고 싶은가 봐요. 나는 엄마도 같이 있는데 가리는 엄마랑 헤어져서 슬픈가 봐"하고 울음을 터트린다. 가리의 슬픔이 느껴져 한참을 흐느끼는 아이를 가만히 안아주었다. 아이는 강아지가 엄마와 헤어져 얼마나 슬픈지 가슴으로 느끼고 있었다. 그렇다고 강아지 키우고 싶은 마음에 다시 돌려보낼 수는 없고 마음이 많이 아팠을 터다. 그렇게 한참 강아지 곁을 지켜주었고, 소리가 잦아들며 잠이 들자 큰아이는 내게 말했다.
"엄마, 나랑 같이 있어줘서 고마워요"
엄마와 헤어져 우리 집에 오게 된 강아지의 마음이 느껴진 아이는 먹이와 물, 이부자리를 더 살뜰히 챙겼다. 주말엔 온 가족이 가리를 위한 집을 만들고, 오일 스탠을 칠하고 안전하게 지낼 수 있도록 울타리도 만들었다.
가리 입양을 시작으로 이듬해 병아리도 입양했다. 병아리를 관찰하며 먹이와 물을 챙기고 집도 만들어주고 이름까지 지어주었다. 이웃에서 가끔 놀러 오는 냥이까지 어느새 우리 집은 가리, 물감, 캡틴, 검정, 삼색이, 정이, 랑이까지 7마리 동물들이 사는 집이 되었다. 나는 동물에게 정을 주지 않으려고 애썼지만 아이들 따라 강아지와 닭, 냥이를 관찰하다 보니 어느새 몸짓만 봐도 뭐가 필요한지 알 정도로 정이 들었다.
아이들은 반려동물을 돌보면서 동물의 사랑을 받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고, 동물을 위해 집을 지어주며 사랑을 나눠 주려고 끝없이 고민하며 노력했다. 특히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 둘째는 그림 속에 7마리 반려동물이 자주 등장했다. 동물을 통해 타인에 대한 사랑과 나눔이 말로 하지 않아도 몸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아이들은 동물을 돌보고 관찰하면서,
부모가 입이 아프도록 '배려하라'라고 말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공감능력을 키워가고 있음을 우린 깨달았다.
세계 창의력 교육 노벨상 '토런스상' 수상자인 김경희 교수는 저서 <틀밖에서 놀게 하라>에서
공감능력이 생기면 '유대감' '배려'를 키울 수 있다고 했다. 특히 '배려'는 세상을 아름답게 바꿀 수 있는 적극적인 행동이 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