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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 있는 집

마당은 어떻게 꾸밀까?

전원에서 생활하니
아이는 덤으로 아토피와 열성경련이 좋아졌다.
가족이 건강하니 더 바랄 것이 무엇이겠는가?
 문만 열고 나가면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이곳이 그래서 좋다.


5년 동안 그토록 원하고 바라던 '마당 있는 집'

집은 지었으나 매끈한 원목나무로 집안 구석구석 꾸미진 못했다. 시야가 탁 트인 통 큰 창을 넣지도 못했다. 곳곳에 숨겨 둔 수납장도 만들지 못했다. 박스처럼 심플한 디자인에 인테리어도 기본만 가능했다. 


<전원 속에 내 집> 잡지 속에 나오는 멋진 풍경의 집도 아니고, 누가 보더라도 훌륭한 그런 집은 아니다. 건축을 하며 느낀 것은 역시 비용 투자가 따라줘야 낭만의 멋진 집이 탄생한다는 것쯤은 안다. 정말 억! 억! 소리가 난다. 하지만 우린 황새를 따라가지 않기로 했다. 뱁새로도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뱁새는 우리나라 숲에서 사는 작은 새다. 황새에 비하면 몸집도 무척 작다. 하지만 뱁새도 장점이 있다. 생김새가 예쁘고 동작이 매우 빠르다. 반면 황새는 천연기념물로 몸길이가 100cm가 넘는다. 다리도 기다랗고 그 자태가 희고 예쁘다. 


뱁새처럼 부지런히 무엇이든 우리 손으로 집을 가꾸기로 했다. 물론 비용을 아끼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지만 직접 가꾸다 보니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졌고 각자의 생각이 담긴 그런 집을 가꾸게 되었다. 그토록 마당 있는 집이 꿈이었건만 막상 마당을 어떻게 꾸밀지 무척 고민이 됐다. 이웃분들은 잡초 관리 힘들다고, 풀 뽑고 뒤돌아서면 또 풀이 나니 마당에 콘크리트를 부으라고 했다. 콘크리트를 피해 왔는데 마당에 콘크리트를 부으라니? 우리 손으로 뭔가 해보고 도저히 관리가 안되면 그때 부어도 늦지 않다. 머리를 맞대고 서로의 생각을 모았다. 잔디를 모두 깔자는 엄마, 풀이 감당 안된다고 하니 중고로 보도블록을 구입해 깔자는 아빠, 모래놀이터를 만들자는 아이, 목공놀이를 하고 싶다는 아이 각자가 원하는 바가 달랐다. 우린 다시금 각자의 의견을 반영하여 마당 설계도를 그리기 시작했다. 


때마침 이웃주민이 공사하고 남은 블록이 있으니 가져다가 쓰라고 했다. 직접 가서 보니 생각보다 많은 양이 있어서 염치 불구하고 블록을 가져오기로 했다. 하늘이 보내준 천사인가? 때마침 필요한 것을 공급받게 되어 어찌나 감사하던지...... 남편은 갑자기 바빠지기 시작했다. 블록을 옮기고, 마당에 어떻게 배치할지 설계를 짜기 시작했다. 결국 우린 마당에 잔디로 한반도 지도를 만들고, 지도 바깥 부분은 보도블록을 깔고, 데크 난간 아래에는 모래놀이를 만들기로 했다. 그리고 10평 남짓한 한쪽 공간은 텃밭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텃밭에 무엇을 심을 것인지 고민하는 것도 매년 겪는 행복한 고민이다. 


큰아이는 아빠를 도와 삽으로 모래를 담았다. 둘째는 모래놀이에 쓸 모래를 열심히 그릇에 담아 날랐다.  1~2 주면 될 것 같았는데 매주 토, 일요일 시간 날 때마다 공사하니 한 달이 걸렸다. 남편은 수평이 안 맞거나 모양이 삐뚤어지면 블록을 다시금 들어내기를 몇 번 반복하고서야 완성할 수 있었다. 한반도 지도에 잔디를 식재하고 나서도 제대로 잔디가 올라오기까지는 또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했다. 잔디가 식재된 부분이 많지 않다 보니 관리가 용이하다. 한반도 지도 한쪽에는 울릉도, 독도, 제주도도 만들었다. 온 가족이 협력하여 만들다 보니 뿌듯함이 더했다.


아이들은 그간 5년 동안 이 공간에서 모래놀이도 마음껏 하고, 물놀이, 나뭇잎 관찰하기, 줄넘기, 목공놀이, 캠핑놀이, 바비큐 등 할 수 있는 많은 것들을 즐기고 탐구했다. 남편과 나는 그런 아이들을 보며 이곳에 이사오길 참 잘했다고, 아이들 역시 아빠, 엄마가 최고라고 엄지 척으로 치켜세운다. 


지난 5년이 후회되지 않을 정도로, 비록 2억의 집값 상승 기회는 놓쳤지만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했노라 말하고 싶다. 가끔 내게 묻는 이가 있다. 집값 아깝지 않으냐고? 전혀 아깝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일 테지만 가족 중 누구라도 후회하거나 부족해하지 않는다. 때론 날마다 펜션에 온 것 같은 착각을 할 때도 있다. 굳이 애써 계산해 보았다. 1박 2일 펜션을 독채로 대여했다고 가정하자. 1박 요금이 최소 20만 원이다. 364박 365일 머물려면 무려 72,800,000원이 든다. 

1박 ×요금 200,000원 ×364박=72,800,000원
1년에 숙박비만 72,800,000원이다.

물론 1년 내내 펜션에 놀러 가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이곳에서 5년을 살았으니 계산하지 않아도 충분히 숫자로 비교되지 않음을 눈치챘을 것이다. 큰아이는 덤으로 아토피와 열성경련도 좋아졌다. 가족이 건강하니 더 바랄 것이 무엇이겠는가? 문만 열고 나가면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이곳이 그래서 좋다.


큰아이가 모래를 퍼올리고 있다 / 남편은 블록으로 모양을 잡고 땅의 수평을 잡는다 / 한반도 모양이 갖춰졌다.
아이들이 협력하여 모래를 옮기고 있다 / 나도 한쪽에서 블록의 수평을 맞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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