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곡> 사랑하자 - 소수빈
*소설 속 모티브와 콘셉트 외의 인물, 단체, 장소, 사건 등은 모두 실제와 관계없음을 알려드립니다*
유원우는 대중 앞에 서는 직업을 가졌지만, 그가 원하는 사랑은 지극히 평범한 것이었다.
함께 밥을 먹고, 손을 잡고 거리를 걷고, 서로의 하루를 궁금해하며 자연스럽게 시간을 보내는 것. 다른 연인들이 당연하게 누리는 것들을 그도 나연희와 함께하고 싶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들에게 그런 평범함을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그는 무대 위에서 늘 빛나는 사람이었다. 사람들은 그의 음악을 사랑했고, 그의 목소리에 열광했다. 하지만 그 빛이 너무 강렬했던 탓일까. 그는 언제부터인가 무대 아래에서조차 감시당하는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처음에는 그 관심이 감사했다. 사랑받는 사람이 된다는 건 행운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은 그의 음악보다 사생활에 더 많은 관심을 가졌다. 어디서 누구와 밥을 먹었는지,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 그의 말 한마디가 어떤 의미인지 해석하고 소비했다.
그리고 이제, 그 관심이 나연희에게까지 번졌다.
그녀와 함께 있는 모습이 포착된 이후, 나연희의 SNS는 빠르게 퍼졌고, 그녀가 쓴 기사들까지 하나하나 끄집어내어 평가하기 시작했다. 그저 기자로서 자신의 일을 해왔을 뿐인데, ‘가수랑 사귀려고 일부러 그런 기사를 쓴 게 아니냐’는 터무니없는 말까지 나왔다.
그녀의 SNS 계정과 그동안 써온 기사들이 온라인에 떠돌았고, 기자 페이지의 프로필 사진부터 그녀가 SNS에 올린 사진까지 모두 관심의 대상이 됐다. 지나친 관심이 부담된 그녀는 당장 기자 페이지 속 프로필 사진부터 내렸다. 그녀의 사적인 공간이던 SNS도 잠시 비공개로 돌렸다. 지나치게 호기심을 가진 사람들은 그녀의 일상까지 들춰보려 했다. 나연희는 최대한 신경 쓰지 않으려 했지만, 생각보다 빠르게 퍼지는 반응에 점점 지쳐갔다.
팬들 가운데에는 믿기 힘들다는 반응도 많았다. 평소 팬들에게 연인처럼 다정하게 대해주고, 팬 서비스도 적극적이었던 유원우였기에, 그가 실제로 연애를 한다는 사실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것이다. 무대 위에서 늘 팬들과 눈을 맞추고, “우리 오래 보자”며 매일같이 애정을 표현하던 그였다. 수많은 팬들에게 그는 단순한 스타가 아니라, 마치 자신의 일부처럼 느껴지던 존재였다.
그러나 그가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는 소식은 그 환상을 깨뜨렸다. 일부 팬들은 배신감을 느껴 돌아섰고, 몇몇 네임드 계정들은 SNS에 계정을 닫겠다며 ‘CLOSE’를 내걸었다. 현실과 판타지를 구분해야 한다는 걸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그들의 마음은 그렇지 못했다. “내가 좋아하던 그 유원우가 아니야.” “팬들한테 그렇게 다정하게 해 놓고 결국은 뒤에서 연애를 했다고?” 속상함과 허탈함이 뒤섞인 감정들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어떤 팬들은 조용히 그를 떠나기로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은 조금씩 현실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유원우도 결국 그들과 같은 사람이고,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걸. 그를 진심으로 좋아했던 팬들은 서서히 감정을 정리하며 그의 선택을 존중하려 했다. “이왕 만날 거 좋은 사람 만나길.” “행복했으면 좋겠어.” “그래도 나는 유원우의 음악을 계속 좋아할 거야.“ 남아 있는 팬들은 그를 향한 애정을 또 다른 방식으로 표현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유원우는 여전히 무대 위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노래하는 모습과 팬들에게 진심을 다하는 태도는 변하지 않았다. 결국 중요한 건 그의 연애가 아니라, 그가 여전히 유원우라는 사실이었다. 그럼에도 나연희를 향한 세상의 관심은 좀처럼 멈출 줄 몰랐고, 그녀는 자신을 욕하는 사람들의 반응에 결국 급성 위염까지 도졌다.
유원우 역시 그 반응을 모두 지켜보며 처음으로 깊은 회의감에 빠졌다. 지쳐있는 그녀를 지켜보는 게 더 힘들었다.
“연예인이 되지 않았다면…“
그 생각이 계속해서 머릿속을 맴돌았다.
연예인이 아니었다면, 자신은 그저 음악을 좋아하는 평범한 사람으로 살았을까? 그렇게 살았더라면 지금처럼 나연희가 세상의 시선을 감당할 일도 없었을까?
어쩌면, 이런 부담을 주지 않고 더 편한 방식으로 사랑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 생각을 하니, 처음으로 연예인이 된 걸 후회했다.
어릴 때부터 꿈꿨던 무대. 평생을 바쳐 사랑했던 음악.
그것들이 지금, 가장 소중한 사람을 힘들게 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괴로웠다.
그날 밤, 어렵게 만난 자리에서 그는 힘없이 말했다.
“내가 연예인이 아니었다면…”
말을 끝맺지 못한 채 시선을 피하자, 나연희가 조용히 그의 손을 잡았다.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것 같았다.
그가 아니었으면 살면서 이렇게까지 관심을 받을 일도 없었을 테고, 지금처럼 불편한 시선을 감당할 일도 없었을 것이다. 유원우는 자신이 나연희를 힘들게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럼 우린 만날 수도 없었겠지.”
나연희의 말에 유원우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뭐?”
“네가 연예인이 아니었다면, 우린 만날 수 없었을 거야.”
그녀의 목소리는 단단하고, 확신에 차 있었다.
“네가 연예인이었기에 널 만날 수 있었고, 네 음악을 들을 수 있었고, 이렇게 좋아하게 된 거야. 그러니까 이걸 후회하진 마.”
유원우는 그 말을 곱씹으며 그녀를 바라봤다.
그녀의 눈빛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많은 부담을 느끼고 있을 거라 생각했던 그녀는 오히려 덤덤한 표정이었다.
그때 그는 깨달았다.
자신이 나연희를 힘들게 하는 것 같아 괴로움에도, 자신이 준 짐보다 그녀가 자신에게 준 위로와 따뜻함이 더 크다는 것을.
그제야 마음이 조금 놓였다.
여전히 세상의 관심이 버겁긴 했지만, 적어도 나연희를 지키고 싶다는 마음만큼은 확실했다. 이 사랑만큼은 끝까지 지키고 싶었다.
비록 남들과 같은 평범한 사랑은 아닐지라도, 그들에게만큼은 이 관계가 세상에서 가장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이길 바랐다. 그들만의 방식으로 사랑할 수 있다면 그걸로도 충분했다.